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소수자에게 대한민국은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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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인권뉴스] 기초수급권, 의무급식, 고엽제, 네팔노동자. 포항성매매업소


"야만과 폭력".
옛 군사정권 시절에나 어울릴 법한 거친 말이 2011년 대구경북 '인권뉴스'의 한 가운데 있었다. "야만과 폭력"의 피해자는 '사회적 소수자'로,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긴 기초생활수급권자와 낯선 이국에서 시름하는 이주노동자, 성매매업소에서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종업원들이었다. 그리고, 서민에게 간절한 '의무급식'과 전쟁의 야만성을 드러낸 '고엽제' 역시 사람의 권리를 저버렸다.

2011 대구경북 인권뉴스 발표 기자회견(2011.12.5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2011 대구경북 인권뉴스 발표 기자회견(2011.12.5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UN이 정한 '세계인권선언일'(12.10)을 앞두고, <한국인권행동>과 <인권운동연대>, <장애인지역공동체>를 포함한 2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2011년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를 12월 5일 대구시청 앞에서 발표했다. 올해 가장 큰 인권뉴스로는 ▶'기초생활 부양의무자 일괄조사로 전국17만여명 탈락 및 삭감, 대구13,000여명 수급탈락.삭감'이 꼽혔다.

다음으로 ▶의무급식 예산을 기숙사 건립으로 돌린 대구시와 대구교육청 ▶경북 칠곡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사건 ▶"진실을 밝혀주세요” 유언을 남기고 자살한 네팔 노동자 ▶포항지역 성매매업소 여종업원 8명의 연쇄자살사건, 경찰유착 13명 징계, 157명 순환 배치 조치가 '5대 인권뉴스'에 포함됐다. '5대 인권뉴스'는 이들 단체가 제시한 18가지의 '인권침해' 사례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지역언론 사회부 기자, 교수, 시민 211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14일부터 최근까지 설문조사해 선정됐다.


2011년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

□ 기초생활 부양의무자 일괄조사로 전국17만여명 탈락 및 삭감, 대구13,000여명 수급탈락 및 삭감(111명 선정)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부양의무자 확인조사를 실시하면서 기존 3만 3천 명을 수급대상에서 탈락시켜 수급자들의 생계를 하루아침에 박탈하였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지 11년이 되지만 추정소득, 부양의무제 등 독소조항으로 사각지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올해 부양의무자 확인조사가 시행되어 수급탈락된 노인들의 잇단 자살로 인해 보건복지부는 이의신청 기간을 두고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대착오적 기준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수많은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 의무급식 예산을 기숙사 건립으로 돌린 대구시와 대구교육청(99명 선정)
올해 뜨거운 이슈였던 의무(무상)급식에 대해 대구는 시의회와 시장 모두 반대하고 있다. 대구는 8개 구.군 가운데 달성군 13개 초등학교에서만 올 하반기부터 의무급식이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대구시와 교육청의 압력으로 이를 시행할 수 없게 하였다. 오히려 소수 엘리트 학생 육성을 목적으로 학내 기숙사 건립비용으로 이 예산이 옮겨졌다. 대구지역 5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는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주민발의'로 내기 위해서 거리서명 운동에 돌입하였다. 청구내용이 공표된 뒤 6개월 이내에 19살 이상 주민 총수의 90분의 1이상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대구의 경우  2만1천명 안팎의 서명이 필요하다. 현재 친환경의무(무상)급식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운동이 진행 중에 있다.                

□ 경북 칠곡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사건(98명 선정)
지난 5월 퇴역 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고엽제 매립 의혹을 제기한 뒤 실제로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 지하수에서 고엽제 성분이 검출되었다. 물에 잘 녹지 않는 고엽제 성분과 30년이라는 세월을 감안함에도 불구하고 지하수에서 고엽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고엽제로 인한 주변 오염은 이미 진행이 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고엽제 매립이 사실관련 직접 발굴조사와 함께 미8군 사령관 교체를 주장했다.

