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발전' 정부 말 받아쓰는 언론, '관변지'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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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대구 강연 / "핵발전소 '안전'은 착각...세상 어디에도 없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후쿠시마 핵참사 이후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는 탈핵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핵발전소를 42기로 늘리겠다는 이명박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16일 저녁 7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강연이 대구 대명성당에서 열렸다. '핵이라는 괴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은 저녁 9시까지 2시간가량 진행됐고, 200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이날 강의는 <천주교대구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핵없는세상을위한대구시민행동>, <대구경북녹색당준비모임> 3개 단체가 주최했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탈핵' 강연(2012.1.16 대구 대명성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탈핵' 강연(2012.1.16 대구 대명성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정부는 지난 해 12월 23일 삼척 근덕면과 영덕군 영덕읍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했다. 이후 각 부지에 4기 이상의 핵발전소를 준공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김 발행인은 이에 대해 "당시 핵발전소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부지 선정을 연말에 발표했다"며 "대중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릴 때까지 기다린 것은 자신들조차 계획이 무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발행인은 "지금 당장 발전소를 폐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추가 건설계획은 세계적 탈핵.반핵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각국 탈핵 정책을 역설했다. 지난 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7기의 원자력발전소를 3개월 간 폐쇄하고, 독일의 17기의 원전을 2020년까지 완전 폐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탈리아도 6월 국민투표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어 스위스도 5기의 핵발전소를 2034년까지 단계적 폐쇄하기로 선언했다.

그는 "핵발전소에 대구는 이미 포위됐다"며 "울진, 경주(월성), 부산(고리)에 이어 영덕과 삼척까지...대구시민들은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리1기는 현재 부산을 포함한 경남, 대구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30년 이상 된 핵발전소를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 핵발전소가 있는 곳은 4군데, 모두 21기다. 고리에 5기, 영광에 6기, 울진에 6기, 경주 월성에 4기로 2009년 기준 34.1%의 발전 점유율, 이용률 91.71%, 고장건수 0.3건이다. 김 발행인이 지적하는 것은 '고장건수 0.3건'이다.

강연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피켓과 자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강연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피켓과 자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김 발행인은 "사람들은 핵발전소의 '자동제어장치기' 때문에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착각한다"며 "핵발전소는 사람의 의해 작동되고 관리된다. 그리고 사람은 실수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고장건수0.3건의 의미는 누군가가 실수를 한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 440개의 핵발전소 중 50년간 6기가 터졌고, 이것이 재앙을 불러왔었다. 모두 인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발행인은 "과학자, 공학자, 의사들조차 핵의 무서움을 알지 못한다"며 "하물며 정치인들은 더욱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정부와 전문가들을 비판했다. 그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사람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가 쏟아지는 것은 물론 빗질 후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졌다"며 당시 병원에 잠입 취재한 기자의 기록을 예로 들어 핵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김 발행인은 또 "국내 역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국가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 해 12월 '서울대 의대 의학연구원 원자력 영향.역학 연구소'가 발표한 결과를 예로 들며 "국내 원전 5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갑상선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민보다 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덧붙여 1980년 영광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이 무뇌아를 유산했던 사례를 들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핵은 사람이 관리하고 제어하기 위험한 물질"이라며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플루토늄, 우라늄)을 억지로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핵분열 기술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간은 핵을 충돌시켜 움직이게 할 수는 있어도 분열을 멈추지 못한다"며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핵이란 없다. 있다면 말해 달라"고 얘기했다.

김 발행인은 누적피폭양의 차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일반시민의 누적피폭양은 연간 1mSv(밀리시버트), 핵발전소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누적피폭양은 10mSv다"며 "노동자들의 몸은 무쇠로 만들어졌느냐"며 "핵에 노출되는 것에 '안전한 기준치'란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도 원자력 발전소 추진파와 언론은 침묵했었다"며 "지금 국내 언론 역시 마찬가지"라고 언론을 향해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언론사는 '전기 발전을 위해 핵발전소를 짓는다'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받아쓴다"며 "국가를 대변하는 '관변지'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탈핵' 강연(2012.1.16 대구 대명성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탈핵' 강연(2012.1.16 대구 대명성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이날 강연이 끝날 무렵.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독일정부와 일본정부의 핵발전소에 대한 견해 차이는 "녹색당이라는 당의 있고 없음"이라며 "환경과 정치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탈핵정책은 오랜 기간 동안 생명과 평화를 위해 정책적 뒷받침을 한 정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이제 한국에도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환경 분야에 국한된 정당이 아닌, 국가 틀에 갇힌 정당도 아닌, 국제연대를 표방하는 정당을 만들어보자"고 강연 참석자들에게 '녹색당'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녹색당은 2월 창당을 목표로 1천명 당원 참여를 호소하고 있으며, 대구녹색당 발기인 대회는 1월 26일 카페 '와이스토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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