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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소리치는 장애아들의 외침

기사승인 2011.10.28  10: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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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 『도토리의 집』(야마모토 오사무 글.그림 | 김은진 역 |한울림 | 2004)


서울시장 선거가 끝났다. 국민은 항상 변화를 원한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도 경제 회생을 갈구하는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선택했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전임 시장의 무상급식에 대한 보수층 결집을 노린 개인의 대권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사람의 그릇된 판단으로 재선거를 치름으로써 수백억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보편복지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시민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앞으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 담론에 대한 사회적 갈등기간은 좀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를 지나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산고(産苦)의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 좀 더 진일보한 사회 시스템이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한겨레> 2011년 8월 25일자 1면(왼쪽) / <한겨레> 2011년 10월 27일자 1면

지금 미국에서 시작된 하위소득계층 99%의 ‘월가 점령’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자본주의가 활개치면서 노동이나 생산력을 비웃듯이, 1%의 특권층이 모든 이권을 가져가고, 나머지 99%는 불평등의 심화와 생활고를 겪어야만 하고, 행복한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 대출과 학자금 대출 이자에 짓눌려 살아야 하는 미래와 탈출구 없는 불안정한 고용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글로벌 경제 시스템 속으로 점점 스며들고 있는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다. 무상급식(엄밀히 얘기하면 의무급식이다)만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99%의 세금으로 1% 권력층의 정책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며, 99%의 세금은 깨알같이 받아가면서, 1%의 사회적 책무는 알아서 면탈시켜 주는 현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에서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에서 의무교육을 명시해 놓고는, 밥 한끼 주는 것은 먹는 아이들의 몫으로 돌리는 비정한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왜 예전엔 못했냐고? 그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는 99%가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은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99%의 노력으로 이만큼 사회가 진일보했으면, 그 결실은 99%에게 돌아와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인간다운 삶과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99%의 소망이 헛된 것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특수학교 교사가 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내몰리는 것이 너무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는 장애아들을 보면서, 웬지 늘 부채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복지 담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당사자들의 현실을 얼마나 삶 속에서 느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나부터 부끄러워진다.

우리나라에서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되는 1~3급 등록장애인은 대략 100만명이다. 이들의 삶에 대해 눈여겨보는 사회적 시선은 아직 따사롭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장애 아동들의 경우, 어린이로서 누려야 할 삶을 빼앗긴 채, 교육을 받을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이 아니라 단순히 복지의 대상으로만 대우를 받고 있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최근 5년 동안 15명의 장애인 부모가 자살하거나 자녀와 동반자살했다는 조사가 있다. 심지어 자살한 장애인 부모 중에는 부양의무자가 없어야 자녀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자식을 위해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족들의 힘만으로는 보호해 줄 수 없는 아이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중증 장애아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이 아이들은 특수학교를 졸업한 뒤에 더 큰 시련을 경험한다. 성인이 된 장애인들은 일할 곳도 갈 곳도 없이 부모의 짐이 되는 현실에 좌절한다. 통계를 보면, 중증장애인의 고용률은 15%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작업장이나 보호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답게 살 권리와 미래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는 것과 이들과 그 가족들을 이해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적 시선이 절실할 것이다.

 
 
▲ 『도토리의 집(전7권)』(야마모토 오사무 글.그림 | 김은진 역 | 한울림 | 2004)
장애아동들과 그 가족, 그리고 이들을 일선에서 돌보는 특수학교 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책이 있다. 일본의 야마모토 오사무라는 만화가가 그린 [도토리의 집]이다.

이 책은 청각 장애 뿐 아니라 시각 장애, 정신 장애, 지체 장애 등이 겹친 농중복장애아동들의 성장 이야기와 이 아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가족, 그리고 이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특수교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만화이다. 만화라고 우습게 볼 것이 아니라, 농중복장애인들의 삶터가 될 공동작업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 가면서 큰 울림을 주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리고 그 가족들이 겪는 여러 가지 고통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눈물샘을 유난히 자극한다.  

