서울 주민투표 무산...'무상급식' 없는 대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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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지원조례 '주민발의' 서명운동, 11월까지 청구..."되돌릴 수 없는 국민적 요구"


서울의 주민투표 무산이 대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서울은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하고 시장이 반대하는 형국이라면, 대구는 시의회와 시장 모두 '무상급식'에 반대하고 있다. 또, 서울은 곽노현 시교육감이 '무상급식'의 선봉에 서 있다면 대구 우동기 시교육감은 '무상급식'에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을 '무상급식'이라고 밝혀 비난을 살 정도다. 대구는 8개 구.군 가운데 달성군 13개 초등학교에서만 올 하반기부터 의무급식이 시행될 예정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울산 다음으로 '무상급식'이 실적이 저조하다.

이런 대구에서 '주민발의'로 의무급식 조례 제정운동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의 주민투표 무산으로 조례 제정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야5당을 포함한 51개 단체와 정당은 지난 8월 19일 <대구광역시 의무급식 조례 제정 대구운동본부>를 꾸리고 '주민발의'를 통한 조례 제정운동에 들어갔다. 이어,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과 <전교조> 전형권 대구지부장,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을 비롯한 9명이 8월 24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주민발의 서명운동을 위한 '대표자 증명서'를 받았다. 이에 따라, 대구운동본부는 대구시와 협의해 '서명용지'를 만든 뒤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주민 서명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은재식 사무처장
은재식 사무처장
'대표자' 가운데 한 명인 은재식 사무처장은 "빠르면 10월 말, 늦어도 11월까지는 주민발의에 필요한 서명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발의'로 조례안을 내기 위해서는 청구내용이 공표된 뒤 6개월 이내에 19살 이상 주민 총수의 90분의 1이상 서명을 받아야 한다. 대구는 2만1천명 안팎의 서명이 필요하다.

은 처장은 "사표 논란을 막기 위해 3만명이상 서명을 받겠다"며 "이를 위해 각 구.군별 지역조직을 꾸리고 주말과 휴일에는 거리 서명운동도 펴겠다"고 밝혔다.

대구운동본부가 대구시청에 낸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는 ▶대구시장이 매년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급식지원계획 수립하되 ▶총 경비의 3/10이상을 대구시가, 나머지는 대구시교육청과 구.군이 협의해 부담하고 ▶초등학교는 2012년, 중학교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급식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원회'는 급식경비와 급식지원대상, 지원방법, 지원규모 등을 심의.의결하고 ▶우수한 식재료의 원활한 공급과 수급, 지원예산의 투명한 집행, 정책.교육.홍보 등을 '급식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도록 규정했다.

대구운동본부는 서울의 주민투표 무산이 이 같은 '주민발의 조례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재식 사무처장은 "주민투표 무산은 '무상급식'에 대한 민의를 확인한 사례"라며 "대구에도 분명히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대구운동본부의 조례안이 서울 조례안을 가장 많이 인용하고 있다"며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대구시와 시의회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주민발의로 조례안을 내더라도 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일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지난 2009년 대구지역 첫 주민발의 조례로 낸 '대구시 학자금 지원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이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이듬 해 시의회에서 폐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운동본부는 주민발의 '시기'의 잇점을 내세워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기대를 높였다. 당시에는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2009년 말에 넘어온 조례안을 시의회가 차일피일 미루다 5대 의회 종료로 자동폐기됐지만, 지금은 의회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시의회가 "질질 끌다 폐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은재식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게다가, 주민발의 조례안을 다룰 2012년 상반기에는 4월 총선까지 맞물리면서 지난 6.2지방선거 때처럼 무상급식이 '선거 이슈'가 될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역시 시의회가 쉽게 비켜가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때문에, 서울의 주민투표 무산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사회와 야당은 "조례 제정"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주민발의 선포 기자회견(2011.8.19 대구시청 앞) / 사진 제공. <대구광역 의무급식 조례 제정 대구운동본부>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주민발의 선포 기자회견(2011.8.19 대구시청 앞) / 사진 제공. <대구광역 의무급식 조례 제정 대구운동본부>

대구운동본부는 25일 주민투표 무산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그동안 의무급식을 선별적으로 추진하거나 '복지포퓰리즘'이라고 호도한 정치권과 일부 세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며 "이는 보편적 의무급식에 대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게 됨은 물론, 의무급식이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국민적 요구로 다른 지자체에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와 한나라당 지도부 뿐 아니라 의무급식에 고립된 섬처럼 남아 있는 대구시와 시교육청도 뼈를 깎는 성찰과 반성 또한 이어져야 한다"며 "보편적 의무급식 시행에 대한 정책의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시민적 저항과 준엄한 심판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25일 논평을 내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것에 계기로 대구에서 무상(의무)급식 실현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9월 2일 예정된 대구시당 상무위원회에서 각 지역위원회별 서명운동본부 설치와 서명목표를 제시하고 추석 귀향 인사에는 무상(의무)급식 홍보물을 배포"하는 한편, "주말마다 지역별 서명운동을 실시해 10월 중순까지 서명목표인 3만 명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동당 대구시당도 24일 논평을 통해 "서울시 주민투표는 남의 일 만이 아니다"며 "대구의 의회와 행정부를 모두 쥐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번 오세훈 시장 사태를 통해 확인된 민심에 고개를 숙이고 무상급식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대구시당도 "주민투표 무산은 나쁜 투표에 대한 착한 불참운동의 승리"라고 평가하면서 "애들에게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이는 교육환경으로 대구에 젊은 사람을 붙잡아 둘 수 있겠나"라며 무상급식 시행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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