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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조지보다 더 헨리 조지다운

기사승인 2011.12.30  11: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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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강수 / 『땅과 정의』(김윤상 저 | 한티재 | 2011.12)


헨리 조지(Henry George)보다 더 헨리 조지다운 분. 나더러 김윤상 교수(경북대)를 한 마디로 묘사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19세기 후반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를 집필하여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국가들의 사회개혁 운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헨리 조지. 그는 토지의 중요성과 잘못된 토지제도의 해악을 설파했을 뿐만 아니라 지대조세제(Land Value Taxation)라는 절묘한 대안을 제시했던 뛰어난 경제학자였다. 그리고 그 대안의 실현을 위해 온 몸을 바쳐 운동했던 사회개혁가이기도 했다.

헨리 조지는 칼 마르크스(K. Marx)와 동시대 인물로서 그와 어깨를 겨뤘고, 당시 미국의 쟁쟁한 경제학자들이 그를 제압하기 위해 나섰을 정도로 기득권층에 위협적인 인물이었다. 클라크(J. B. Clark), 셀리그먼(E. R. A. Seligman), 일리(R. T. Ely), 워커(Francis A. Walker), 나이트(Frank Knight) 등 미국 신고전파 경제학의 선구자들은 헨리 조지 한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토지를 경제학 체계로부터 몰아내는 희한한 수법을 구사했다. 그로 인해 오늘날 경제학은 현실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토지문제를 보지 못하는 불구가 되고 말았으나, 헨리 조지를 제압하려고 했던 그들의 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 결과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사이에 세계를 휩쓸었던 헨리 조지의 사상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지금은 경제학 책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김윤상 교수는 국내에서 헨리 조지 연구를 개척한 분이다. 1980년대 중반 헨리 조지의 글을 접한 이래 헨리 조지 사상에 입각한 토지정책 연구에 천착해 온 그는 『진보와 빈곤』, 『정치경제학』 (The Science of Political Economy) 등 헨리 조지의 명저들을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토지정책론』, 『지공주의』와 같은 뛰어난 연구서들을 집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헨리 조지가 토지공개념의 원조로 인식되게 된 데는 김윤상 교수의 공헌이 크다.

 
 
▲ 김윤상 교수
김윤상 교수는 처음 얼마 동안은 단순히 헨리 조지 사상과 지대조세제를 소개하는 일을 하다가, 헨리 조지 사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지대이자차액세, 부동산 백지신탁, 지공주의(地公主義: 조지주의에 대해 김윤상 교수가 붙인 이름) 사회보장 등 현실의 부동산 문제와 경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일에 주력했다. 이 대안들은 헨리 조지의 책에는 나오지 않는 새로운 것들이다.

만일 헨리 조지가 살아서 그 내용을 듣는다면, “와! 내 사상을 나보다 더 잘 적용했군요.”라며 김윤상 교수를 칭찬할 것 같다.

지대이자차액세는 헨리 조지 식으로 지대의 대부분을 조세로 환수할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예컨대 부동산 값 폭락 등)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다. 지대의 대부분이 아니라 지대에서 매입지가의 이자를 공제한 부분을 조세로 환수하는 것이다. 이자공제형 지대세라고도 불리는 이 세금을 징수할 경우, 지가를 매입지가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즉, 부동산 가격 안정과 불로소득 차단이 동시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백지신탁은 병역문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 후보자들을 낙마시키는 최대의 ‘장애물’(?)인 고위 공직자 부동산 투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 중에서 실수요 목적임이 입증되지 않는 것들을 백지신탁하게 하고, 퇴임 시에 매입가격의 원리금을 되돌려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경제정책이 공직자들의 사리(私利)에 의해 좌우되는 일도 대폭 줄어들 것이고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고위 공직 후보자로 나서는 사람들도 ‘부동산 투기죄’에 걸려 낙마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공주의 사회보장은 토지를 포함하는 자연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하여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는 사회보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오늘날 복지국가론자들이 주장하는 사회보장은 주로 노력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납세자들의 불만을 사기 쉽다. 반면 김윤상 교수가 주장하는 지공주의 사회보장은 국민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는 자연 자원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재원으로 삼기 때문에 그런 불만은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지공주의 사회보장은 생계문제가 생기는 사람들에 한정해서 사회보장금을 지급하는 보험 방식을 적용하고 또 수혜자로 하여금 사회보장금을 상환하게 하기 때문에, 일반 사회보장 제도에 수반되기 마련인 재원 부족 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

