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의 '박근혜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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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매일> 박근혜, '과거사' 피해자 이미지로...비난은 주위 사람에게


여론조사․지지율 표로 도배하던 보수일간신문들의 1면에서 이런 기사가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분석한 기사로 대체한 것도 아니다. 그 대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감싸기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공격․비난하는 기사, 호기심 자극 가십이 넘치고 있다. 후보의 정책 검증, 의미 있는 인물 검증은 실종상태다. 그런가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랬다 저랬다’ 기사도 넘치고 있다. 감성에 호소하는 묻지 마 투표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읽히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감싸기'

조선일보, 매일신문 등 보수일간신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감싸기 보도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보도라기보다는 확성장치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것이면 초점, 개념을 모호하게 흐리는 수법을 상습적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독자․시청자들은 최면상태에 빠지거나 미로에 빠져 정확한 선거정보를 박탈당하고 있다.

보수언론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과거사.’ 박근혜의 생부 박정희와 그의 독재정치, 독재정부가 자행한 1960․70년대의 숱한 민간인 ‘실종’, 인권유린, ‘국론통일’이란 미명을 내건 언론탄압, ‘헌납’이란 이름의 민간재산 강탈, 그리고 헌정질서 유린 등의 폭압을 ‘과거사’란 이름의 우산 아래 슬그머니 묻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사' 피해자 이미지 씌워

박정희 군사정부, 유신독재를 생생하게 경험하지 못한 40대 이하 유권자들에게 ‘과거사’는 중앙정보부를 수족으로 부리는 박정희 군사정부, 유신독재의 얼음장 같은 억압, 피를 뿌리는 폭압, 숨이 막히게 하는 독재체제, 꽉 막은 언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다치는 국가폭력을 피부에 와 닿게 떠올리지 못하는 애매한 표현일 뿐이다. 박정희와 그 체제의 부정적 유산-악행-을 교묘한 수사를 내세워 독자․시청자들-국민들이 실감하지 못하게 차단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보수언론은 박근혜를 되레 ‘과거사’의 덫에 치인 피해자로, 심지어 ‘미래’를 향하는 박근혜의 발목을 붙잡는 나쁜 무리들의 억지 정치공세의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숨을 죽이고 ‘박통’의 1인체제․영구집권에 무조건 손을 들어야만 했던 강권통치가 바로 ‘과거사’의 실상이었고 그 실상 중의 아주 작은 파편 같은 것이 바로 정수장학회란 것을 ‘과거사’란 용어는 훌륭하게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보수언론들이 즐겨 사용하는 ‘과거사’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한 뒤 유신헌법을 통과시키고, 유신헌법에 따라 장충체육관에서 통대의원(통일주체국민회의대의원)이란 거수기 체제를 만들어 만장일치로 대통령을 뽑게 하고, 연임규정을 없애 영구집권 체제를 구축하고, 그것도 모자라 유정회(유신정우회)란 이름으로 국회의원 1/3을 임명하고, 긴급조치권을 대통령이 가지게 해 헌법조차 정지시킬 수 있게 한’ 박정희의 유신독재(군사정부도 함께)라고 꿈에라도 알 수 있을까.

<매일신문> 2012년 10월 16일자 8면(정치)
<매일신문> 2012년 10월 16일자 8면(정치)

문재인․안철수는 '공격자', 박근혜는 '피해자'?

' 리틀 조선일보‘라는 매일신문을 보자. 「비전․정책은 없고… ’과거로 가는 대선’」(매일신문. 2012. 10. 16. 8면. 정치) 기사는 대선정국이 ‘과거사’ 논쟁으로 허송세월을 하는 듯이 묘사하고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공격자로, 박근혜는 공격당하는 피해자로 구도를 잡은 채 박정희의 부정적인 유산에 대한 지적은 ‘정치논란’으로 그 의미를 단칼에 격하, 부정하고 있다.

