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국채보상공원 기념관에서 대구경북학회가 주최하는 ‘전환의 도시 대구’ 북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그 시간을 함께 즐겼다. 공연도 준비되었고 막걸리도 제공되었다. 대학총장, 공무원, 시의원, 시민운동가, 학자, 시인, 언론인, 대학원생 및 대학생 등이 격의 없이 둘러앉아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하고 웃고
대구의 탈근대화와 보로메오 매듭김영철(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대구는 과거의 도시다. 20세기 이전의 관념과 태도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대구에서 새로운 상상력으로 도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좌파로 내몰리거나 경계 대상의 불온한 사람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대구에서는 박정희와 이명박의 좌표를 넘어선 어떠한 가치와 대안도 수용되지 않는다. 박정
선거철임에는 틀림없나보다. 벌써 온갖 말과 레토릭이 저자거리에 난무하고 있다. 그 가운데 단연 눈에 뛰는 압권은 ‘대구를 바꾸자’라는 구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말에 기대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TK 기득권 세력을 등에 업고 있든 혹은 그것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든, 선거판에 뛰어든 사람이면 누구나 대구를 바꾸어야 한다는 명분
지난 주 서울 시장 선거에서 가장 주목할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30대의 반란이다. 30대의 76%가 박원순 시장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몰표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 몰표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분노에 대해서 우리사회가 겸허하게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거역할
경쟁과 전쟁 ‘나가수’를 보면 재미있다. 조관우가 가성으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진성으로도 음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나로서는 신기할 뿐이다. 박정현이 그 예쁜 목소리로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라는 대목을 부를 때는 마음이 아려서 혼났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나가
서사와 정의 며칠 전 자동차를 타고 아내와 도청교(道廳橋)를 지나고 있었다. 아내는 대학시절에 데모대에 섞여 도청교를 뛰어서 건넌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도청교를 쳐다보면서 푸르디푸른 젊은 시절을 떠올린 것이 틀림없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세상의 슬픔을 혼자 다 짊어진 사람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터벅터벅 홀로 도청교를 걸어가고 있는 젊은 남
어제 내가 읽은 두 권의 다른 책은 우연찮게도 파시즘에 관한 이야기를 동시에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을 어떤 내용으로 메워야 할까라고 고민하고 있는 이 순간에 서로 다른 두 권의 책에서 파시즘에 관한 논의가 다루어지고 있는 것을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나의 관심이 그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반드시 의식하지는 않았지
N형께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N형.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설날입니다. 2010년 새해를 맞는다고 법석거렸는데, 오늘 또한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갖습니다. 양력과 음력을 동시에 기준으로 삼아 세상을 헤아리는 방식이 복잡할 법도 한데 우리는 용케도 이러한 방식으로 사는데 오래 전부터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피아노의 백건과 흑건이 어울려 아름
대구경북은 미래로 가는 길에 서 있는가나는 어릴 적 좁고 어둡고 긴 비밀터널을 지나면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나는 판타지에 푹 빠진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이가 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등산을 하다가 산꼭대기쯤에서 몸 하나쯤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바위틈을 보면 나는 그 틈을 헤집고 저쪽 편으로 빠져나가고 싶은 알 수 없는 충동에 빠진다. 바위틈 저쪽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기본적인 전제는 개인의 경제활동에 최대한의 자유를 제공하게 되면 사회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직될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유가 인류를 해방할 것이라는 믿음이 최소한 경제 운영 방식에는 그대로 통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갈등과 교착적 현상은 97년체제의 부산물이다. 97년체제 극복은 지금의 경제 운영 기조와는 다른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분명한 것은 한국사회가 1997년 이후 선택한 세계금융질서로의 편입의 속도와 방식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는 것은 97년체제의 위험성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사실이다. 97년체제가 세계금융 권력의 무모한 탐욕과 그것이 야기한 거품(bubble) 경제의 환상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명백해졌다.
조용팔과 너훈아를 아는지. 이들은 짝퉁이다. 노래는 기가 막히게 잘 부르지만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보고 그저 피식 웃을 따름이다. 이에 반해 일류 가수는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 새로움에 늘 감동한다. 이명박 정부는 선진화를 지향하고 있다. 선진화는 일류 가수가 되는 것과 같다. 한 사
몸의 기억은 정확하다. 요즘 나는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이 늘고 있다. 1980년에 5월에도 그랬다. 그 때 괴담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당시 군부 세력이 배후 세력에 대한 희한한 정보를 당시 군부 세력이 퍼뜨렸다. 온 몸을 엄습하는 불안감 때문에 당시 대학생들이었던 우리들은 대낮부터 술집에 모여서 술을 마셨다. 요즘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괴담이 시
사람 중에 만나면 피곤한 이들이 있다. 나로서는 원리주의자를 만나면 몹시 피곤해진다. 내가 말하는 원리주의자는 모두가 아는 기본적인 상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들고 모든 논의를 그 안에 가두어두려는 사람이다.가령 경제학 원론에 따르면 시장거래는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시장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대학교 1학년 경
어릴 적 시장 어귀나 동네 공터에 잊어버릴 때쯤만 되면 한 번씩 나타나는 약장수를 기억하는가. 그들은 차력사의 시범을 통해 우선 사람을 끌어 모은다. 그리고는 이른바 만병통치약이라는 물건을 꺼내들고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공짜구경을 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혹은 그냥 뒤돌아서면 봉변을 당할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말솜씨가 좋은 약장수의
서구 사람들이 남을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는 그 사람이 과연 교양 있는(civilized) 사람인지 여부이다. 그들은 교양 있는 사람에게만 교양 있게 대한다. 교양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들이 대처하는 방법은 상종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그것을 교양 있는 대응 방식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교양 있다고 번역하고 있지만 이 말의 영어식 표현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임기 중 최대의 치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 ‘대못’을 박아놓겠다고 말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 딴 소리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임기 내내 제기된 비판은 다름 아닌 이와 같은 난데없는 무모함과 치
요즘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부쩍 자주 쓰인다. 대선주자들은 본인이야말로 시대정신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대정신(Zeitgeist)이라는 용어는 헤겔에 의해 널리 알려진 말이다. 시대정신은 어떤 시대를 관통하는 지배적인 에토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시대정신은 역사의 진보를 믿는 사람의 전유물이다. 한 개인이 역사의 정의에 대해 가끔 무력한 패배감을 느끼
얼마 전 국회에서 ‘금융기관 공익성 제고에 관한 법률’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그곳에 진술자로 지목이 되어 국회를 갔다 온 적이 있다. 금융기관의 공익성을 제고시킬 법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금융기관의 공익성에 관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반대하는 사람도 발언을 하였다. 그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금융기관에 대
어느 사회이든 금기(禁忌)라는 것이 있다. ‘건드리면 다쳐’라고 사회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이 금기가 된다. 금기는 사람들이 대놓고 언급하는 것을 꺼릴 뿐 그 내용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일 경우가 많다.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발설한 아이는 금기를 깨뜨리는 무모한 역할을 얼떨결에 떠맡은 모양이 되었지만, 기실 금기는 누군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