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지배 책임, '한일협정' 대상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일협정> "헌재 8.30 결정, 정부 '부작위' 위헌...재협상 하라는 취지"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과 관련한 구체적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의미와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1월 8일 오후 '8.30 헌재 결정에 따른 한일협정 다시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 세미나는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대구KYC,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대구역사교사모임을 비롯한 4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으며, 시민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KYC 회의실에서 2시간30가량 진행됐다.

'8.30 헌재 판결에 따른 한일협정 다시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대구KYC,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대구역사교사모임을 비롯한 4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가 시민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KYC 회의실에서 2시간30가량 진행됐다 (2011.11.0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8.30 헌재 판결에 따른 한일협정 다시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대구KYC,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대구역사교사모임을 비롯한 4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가 시민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KYC 회의실에서 2시간30가량 진행됐다 (2011.11.0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날 세미나는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이인순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경과보고를,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봉태 변호사가 각각 '한일청구권 협정 무엇이 문제인가?', '헌법재판소 판결의 의미와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는 일본군 위안부로서의 배상청구권이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하 한일협정)' 제2조 제1항에 의해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한.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을 위 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아니하고 있는 피청구인(외교통상부 장관)의 부작위(不作爲,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는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해석상 분쟁 해결 의무 있음에도 아무런 노력 않는 것은 위헌"

이에 대해 김상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결정이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조약의 해석에 관한 분쟁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 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이 같은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부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의 해석상 분쟁에 대해 김상록 교수는 "한국은 1910년 한일병합 조약은 당초부터 무효였고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강점이었기 때문에 일본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인 반면, 일본은 한일병합 조약은 유효였으며 한반도 지배는 합법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말했다.

또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해 한국은 '협정에 따라 한반도 지배와 관련한 일본의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일본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인 반면, 일본은 '협정에 따른 무상 3억 달러는 한반도 지배와 관계없는 단순한 독립축하금 혹은 경제협력자금일 뿐이지만 어쨌든 1965년 조약에 의해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일협정, '식민지 지배' 대상 아니다", "탈냉전, 탈식민지 과제 해결을"

이 같은 해석상 분쟁의 원인에 대해 김상록 교수는 "냉전체제 아래 동북아를 대소방어기지로 삼기위해 부심한 미국과 한국의 공산화를 방지하고 한국에 경제적 진출을 하고자 한 일본,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까닭에 부족했던 정당성을 경제개발에 의해 보완하고자 했던 박정희 정권을 비롯한 3개 국가의 일정한 이해관계가 있었다"며 "여기에 한반도 지배 성격에 대한 한일 양국의 대립이 더해져 결국 '애매하게 얼버무려두자는' 합의가 이뤄진 것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실체"라고 말했다.

이어 "냉전의 붕괴와 일제 강점기 시절 피해자들의 구제 요구와 소송, 한국의 민주화와 과거청산에 대한 빠른 움직임, 탈냉전 시대 일본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비롯한 새로운 변수들이 생겨나면서 분쟁이 복잡해졌다"며 "특히,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이후 매년 8월 15일을 전후로 한 일본 총리들의 담화가 이어지면서 일본 사회의 동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주보돈 경북대 교수와 주제발표를 맡은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봉태 변호사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주보돈 경북대 교수와 주제발표를 맡은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봉태 변호사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그러나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명하면서도 법적으로는 1965년  협정을 통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이 잘못한 것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965년 한일협정은 영토의 분리와 분할에서 오는 재정상, 민사상의 청구권 해결 문제"라며 "식민지 지배의 책임은 이 협정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지체되고 있는 탈냉전, 탈식민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30 헌재 결정, '한일협정' 재협상 하라는 것", "헌재 결정 우습게 아는 대통령 탄핵을"

최봉태 변호사는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는 결국 한일협정을 재협상 하라는 것"이라며 "지난 1965년 한일협정은 정치적 야합에 의해 만들어졌고, 한일 양국 정부가 그동안 멋대로 해석하는 바람에 도저히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재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또 "1965년 당시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와 원폭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줄 생각이 없었고, 한국 정부는 식민지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한 푼도 못 받았다"며 "그런데 한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배상금을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보상금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며 보상법을 만들어 지금까지 문제가 꼬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히로시마에서 원폭으로 죽은 피해자만 3만명인데 지난 1965년 당시 일본에게서 받은 무상 3억 달러를 3만명 분으로 나누면 결국 1인당 1만불밖에 안 된다"며 "무상 3억 달러는 식민지 피해에 대한 배상금이 아닌 말 그대로 '경제협력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시민단체 회원과 교사, 대학생을 비롯한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2011.11.0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날 세미나는 시민단체 회원과 교사, 대학생을 비롯한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2011.11.0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최봉태 변호사는 "지난 8월 30일 '해석상 분쟁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분쟁을 해결하라'는 형태로 재협상하라는 헌재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 재협상을 하면 된다"며 "그러나 재협상은 대통령이 지시해야 하는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을 우습게 알고 말 한 마디도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된다"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탄핵 서명을 받거나 내년 총선과 대선 때 '재협상'의 의지가 있는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다면 본격적인 재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는 11월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협정 재협상 국민행동' 창립대회와 12월 16일 1,000번째 '수요집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을 지킬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일협정 재협상 국민행동 준비위원회'는 오는 11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독도를 지키고 6대 미청산 과제를 해결하려는 한일협정 재협상 국민행동 창립대회'를 열고 '6대 미청산 과제' 해결을 요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