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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녹색을 꿈꾸는 실천가를 만나다

기사승인 2012.05.04  10: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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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애 / 『변방의 사색』(시골교사 이계삼의 교실과 세상이야기 | 2011.8)


 그는 10년여 다닌 밀양의 고등학교 선생직을 스스로 그만두었다. 난 22년여 근무한 학교를 이명박과 이주호에 의해 등 떠밀려 나왔다.  그는 ktx대신 무궁화를 타고 강연을 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밀양을 활보 하신다.  난, 10년 전 구입한 쏘렌토를 경유 값이 비싸다고 툴툴대면서도 애용하고 있다.

그는 전교조가 관료화 되어 가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학교의 조합원교사들은 집행부의 협상 보따리만 기다리는 나약한 존재가 되어 감을 개탄하였고, 공교육 밖의 학생도 인정하는 교육구도가 되기를 바란다. 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약화 시키려는 이 정권에 맞설 힘을 실어 줘야한다고 생각을 하며, 학생을 살릴 수 있는 인간화교육을 공교육 안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남자이고, 난 여자이다. 그는 용산의 현장에 참여하고, 밤이면 용산역에서 노숙자와 밤새 대화를 하거나 바라볼 수 있으며, 난 휴일 날, 6시간마다 밥과 반찬을 식탁위에 올려야 하는 엄마 역할이 있다. 실천력이 떨어지고, 덜 치열하고, 글도 못 쓴 변명을 구구절절이 찾아보려고 했더니... 쩝! 없다.
 
지난해, 밀양의 고등학교 교사였던 이계삼 선생님이 ‘영혼없는 사회의 교육’이란 책을 내고  강연을 오셨다. 성찰하고 고뇌하는 이 시대 교사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을 보고, 강연을 들으며, “저렇게 영혼이 순수하신 분이 험난한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지내시려나?” 공부모임 지인들과 넋두리했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새 ‘변방의 사색’을 출판하시고, 2012년 2월에 퇴직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2년 3월 총선의 열기가 뜨거울 무렵 한겨레 칼럼에 쓴 그의 글이 기억난다.  총선후보 ‘대장들’에게 가난과 고통 받는 약자들을 위하여 제대로 앞장서주기를 바라는 날선 글이었다.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고 질타한 그의 글을 두고 전교조 활동가 어느 분은 못마땅해 하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적어도 국민의 대표로 나서는 분들에게 본분을 일깨우는 용기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 『변방의 사색』(이계삼 씀 | 꾸리에 펴냄 | 2011.8)
 ‘변방의 사색’을 읽으면,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면서 학생들과 부대끼며 애쓰는 입시담임 선생님의 애환이 보인다. 명문대 입학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며 비정규직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 사회 구조와 그것을 힘없이 지켜봐야하는 교사의 분노가 녹아있다. 나아가, 소도시 현수막의 주인공인 제자가 졸업 후 취업 할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애잔함이 묻어 있다.

용산참사, 죽어가는 4대강, 천성산과 지율스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에 관한 글에서는, 그가 책과 TV가 아니라, 몸소 참가하고 실천하는 교육 노동자임을 알 수 있다. 그의 교육과 사회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귀하게 와 닿는 이유이다.

핵발전소 건설반대를 위한 밀양의 송전탑공사 저지 운동 편에서는, 실천하는 지역시민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사유하는 교육 지식인으로만 남지 않은 그가 아름다운 이유이다.  문학적이면서 서정적이기까지 한 그의 책도 훌륭하지만, 그의 강연은 더욱 좋아 서럽다.

 그는 인문학과 농업을 가르치는 2년 과정의 ‘젊은이를 생각하는 학교’를 짓겠다고 한다. 밀양의 지역민들과, 성인이 된 제자들과 함께 20년을 예상하며 천천히 준비하겠다고 한다.  미군주둔을 위한 대추리 분교, 이라크 파병 등 흔히 말하는 민주정부에서조차, 강자와 가진 자만을 대변하는 예에서 보았듯, 제도적인 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어디서? 여기서, 누가? 나부터, 무엇을? 작은 것이지만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보자고 했다. 책상 앞에서 구상하고 입으로 외치지 말고, 손으로 노동하고 발로 디뎌가며, 격물치지(格物致知:사물을 통하여 앎을 얻는)로 삶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학교 폭력 대책에 의존하지 말고 나부터 실천하자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정부와 교과부는 일진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처벌과 분리를 해결안이라고 내놓았다. 거듭되는 자살과 끊이지 않는 왕따 문제를 비토하기보다, 학생과 자녀에게 부리는, 내가 몰랐던 폭력을 알기 위하여 공부하고, 나의 권위를 학생과 수평적으로 나누는 방법을 실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행을 떠나보고, 베란다의 스티로품에 흙을 담아 지렁이를 키워보며, 방울 토마토를 키워보는데서 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노숙인에게 스프를 떠 주며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을 일생동안 실천한 ‘도로시 데이’와, 유태인의 어린 제자들을 껴안고 죽음을 선택한 폴란드의 작은 마을 교사였던 ‘야누스 코르자크’를 예를 들었다.

 더불어 그는, 익숙한 나쁜 것들로 부터의 '단절'을 제안했다.
 급식과 외식, 술자리의 현실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육식을 끊어 보는 것, 차를 버리고 걸어보는 것, 백 팔 배를 해보는 것 등이 그것인데, 나는 주 중 한 번의 끼니 굶기를 실천해보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내 심중을 읽기라도 하는 듯, 굴러 내리는 돌을 다시 옮기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작심삼일’을 사흘마다 새로 시작하는 의미로 재해석 하며, 한 번 해보자고 그는 말했다.

 전교조였지만, 집행부의 협상보따리만 기다리지 않았고, 변방에서 사색만 하지 않았던 그가, 학교에 남아있는 자에게 불편한 화두를 선물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두 사람의 리더에 의존하는 민주주의와,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시스템은, 인간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공교육의 파괴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20년이 되기 전, 그의 성공 여부를 가름하기 전, 여러 사람이 그 길을 애용하면 그곳이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큰소리로 웅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실천은 울림이 컸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널리 퍼지기를 소망한다.
‘이곳, 지금, 난 무엇을 할 것인가?’ 나도 더 이상 변명거리를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책 속의 길] 65 
박성애 / 해직교사

   
▲ <한겨레> 2012년 3월 30일자 31면(오피니언)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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