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보도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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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영남>, 박근혜 '정책분석' 없이 '이미지'만 부각


지면이 ‘위키리크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었기 때문에 유머감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6년 3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박근혜 대표가 한낱 농담에 불과한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평가했는데 이 사실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 의해 확인됐다(경향신문 9월 23일).

위키리크스는 ‘진실의 증언자’ 또는 ‘현장의 거울’ 역할을 한 셈인데 ‘박근혜의 내면’과 ‘박근혜를 판단하는 이명박의 인식체계’를 독자는 모두 이해하게 됐다.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이 진실이라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판단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은 어떤 모양으로든 정치에 또는 정치적 판단에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면 독자들에게 매일 전달되는 신문의 정치 정보와 그것이 그렇게 전달된 신문기자/신문사의 인식구조(정보를 해석/재해석 해내는 국화빵 틀 같은 구조)는 어떨까? 우리 지역 기자/신문사의 ‘위키리크스’가 없으므로 결국 신문 지면을 통해 살필 수밖에 없겠지만 그런대로 인식구조의 단서는 현장에서, 다시 말해 지면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다. 

친일․반민족 행각을 '출세'로

매일신문 9월 17일 「역사 속의 인물-초대 수도경찰청장 장택상」꼭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매일신문> 2011년 9월 17일자 23면(오피니언)
<매일신문> 2011년 9월 17일자 23면(오피니언)
그의 할아버지는 판서, 아버지는 경상관찰사를 역임했다. 아버지 장승원은 독립군 군자금 요청을 거부하다가 광복단 단원들에게 피살됐다. 형제들도 출세를 거듭해 맏형은 은행장, 둘째 형은 일제강점기 충주원참의를 지냈다.
 

장택상의 둘째 형은 장직상(張稷相)을 가리키는데 장직상은 일제강점기 임전보국단 이사, 칙임(勅任)대우의 중추원참의, 국민정신총력경북도연맹 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반민특위의 조사에 나타난 바대로 일제에 아부한 죄상은 ‘매거키 어려울’ 정도여서 민족의 심판대에 오른 인물(김도형 외, 『근대 대구경북49인 그들에게 민족은 무엇인가』).

친일거두 장직상의 친일경력을 매일신문은 ‘출세를 거듭’했다고 적고 있다. 독자들은 일일이 매일신문의 기사를 분석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장택상」 기사 속의 극히 작은 묘사 한 대목이 매일신문의 역사인식을 폭로하는 ‘위키리크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남일보의 9월 15일자 1면 머리기사 「박근혜는 ‘安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도 스스로 ‘위키리크스’ 역할을 했는데 그 중에서도 다음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영남일보> 2011년 9월 15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9월 15일자 1면

…이쯤에서 좌․우파로 정치이념을 단순히 나누길 좋아하는 이들은 행여 그가 좌쪽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언행과 저서를 종합하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박 전 대표는 결국 안 원장을 지렛대로 삼아 돌파해야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마치 검객이 벽을 타고 뛰어 넘듯이 안 원장의 존재가 박 전 대표에게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영남일보 2011년 9월 15일자 1면 기사)

이념 잣대

이 기사는「뉴스분석」이라는 ‘눈’을 달고는 있고, 독자에게 ‘안철수’를 지렛대로 삼아 박근혜의 정치행보를 분석하고 앞으로 해야 할 정치방향을 주문하고 있지만 제목 「박근혜는 ‘安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가 풍기는 이미지, ‘박 전 대표의 측근이라면 대충 알겠지만 전혀 조급해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등의 표현을 보면 제3자적 입장의 객관 분석이라기보다는 마치 ‘참모의 입장’이란 뉘앙스를 풍기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좌․우파로 정치이념을 단순히 나누길 좋아하는 이들’을 분석기사에서 끌어들이고 있고 그들을 부정시 하고는 있지만 이 분석기사는 이미 ‘좌․우파로 정치이념을 단순히 나누길 좋아하는 이들’의 잣대로 독자들이 정치이념을 좌우로 나누어 판단하도록 은근히 유도, 교육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치의 계절을 맞아 기자/신문사의 판단․인식하는 틀과 함께 외형적인 보도 경향-누구를 지면의 주인공으로 떠올리고 있는지를 최근 2주간의 지역 신문 지면을 통해 살펴보자(선거구를 지역에 둔 인물, 2단 이상․사진이나 그래픽 곁들인 기사 대상) 

 <매일신문> 2011년 9월 14일자 3면(종합) / 6면(정치)
 <매일신문> 2011년 9월 14일자 3면(종합) / 6면(정치)

․매일신문(9. 14. 6면 머리기사) 「‘안철수 바람’ 한가위에도 맹위」-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바람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내용을 ‘대선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강조해 다뤘다. 이 그래픽에서는 오차범위 내이든, 밖이든 박근혜가 모두 우위인 그래픽을 다뤘으나 안철수가 박근혜보다 월등히 높은 조사 결과는 말미에서 한 토막으로 처리했다. 여론조사 결과 인용보도이기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게 했다.