많은 학자들과 정책 입안가들이 골치 아파 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처럼 명쾌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다. 이는 물론 김윤상 교수의 탁월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끼고 있는 안경이 매우 맑아서 흐린 안경을 낀 다른 연구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그는 보기 때문이리라. 김윤상 교수는 자신이 발전시킨 조지스트(Georgist: 헨리 조지를 따르는 사람들)의 이론과 정책 대안을  『지공주의』(경북대 출판부 간행)라는 두꺼운 연구서에서 소상하게 설명한 바 있다. 나는 헨리 조지 사후 지금까지 전세계 어떤 조지스트 학자들도 이 책에 담긴 것과 같은 수준의 이론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 『땅과 정의』(김윤상 저 | 한티재 | 2011.12)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공주의』는 일반인들이 읽고 소화하기는 무척 어렵다. 거기에 담긴 내용을 쉽게 풀어쓰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김윤상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쉽게 풀어쓴 짧은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했다. 『땅과 정의: 토지·정의·복지에 관한 에세이』(한티재 간행)라는 제목의 칼럼집이다.

이 책에서는 헨리 조지 사상, 즉 지공주의의 기본 원리가 잘 설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대안에 대해서도 쉬운 설명이 나온다. 전문 연구서인 『지공주의』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이 책은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공주의의 원리를 가지고 노무현, 이해찬, 이헌재, 홍석현, 이명박, 강만수, 정운찬, 박재완, 서경석, 조국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에 대해 실명 비판(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글은 비판이라기보다 권면에 가깝다)을 하고 있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김윤상 교수는 헨리 조지처럼 꿈을 꾸는 분 같다.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의 마지막 부분에서 불로소득과 특권이 사라진 정의로운 세상, “지상에 실현되는 하나님의 나라”, “평강의 왕(예수를 가리킨다: 인용자)이 다스리는 나라”의 비전을 이야기한다. 김윤상 교수는 동일한 비전을 율도국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통해 표현한다. 율도국에서는 모든 국민이 똑같이 존엄하며 특권과 차별은 인정되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특권이 인정되는 경우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은 공적으로 환수된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보장받는다. 율도국의 질서는 김윤상 교수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보여준다. 그것은 헨리 조지가 말한 평강의 왕이 다스리는 나라의 질서와 완전히 동일하다.

이 책에는 부동산 문제 외에도 한미 FTA나 학벌 문제와 같은 뜨거운 이슈들이 다뤄지고 있다. 자신의 전공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문제도 있는데, 어쩌면 그렇게 명쾌한 답을 내리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맑은 안경을 쓰고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부동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답을 찾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난제들을 제대로 인식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흠을 잡자면, 김윤상 교수의 대안들 중에 지대이자차액세나 지공주의 사회보장은 일반인들이 듣고서 즉각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대중의 지지를 얻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는가? 그리고 두 제도는 내용상 현행 토지세 제도와 사회보장 제도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느낌도 든다. 현행 제도와의 거리가 너무 멀면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좌초하기가 쉽다. 종합부동산세나 보유세 강화 정책처럼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추진된 정책들도 기득권층의 온갖 공격 앞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감히 판단컨대, 일반인이 듣고 즉각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갖추는 것, 그리고 대안과 현행 제도와의 간격을 좁히는 것, 그것이 김윤상 교수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책 속의 길] 50
전강수
/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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