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 흔적의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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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 『공익아! 어딨니?』 (대구시민센터 | 도서출판 참 | 2011)


감시카메라가 있는 신호등 앞에서 사고를 냈다. 운전을 시작한지 십 수년만에 처음이다. 당연히 지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가다가 신호를 보고 급정차한 60대 아저씨의 차를 그만. 멈추어선 차를 보고 급제동을 했지만, 차가 내 맘처럼 서질 않아 접촉사고를 냈다. 아저씨는 먼저 차를 한 쪽으로 빼자고 하시면서, 아마 내가 도망 갈까봐 걱정이었는지 나에게 신분증을 달라고 하셨다. 사고수습을 하면서 나는 차보다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다. 아저씨는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카센터에 가서 차를 보고, 보험처리를 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혹시 내일 아침이라도 몸이 불편하시면 연락을 달라고 하였는데, “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라고 말씀을 하셨다. 우리 사회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이라도 하듯이 “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내 머릿속에 그 말이 맴돌았다.
 
윤종화 상임이사
윤종화 상임이사
대구경북지역의 공익활동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대구시민센터 윤종화 상임이사가 기록본능으로 발간한 “공익아! 어딨니?” 연년생 1,2권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대구경북지역의 ‘공익’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직접 살펴보고, 직접 만나고 대화한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는 집필동기처럼 사람 향기나는 이야기를 널리널리 알리고 싶었을 게다. 다원적이고 가치 상대적인 현대 사회에서 서로 다른 공익이 부딪칠 때 어떤 공익을 우선해야 할지의 판단 기준도 애매하고, 공익의 규정도 명백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대구경북지역 사람들의 이야기가 앞집뒷집 이야기처럼 편하고 가깝게 들려온다.
 
『공익아! 어딨니?』1권(윤종화.이춘희 | 도서출판 참 |  2010), 2권(대구시민센터 | 도서출판 참 | 2011)
『공익아! 어딨니?』1권(윤종화.이춘희 | 도서출판 참 |  2010), 2권(대구시민센터 | 도서출판 참 | 2011)

“공익아 어딨니?” 1권은 마을을 중심으로 교육과 삶이 영글어가는 와룡배움터, 우리마을학교, 희년공부방과 책을 통해 마을과 공간을 만들어가는 더불어숲, 아띠도서관, 월서행복도서관, 파란마음동산문고, 한들마을도서관, 주민조직을 통해 마을을 바꾸어나가고 싶은 감나무골 나눔과섬김의 집, 앞산달빛, 수성주민광장, 문화와 예술 나눔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옻골, 지킴이, 별의별 별시장, 사회적기업인 화진테크 화진택시와 희망자전거, 대안경제활동 희망품앗이, 무료급식소 서로돕고사는집, 여성들의 자활자립을 돕는 자작나눔센터, 장애인과 함께 사는 장애인지역공동체, 희망찬 노년을 만들어가는 대구경북원로방 등 대구 21개 단체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익아 어딨니?” 2권은 군위의 간디문화센터, 청송의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영천의 신나는 빗자루, 영천산자연학교, 나무와학교, 영천 자활공동체, 울진의 울진숲길, 봉화의 석현리, 구미의 참살이와 두평공부방, 상주의 친환경농업학교와 언니넷 텃밭, 영주의 영주시민연대, 경주 양동마을 등 경북지역 14개 단체들을 둘러보면서 그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 굽이굽이돌아 기록한 마을과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교육을 통해 마을의 활성화, 공동체의 회복을 꿈꾸며 활동을 해 온 경험으로 보아 탐방이라는게 그 사람에게 몸을 담그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객관화 시켜내야 하는 고통임을 알기에 저자들의 노력이 많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을 덮어준다.

부산시민센터 센터장이신 김해몽님의 추천글처럼 민초는 민초이되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고자하는 삶들의 이야기, 대구경북지역 마을 곳곳에서 순박하게 살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인지라 한미FTA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숙제를 던져주었다. 공익활동을 찾는 술래잡기는 이제 그만둘 때이다. 우리가 술래가 될 차례이다.

“이 세상은 1만여년 동안 소수에 의해 움직여 왔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가 세상을 주도할 수 없다. 이제 모든 사람이 변화를 주도하는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최초의 사회적기업가라 불리는 사람,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사회적기업가의 롤모델, 70개국 3000명이나 되는 아쇼카펠로우의 정신적 스승. 모든 사람이 변화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아쇼카 재단의 창업자 빌 드레이튼의 이야기다.
 
 
 





[책 속의 길] 45
신영철 / 마을교육연구소장 palman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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