․매일신문(9. 14. 1면 3단 기사)「정치 불만…민심은 싸늘했다」- 추석 연휴기간 지역민 반응을 스케치했다. 그러나 이 기사를 종합하는 성격의 말미에서는 ‘정치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돌풍은 그야말로 찻잔 속의 태풍’ ‘결국에는 박근혜 대세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일신문(9. 14. 3면 머리기사)「“조금 아팠지만 예방주사 맞은 셈”」-안철수 등장 이후의 여야 대선 예비 주자들의 표정을 다루면서 박근혜를 머리로 크게 올려 다뤘다. 박근혜의 충격이 컸다면서도 “이번 안철수 바람이 박 전 대표에겐 적절한 시기에 예방주사가 됐다”는 정치권 일각의 긍정적 관측을 제목으로 뽑았다. 상반신 컬러 사진을 곁들였다.

․매일신문(9. 14. 6면 3단 기사) 「박근혜 젊은 층 속으로/트위터에 ‘조카’ 은지원과 사진 올려」 -박근혜가 지난 9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가수 은지원과 찍은 사진을 올려 화제란 점을 강조했다. 젊은 독자들을 겨냥했다.․영남일보(9. 15. 1면 머리기사)「박근혜는 ‘安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박근혜의 ‘대세론’을 지키기 위한 조언의 성격이 짙었다. 2면으로 옮겨 대서특필했다.

<영남일보> 2011년 9월 15일자 5면(종합) / 9월 22일자 5면(종합)
<영남일보> 2011년 9월 15일자 5면(종합) / 9월 22일자 5면(종합)

․영남일보(9. 15. 5면 머리기사)「安風 속에도 朴 지지층은 견고했다」- ‘추석 연휴기간에 실시된 3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인했다’면서 여론조사 결과,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시사하는 박근혜의 말, 친박․친이 정치인들의 기대와 주문 등을 다뤘다. 왼손에 가방을 들고 선 박근혜 대형 컬러 사진을 곁들여 수수한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  

․영남일보(9월 22일 5면 머리기사)「들끓는 ‘박근혜 등판론’/‘정치드라마’ 개봉박두?」-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전면으로 뛰어야 한다는 주장이 세차게 나왔다’는 기사를 3단 컬러 사진을 곁들여 대서특필했다. 특히 이 기사는 리드를 ‘한편의 정치드라마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신파조 제목까지 붙여 독자들에게 박근혜를 ‘정치드라마’를 이끌 ‘대망의 영웅’으로 부각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투표 장면 사진(3단 크기)을 곁들였다.

․매일신문(9월 22일 3면 2단기사) 「과감해진 박근혜/이젠 말실수 주의보」-박근혜가 지난 9월 2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가 번복하는 소동이 있었던 것을 계기로 ‘말’과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박근혜의 동정, 안철수 등장 활동량이 늘었지만 말실수를 줄이려면 언론과 접촉을 줄여야 하는 박근혜의 딜레마를 사진을 곁들여 다뤘다.

․영남일보(9월 23일 박근헤를 웃게 한 그것?/김성조 의원, 이색 의정보고서 새삼 회제」
-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의원과 김성조 의원이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터넷에 오른 사실, 김성조 의원 의정보고서를 보고 박근혜가 웃은 사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의 의지가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는 잘 알고 계실 것’이라는 의정보고서 내용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지역균형발전 인물’임을 강조했다.

․매일신문(9월 23일, 6면 머리기사) 「박근혜 “한미FTA 체결, 물가 하락 도움」
- 박근혜․손학규 두 대선 예비주자들이 지난 9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행한 경제 관련 발언을 박근혜를 중심으로 흑백 사진을 곁들여 강조했다. 손학규의 발언은 「손학규 “재벌 조세피난처 투자로 국부 유출”」이라고 작은 2단 제목을 달았다. 

<영남일보> 2011년 9월 15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9월 15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9월 15일자 3면(종합)
<매일신문> 2011년 9월 15일자 3면(종합)

․영남일보(9월 15일 1면 5단 기사)「서중현 서구청장 돌연 사퇴」-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이 사퇴 선언을 한 것과 관련해 그의 사퇴배경을 사진과 함께 다뤘다.․매일신문(9월 15일 1면) 「서중현 서구청장 돌연 사퇴」-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의 돌연한 사퇴 소식을 1면 4단 기사로 다뤘다.