이 아이들이 바깥세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이 장벽이 된다. 어떤 때는 조롱과 모멸의 표적이 되고 어떤 때는 목숨이 위험하기도 하다. “이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이 아닌 곳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라고 이 책은 세상에 외친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 아이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전하려고 한다. 몸짓이나 수화, 표정만 보고 아이들의 모든 것을 알아차릴 수는 없다. 또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도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부모나 교사들이나, 그 무거운 장애 앞에서는 꼼짝 못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목숨이 걸린 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부모이면서 선생이면서 너를 구해 줄 수 없다니.. 지켜줄 수 없다니... 하면서 절규하는 장면은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이 책에서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그 고통을 자신들의 업보인양, 자포자기하고 살아왔던 것에서 새로운 희망을 걸고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공동작업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은 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게 한다.

“졸업을 해도 취직은 당연히 안 될 거고, 또 무슨 시설에다 맡길 건가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미도리는 우리 자식이야, 우리가 돌볼 수밖에 없잖아!? 그게 당연한 거야!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구”
“난 내가 즐길 수 있는 건 전부 포기했어... 쓸데없는 돈은 10원도 쓰지 않는다구. 감기 한번 걸리지 않도록 애쓰고 있어. 매일 다짐하지.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래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미도리를 두고 먼저 죽어선 안 된다고 말야..”
“그래요.. 우리에게 그 수밖에 없어요.. 저도, 절약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모으자. 아이보다 먼저 죽지는 말자고 다짐해요. 가능하다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바로 제 꿈이에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원을 자나깨나 빌고 또 빌죠.”
“하지만, 여보,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 그렇게 되면 아이가 행복해 질까요!? 학교를 졸업한 뒤 친구들과도 헤어져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사는 게... 그게 저아이를 행복하게 해줄가요!?”
“행복... ?”
“그래요!! 우리는 그걸 원하면 안 되나요!? 저 아이는 행복해지면 안 되냐구요!? 왜요!? 들리지 않아서요, 지능이 떨어져서요, 장애아라서요!? 그러니까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싫어요, 싫어요, 그런 건 싫어요!!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미도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구요!!”


농중복장애아를 가진 부모는 ‘공동작업장’을 만드는 운동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품으면서 이렇게 외치고 있다.

“우리는 아이의 장애만을 보며 그것을 무거운 짐이라 여겨 왔다. 그래서 엄마는 더 이상 웃지 않게 되었고 아빠는 아이로부터 눈을 돌려버렸다. 그 생각은 아이에게도 전해져 슬픔에 싸여 지내게 되고... 이윽고 마음을 닫았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던 건 아이가 아니라 우리였다. 우리의 슬픔, 포기, 절망... 그거야말로 무거운 짐이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그 짐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부끄러울 것도 절망할 것도 없다. 우리들은 이 아이들을 통해 기쁨을 알았다. 혼자서 밥을 먹었다. 혼자서 신발을 신었다. 화장실도 갔다. 그런 작은 것을 우리는 하늘이 준 선물인양 기뻐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생각했다... 이 아이들과 더불어 인생을 즐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공동작업장을 만드는 운동은 장애아동과 그 가족, 교사들만의 몫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중증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가족들의 힘만으로는 보호해 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작은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서로 돕고 살아가길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가족들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이 사회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존중받으며, 서로 돕고 격려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들의 소망, 우리들의 소망... 그것이 모두의 소망이 되어 ‘정이 오가는 마을-도토리’로 모습을 바꾼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삶은 99%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복지의 대상으로만 취급받던 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희망이다. 장애아들과 그 가족들의 애환을 보담아, 인간답게 사는 삶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사회 시스템을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할 때이다.

 
 





[책 속의 길] 41
김종철 / 어린이청소년도서관 <더불어숲> 도서관장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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