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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의 노숙인, 우리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기사승인 2011.12.23  17: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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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노숙은 빈곤의 다른 이름일 뿐..."


 
 
▲ '2011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2011.12.22 대구 2.28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2011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Homeless Memorial Day)'가 12월 22일 저녁 대구 2.28공원에서 열렸다. 추모제는 시민 6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겨울 바람이 칼같이 날카로운 추위 속에 참가자들은 거리에서 숨진 노숙인들의 넋을 위로하며 노숙인을 비롯한 빈곤층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는 '노숙'이라는 극빈의 상황 속에서 생을 마감한 노숙인의 넋을 위로하고, 이러한 죽음이 노숙인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 추모제는 <인권운동연대>와 <대구노숙인상담지원센터>,<쪽방상담소>를 비롯한 16개 시민.노동단체가 열었으며,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가 '노숙인추모제 준비위원회' 대표를 맡았다.

 
 
▲ 추모제에는 6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올 한해 대구지역에서 33명의 노숙인이 사망했습니다"

대구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은 "올 한해 대구에서 33명의 노숙인이 사망했습니다"라는 말로 추모제를 시작했다. 이어 "지금 이 노숙인 추모제가 단지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것 만이 아니라 빈곤층과 노숙인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추모제 의의를 말했다. 특히 "노숙은 빈곤의 다른 이름 일 뿐"이라며 "노숙인을 테러 위협세력으로 둔갑시켜 공공역사에서 추방하는 서울시의 정책이 지방까지 옮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이 추모제 시작을 알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노숙인추모제준비위원회'가 대구시청과 8개 구.군에 확인한 결과, 지난 2009년부터 올 12월까지 대구지역의 무연고 사망자 수는 총 96명으로, 2009년 31명, 2010년 32명, 2011년 33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구가 27명으로 가장 많고, 중구 18명, 동구 17명 순으로 집계됐다.

 추모제에서는 대구대학교 몸짓동아리 '역지사지'가 노숙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공연을 한 뒤, 노숙인의 현실과 요구를 담은 영상물 '38세 노숙인의 죽음, 그의 삶을 추적했다(MBC,PD수첩)'를 상영했다. 이 영상은 노숙인이 얼마나 사회에서 배제된 삶을 살고 있는지 한 청년의 삶을 통해 고발하고 있었다.

 
 
▲ 대구대학교 몸짓동아리 '역지사지'가 공연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이어, 서창호 대표가 노숙인 인권보장에 대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철도역사 노숙인 퇴거 즉각 중단 ▲철도공사는 공공역사 중심의 사회위기계층 지원책 마련 ▲노숙인 주거지원대 마련을 위한 예산 확보 ▲노숙인, 쪽방주민들의 생계안정을 위한 동절기 특별자활근로 실시 ▲노숙인, 쪽방주민을 위한 3차 의료기관 지원체계 마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2011.6)에 따른 시행계획 마련이 주요 내용이었다.  

 
 
▲ "우리는 인권과 일자리를 요구한다"...노숙인들의 희망사항을 담은 내용을 읽고 있는 박중엽씨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학교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대학생 박중엽(25)씨는 추모제에 대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 저도 노숙인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지는 않아요. 알고 싶어서 왔어요. 왜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인지. 그래도 여기에 와서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 조금 없어진 것 같아요. 그들이 게을러서 혹은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잖아요. '일자리'에 대한 노숙인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생각해요."

 
 
▲ 분향소에 마련된 영정사진은 텅 빈 채 액자만 세워져있다 / 사진. 평화뉴스 수습기자 김영화
추모식은 참가자 전원이  헌화를 하며 도시에서 이름 없이 쓸쓸이숨져간 노숙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헌화식이 진행되자 장민철 사무국장은 이름이 비어있는 그들의 명패를 하나하나 짚었다. 그리고 거리에서 죽음을 맞은 그들이 어디에서 사망했는지 일일이 장소를 부르며 참가자들이 그들을 기억하길 바랐다.

추모제가 열린 2.28공원 입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들에게 작은 그릇에 팥죽을 담아 나눠주기도 했다.

저녁 7시 40분쯤, 지팡이를 짚은 한 노숙인이 공원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사진이 비어있는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노숙인의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pnnews@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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