․매일신문(9월 15일 1면) 「서중현 서구청장 돌연 사퇴」-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의 돌연한 사퇴 소식을 1면 4단 기사로 다뤘다.․매일신문(9월 15일 3면) 「인사청탁 수사? 총선출마 준비? 說說」-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이 돌연 사퇴한 배경을 추측 중심으로 다뤘다. 2단 크기 대형 컬러 사진을 곁들였다.․매일신문(9월 17일 23면)「무분별한 사퇴와 출마의 반복은 제재해야」-사설로 지난 9월 14일 사퇴한 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의 행보를 사설 머리로 비판했다.

박근혜 기사․보도의 6대 특징

위에서 다룬 기사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관련 기사- (1)대형기사, (2)대형 컬러사진 사용-영남일보는 대체로 이명박․박근혜 용으로 컬러․대형 사진을 주로 사용했다. 컬러 사진은 과장효과가 크다는 점은 이들 기사가 무엇을 지향하는 지를 충분히 시사했다. (3)가십성 기사이지만 호감을 유도하거나 화제 만들기를 겨냥한 내용, (4)제3자적 객관 입장의 분석보다는 참모의 조언형 기사-호교론적 기사라고 할 수 있다. (5)여론 조사 결과 보도는 지지가 높고 낮고 하다는 식으로 다뤘고 조사방법이나, 조사 결과가 대표성을 믿을만한지 등은 일절 다루지 않았다. (6)여러 면에 걸쳐 다뤘다. 이 점은 ‘대형기사’와 함께 ‘퍼 주기 식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서중현 보도, 대체로 소극적․비판적

서중현 관련 기사-(1)사퇴가 ‘돌연’한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2)서중현 서구청장의 사퇴 배경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3)대체로 비판적이었다. 

기자․신문사의 인식 틀을 명료하게 드러낸 대상은 박근혜․서중현 두 인물 경우 단연 박근혜였다. 매일신문․영남일보를 가릴 것 없이 사실을 객관적․분석적으로 다루기보다 호감 부각형으로 다뤘고,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대목은 기사 말미 등에서 한 토막을 곁들여 일부의 생각으로 인식하게 했다.

‘빅근혜’, 정책분석 실종, ‘이미지’만 부각

특히 두드러진 것은 여론조사결과 다루기, 서울시장보궐선거 등판론, 호감을 자극하는 정서 조작 등 기법을 주로 사용함으로써 기자들이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인식 틀을 사용한 점이 두드러졌다. 한 마디로 언론 플레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이미지 조작에 정성을 들인 기사가 주류였다. 대구사람들이라도 나이 든 남자 층에서는 ‘박근혜가 정책과 관련해 검증을 받은 적이 있나?’라며 의문시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대세론을 강조하든, 안철수를 파트너(‘페이스 메이커’-영남일보)로 이용하든 관련 기사를 분석적으로 써야 할 텐데 정책을 분석하는 기사는 ‘구우일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숨이 긴 기사․집중보도 절실

<경향신문> 2011년 9월 20일자 9면(종합)
<경향신문> 2011년 9월 20일자 9면(종합)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의 「‘안철수 현상이 식지 않는 이유’」(9월 20일 3면), 「MB노믹스와 선 긋는 ‘박근혜 경제구상’」은 집중성, 다양한 시야, 정책분석적이란 점에서 대구 지역 기자/신문사의 인식 틀과 대조적이었다. 그것은 결국 매일신문․영남일보의 시야가 짧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일보> 2011년 9월 22일자 1면
<한국일보> 2011년 9월 22일자 1면

역사공간에서 인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2라운드 짜리 권투 대결을 보고 전하는 시각이란 말이다. 오늘의 일도 엄연한 역사다. 그리고 역사의 특징은 ‘숨이 길다’는 것에 있다. 숨이 긴 점, 집중성(‘퍼 주기’ 식 기사와 집중보도는 같을 수 없다), 객관적 시각 틀을 보인 점에서는 한국일보 「‘자유민주주의’는 단 1차례 썼다」(9월 22일 1면 머리), 「헌법골간은 자유-사회민주주의…양 날개가 ‘민주주의’로 포괄」(3면), 「자유민주주의논쟁…교과위 파행」「“뉴라이트 인사 등 색깔론 내재/정치적 변화에 시대 역행적 발상”」(한국일보 9월 23일 7면) 보도가 볼만했다.

희망 있는 정치, 기자/신문사의 인식 틀부터 바꿔야 가능하지 않을까.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53]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한국일보> 2011년 9월 23일자 7면
<한국일보> 2011년 9월 23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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