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목수 손톱에 멍 빠질 날 없는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6.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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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500여명 '일당 인상' 총파업 / 건설노조 "2만5천원" vs 사측 "6천5백원"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 목수가 "임금인상"을 촉구하며 망치모양 피켓을 들고 총파업 기자회견에 참석했다(2012.6.2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 목수가 "임금인상"을 촉구하며 망치모양 피켓을 들고 총파업 기자회견에 참석했다(2012.6.2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리 목수가 없으면 공사장은 멈춘다. 그래서 목수의 손톱에 든 멍은 빠질 날이 없고, 잠깐 노동에도 땀은 비 오듯 흐른다. 그러나 장마, 태풍, 겨울이 오면 우리는 실업자가 되고, 한 달 중 17일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4인 가족이 먹고 살아야 한다"  

대구에서 23년째 목수로 일해 온 소순백(57) 팀장은 25일 망치대신 마이크를 잡고 건설노동자 총파업 기자회견장에 섰다. 소 팀장과 함께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목수 150여명도 함께했다. 사측이 임금교섭 과정에서 지난해 일당 인상안 '1만원'보다 적은 '6,750원' 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가 기자회견을 갖고 "건설노동자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2012.6.2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가 기자회견을 갖고 "건설노동자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2012.6.2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 목수 500여명은 6월 25일 오전 대구시청과 국채보상공원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과 출정식을 갖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두리건설, ㈜햇빛건설산업, ㈜삼호건설을 포함한 16개 하청업체 노동자로 건설현장에서 거푸집과 형틀 작업을 하던 목수들이다. 이 때문에, 대구지역 공사현장 30곳의 콘크리트(일명 공고리), 인테리어 작업도 모두 중단됐다.

앞서, 건설지부는 지난 3월부터 한 달 동안 노조원 619명을 상대로 임금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평균일당은 '12만 5천원', 평균 한 달 근로일수는 '17일', 부채비율은 '74.69%', 본인포함 부양가족은 '3.4명'으로 나타났다. 이어, 97.4%가 '한 달 임금이 생활에 부족하다'고 했고, 85.66%가 '현재 임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건설지부는 올 4월 19일부터 6월 7일까지 16개 업체를 상대로 7차례의 '임금교섭'을 가졌다. 건설지부가 제안한 인상안은 "팀장 18만원, 조장 17만원, 기능공 16만원, 준기능공 14만 5천원"으로 작년보다 '25,000원' 오른 인상안이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 중 어떤 안도 제출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건설지부는 6월 8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열흘 뒤, 사측은 평균일당의 5%인 '6,750원'의 인상안을 내놓았다. 작년 '1만원' 인상안보다 '3,250원'이나 적고, 건설지부가 제출한 안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건설지부는 이날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청과 국채보상공원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과 출정식을 가졌다(2012.6.25.국채보상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설지부는 이날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청과 국채보상공원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과 출정식을 가졌다(2012.6.25.국채보상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때문에, 건설지부는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임금인상’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며, 전체 재적 619명 중 450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찬성 421명, 반대 24명, 무효 5명으로 93.5%라는 높은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그러나, 지노위는 교섭을 진행해 온 9개 업체에 대해 '조정'을 "종료"했고, 3개 업체에만 "시정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지난 해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받게 되면 노조와 사측은 처음부터 다시 교섭을 시작해야하고, 건설 현장에 있는 다른 노조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건설지부는 "노동부.지노위를 강력 규탄"하며 ▷25,000원 임금인상, ▷'교섭창구단일화' 포함 노동악법 폐기, ▷'최저낙찰제도'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측은 임금교섭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묵살했다"고 비난했다. 또, "건설현장 저임금 문제는 시민 안전을 우선하지 않고 이익만을 좇는 '최저낙찰제'로 비롯되고 있다"며 "여기서 발생한 적자 때문에 건설노동자의 저임금이 고착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노위와 노동부는 사용자 편향 행정조치로 교섭을 수포로 되돌려 놓았다"며 "자율교섭 막는 노동부가 어떻게 노동자를 위하는 기관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봉무동 건설현장 목수 소순백 팀장, 이길우 대구경북건설지부장, 손나희 대구경북건설지부 교선차장, 임성렬 민주노총 대구지부장(2012.6.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봉무동 건설현장 목수 소순백 팀장, 이길우 대구경북건설지부장, 손나희 대구경북건설지부 교선차장, 임성렬 민주노총 대구지부장(2012.6.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봉무동 건설현장 목수 소순백 팀장은 "10kg 넘는 합판을 들고 공사판을 오가고, 쉬고 싶어도 쉴 곳이 없어 먼지가 날리는 맨 바닥에 합판을 깔고 잔다"며 "지금 임금은 노동량에 비해 너무 낮고, 겨우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이라고 했다. 또, "훗날 내 자식이 망치를 잡고 일할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며 "지금 우리가 꼭 임금인상을 해야 다음 세대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길우 대구경북건설지부장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 살아야 하는 목수들이 오늘 일당을 포기하고 모인 것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라며 "총파업을 통해 건설노동자도 안정적인 직장과 일자리를 보장받길 원한다"고 했고, 손나희 대구경북건설지부 교선차장은 "전례 없는 낮은 임금인상안을 내놓은 사측과 노동자에게만 합의를 종용하는 지노위 태도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며 "생존을 위해 파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임성렬 민주노총 대구지부장은 "현 정권은 교섭창구단일화라는 독소조항을 포함한 노동악법으로 평균 52세 늙은 목수 노동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빼앗긴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싸우자"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는 25일 오전 총파업 기자회견과 출정식을 가진 뒤 중앙로 일대에서 거리행진을 했고, 26일 저녁에는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건설노조 총파업 사수를 위한 투쟁문화제'를 개최한다. 이어, 28일에는 상경투쟁을 할 예정이다.

총파업 출정식에서 건설지부는 ▷25,000원 임금인상, ▷'교섭창구단일화' 포함한 노동악법 폐기, ▷최저낙찰제도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2012.6.25.국채보상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총파업 출정식에서 건설지부는 ▷25,000원 임금인상, ▷'교섭창구단일화' 포함한 노동악법 폐기, ▷최저낙찰제도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2012.6.25.국채보상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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