□ "진실을 밝혀주세요” 유언을 남기고 자살한 네팔 노동자(97명 선정)
네팔 이주노동자인 고 던 라즈씨는 지난해 9월 한국에 입국해 이불솜 제조업체에서 일을 해오다 퇴사를 하고 지난 6월 두 장의 네팔어 유서와 한 장의 영문 유서를 남긴 채 동료의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고국에 부인과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한 네팔 노동자가 타국에서 자살을 한 사실은 이례적이다. 영문 유서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회사가 자신을 속였으며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한 종이에 회사가 서명할 것을 요구해 서명했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네팔어로 된 유서의 내용에 대해 성서경찰서에서 공개를 거부했다. 이주노동자운동단체에서는 당시 경찰에 철저한 진상규명 조사를 요청하였고 고 던 라즈씨의 부인이 입국하여 회사 앞에서 함께 농성을 진행하였다. 회사에서의 유감 표명과 위로금 지급으로 정리가 되었지만 고인이 밝혀달라고 부탁했던 진실을 끝끝내 밝혀지지 못하였다.

□ 포항지역 성매매업소 여종업원 8명의 연쇄자살사건, 경찰유착 13명 징계, 157명 순환 배치 조치(90명 선정)
2011년 6월 ‘사채 갚기가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또다시 포항유흥업소 여종업원이었던 25살의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7월부터 여덟명째, 올해에만 세번째 발생한 포항지역 유흥업소 여성들의 죽음이다. 업소 여종업원들에게 불법으로 돈을 빌려준 무등록 대부업자, 사채를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은 사채업자, 여종업원을 폭행한 조직폭력배, 이 모든 것을 눈감아주는 경찰과의 유착 등은 포항지역에서 같은 형태의 자살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하는 뿌리깊은 구조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경북도경과 포항경찰은 ‘포항유흥업소 여종사자 자살방지대책반’을 구성하였고, 포항시 또한 대책반을 꾸렸지만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성산업 착취구조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들 단체는 5일 인권뉴스 발표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눈으로 보는 한국사회 모습은 야만과 폭력"이라며 "인권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핍박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간의 자유'가 아닌 '시장의 자유' 만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며 "최소한의 공공재와 인권보장의 의무조차 시장에 맡겨놓고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라고 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출입국관리소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사냥'식 폭력단속 ▶빠져나올 수 없는 착취구조에서 잇따라 목숨을 끊은 포항 성매애업소 여종업원들 ▶추정소득과 부양의무제 같은 독소조항으로 기초수급권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는 정부 정책을 '야만과 폭력'의 사례로 꼽았다.

2011 대구경북 인권뉴스 발표 기자회견(2011.12.5 대구시청 앞)...(왼쪽부터) 한국인권행동 오완호 사무총장,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는 KNCC대구인권위원회 윤일규 목사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2011 대구경북 인권뉴스 발표 기자회견(2011.12.5 대구시청 앞)...(왼쪽부터) 한국인권행동 오완호 사무총장,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는 KNCC대구인권위원회 윤일규 목사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한국인권행동> 오완호 사무총장은, 국가보안법에 의한 구속.탄압, 비정규직의 저임금.고용불안, 농민과 소상공인의 피해 대책 없는 한미FTA 비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탄압.폭행 등을 예로 들며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의 인권침해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은 국민이 아닌가"라며 "야만성과  비문명성"을 비판했다.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권리(사회권)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기초생활수급권자의 탈락과 의무(무상)급식 미실시,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구미KEC와 경상병원 등의 노조 탄압, 국가기관의 공안 탄압 등을 꼽고 "지난 해 인권침해뉴스 목록에 사안이 올해도 포함된 것은 대구경북의 낮은 인권지수를 반영하고 있다"며 "인권침해 뉴스가 고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올해의 '인권증진뉴스'도 발표했다.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기피할 경우 기초생활수급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과, ▶대구 동성로 무대를 사용할 때 '상인동의서'를 받도록 한 중구청 방침의 백지화, ▶대구학생인권연대 '숨tong' 출범과 학생인권조례운동,  ▶대구학생인권백서 '학교, 인권을 만나다' 발행을 포함한 4가지를 "올해의 인권 굿(GOOD) 뉴스, 인권증진뉴스"로 꼽았다.

한편, 이들 단체들은 오는  12월 8일 저녁 6시 광개토병원에서 "삶-인권을 노래하라"는 주제로 '인권보고대회'를 열고 인권피해자 증언과 인권영상 상영, 한국 인권현황에 대한 '토크'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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