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무상급식 조례 3만명 '주민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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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30,478명 조례 청구..."대구시의회, 그냥 받아주기만 하면 된다"


'무상급식 불모지'라는 멍에를 쓰고 있는 대구에서, 시민 3만여명이 서명한 '친환경 무상급식' 주민발의  조례안이 대구시에 제출됐다.

대구지역 54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참여하는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는 대구시민 30,478명이 서명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청구안을 12월 1일 대구시청에 접수했다. 지난 9월 7일 '주민발의'로 청구하기 위해 거리서명운동을 시작한 뒤 석 달만이다. 특히,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13일 동안 거리서명을 일시 중단한 것을 감안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3만여명의 시민이 '무상급식 조례'에 서명한 셈이다.

"의무급식 어렵지 않아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만 OK 하면 돼요"...<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을 위한 대구시시민 30,478명 서명 청구인 명부> 대구시 제출 기자회견(2011.12.1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의무급식 어렵지 않아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만 OK 하면 돼요"...<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을 위한 대구시시민 30,478명 서명 청구인 명부> 대구시 제출 기자회견(2011.12.1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에서 '주민발의'로 조례안을 내기 위해서는 청구내용이 공표된 뒤 6개월 이내에 19살 이상 주민 총수의 90분의 1이상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주민발의'를 위한 대구의 연서 주민수는 21,768명이지만, 대구운동본부는 "사표 논란을 막기 위해" 3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대구운동본부는 지난 8월 25일 이 조례안의 취지를 공표한 뒤, 9월 7일 거리서명운동을 시작해 10월 20일 서명 1만명을, 11월 16일 서명 2만명을 넘어섰다. 이어, 서명운동을 마감한 11월 26일까지 모은  31,579명의 명부를 검토해 주소 등이 잘못 기재된 것을 뺀 30,478명의 '청구인 명부'를 12월 1일 대구시에 제출했다.

운동본부는 '청구인 명부' 제출에 맞춰, 1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다양한 계층과 세대를 넘어 3만명 이상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은 의무급식에 대한 시민적 요구가 얼마나 높은가를 확인하는 동시에,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에 대한 매서운 질타"라고 밝혔다. 또, "이를 무시할 경우 대구민심의 물대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날 제출된 조례안은 대구시의 청구인 명부를 확인 작업을 거쳐 대구시의회로 넘어가고, 시의회는 관련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서 이 조례안을 다루게 된다. 물론, '주민발의' 요건이 충족했다고 조례안이 무조건 제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 2009년 대구지역 첫 주민발의 조례로 낸 '대구시 학자금 지원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이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이듬 해 시의회에서 폐기된 전례가 있어 '무상급식' 조례 제정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번 주민발의 청구인 대표(전체 9명)인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당시는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2009년 말에 넘어온 조례안을 시의회가 차일피일 미루다 5대 의회 종료로 자동폐기됐지만, 지금은 의회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시의회가 질질 끌다 폐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발의 조례안을 다룰 2012년 상반기에는 4월 총선까지 맞물리면서 지난 6.2지방선거 때처럼 무상급식이 '선거 이슈'가 될 가능성도 커 "시의회가 쉽게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은 처장은 "예산 편성 기준만 바꾸면 된다"고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 배종욱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기획국장, 권숙례 icoop 대구생협 이사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왼쪽부터)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 배종욱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기획국장, 권숙례 icoop 대구생협 이사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운동본부가 대구시청에 낸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는 ▶초등학교는 2012년, 중학교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급식을 시행하고 ▶대구시장이 매년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급식지원계획 수립하되 ▶총 경비의 3/10이상을 대구시가, 나머지는 대구시교육청과 구.군이 협의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원회'는 급식경비와 급식지원대상, 지원방법, 지원규모 등을 심의.의결하고 ▶우수한 식재료의 원활한 공급과 수급, 지원예산의 투명한 집행, 정책.교육.홍보 등을 '급식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도록 규정했다.

대구운동본부 전형권(전교조 대구지부장) 대표는 "대구시의회가 3만명이 서명한 무상급식 조례안을 저버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보이면서도 "그냥 두면 또 시간을 끌다 폐기할 수도 있다"며 "조례가 제정될 때까지 우리는 또 다른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주소 한 자 잘못 적었다는 이유로 서명자를 청구인 명부에서 빼낼 때, 청소년이 '우리도 서명할께요'라고 나설 때 '너희는 자격이 안돼'라며 돌려보낼 때, 비가 올 때나 주말.휴일에도 거리에서 한 명 한 명 서명 받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모두들 정말 고생많았다"고 감회에 젖기도 했다.

이번 주민발의 과정에서 '정당인' 가운데 가장 많은 서명을 받았다는 배종욱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기획국장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이렇게 들뜬 기분은 참 오랫만"이라며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주민발의 때문에 걱정이 많다던데, 표와 직결돼 있는만큼 아무 걱정없이 시민들의 요구를 그냥 받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대구가 주민발의로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해 전국의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숙례 icoop 대구생협 이사장은 "시의회가 또 다시 시민의 열망을 무시하면 '절망의 도시', '고담 대구'로 남을 수 밖에 없다"며 "무상급식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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