‘과거사’가 그런 정도의 정치논란에 불과하다면 박근혜는 그걸 무시하면 그만일 테고, 보수언론들은 박근혜 후보에게 ‘무시하라’고 하면 될 텐데 박근혜가 국민여론에 떠밀려 립 서비스로 ‘사과’하는 모양새라도 갖출라 치면 마치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듯이 호들갑을 떠는 기사로 지면에서 나팔을 불어준다(「부마항쟁 33주년 하루 앞둔 박근혜/“피해자에 깊은 위로, 명예회복 최선”」, 조선일보. 2012. 10. 16. A8. 정치).

박근혜 감싸고 비난화살은 주위사람에게

‘과거사’ 처리와 관련한 박근혜 후보의 앞뒤가 맞지 않는 표피적인 대응으로 되레 국민여론에 불을 지르는 양상이 전개될라치면 보수언론은 재빨리 연막을 친다. 잘못은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 주위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다고. 박근혜는 잘못이 없다고(「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의 평지풍파」, 매일신문. 2012. 10. 15. 27면. 오피니언. 사설). 그러면서 빠뜨리지 않는 것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감성적 동정 기사. 「‘미래’ 간절한 朴/박정희 33주기 추도식서/‘과거사 논란 그만’ 호소」제목의 기사(매일신문. 2012. 10. 26. 4면. 정치), 「또한번 고개 숙인 박근혜, 과거사 종지부 찍나?」(매일신문. 2012. 10. 27. 2면. 종합)는 그야말로 제목만으로도 박근혜 후보는 ‘미래’를 지향하는, ‘과거사’ 피해자란 인상을 물씬 풍기고 있다.

<매일신문> 2012년 10월 15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2년 10월 15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2년 10월 27일자 2면(종합)
<매일신문> 2012년 10월 27일자 2면(종합)

보수언론이 박정희 군사정부․유신독재의 구체적인 죄악상을 ‘과거사’란 용어로 얼버무리려는 목적은 ‘피해자 박근혜’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독자․시청자들에게 각인하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실상은 차단된다는 계산을 한다. 이 움직임은 박정희가 다른 사람도 아닌 고향(선산-오늘의 구미)친구이자 후배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손에 의해 궁정동 만찬장에서 숨진 ‘10.26’ 다음날 지면에서 절정에 달했다.

「“아버지 시대의 성취는 국민께…/아픔․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기사(조선일보, 2012. 10. 27. A6. 정치)는 국민을 슬프게 하고 국가의 근간인 헌정질서를 간단히 뭉개버린 독재자 아버지 박정희의 부정적인 유산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는 온데간데 없고, 그 아버지의 정치노선(‘아버지 시대의 성취’라고 에둘러 표현)을 오늘의 현실 정치에서 구현하려는 박근혜 후보를 박정희 후광을 들추면서 감싸는 감성적, 정파적 보도의 절정이랄 수 있다.

<조선일보> 2012년 10월 27일자 6면(정치)
<조선일보> 2012년 10월 27일자 6면(정치)

정수장학회 강탈 끝내 인정 안 해

보수언론이 ‘과거사’란 애매모호한 용어를 아무리 사용하고, 박근혜 후보가 립 서비스로 ‘유감’을 그렇게 되뇌었어도 박정희가 강탈한 정수장학회 환원은 박근혜에겐 요지부동. 그럴 의사가 그녀의 발언록을 보면 털끝만큼도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수장학회는 헌납받아 새로 만든 것”…강탈 부정」(한겨레. 2012. 10. 22. 1면), 「박근혜 ‘정수장학회’ 강탈 부인」(경향신문, 2012. 10. 22. 1면), 「과거사 3탄, 사과는 없었다」(중앙일보. 2012. 10. 22. 1면) 보도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그동안 정치군인들에 의한 5․16군사정변,  무죄한 국민을 사법 이름으로 학살한 인혁당 살인에 대해 그녀가 그동안 보여준 어정쩡한 사과 행보가 립 서비스에 불과했음을 유감없이 반증하고 있다.

<한겨레> 2012년 10월 22일자 1면
<한겨레> 2012년 10월 22일자 1면
<경향신문> 2012년 10월 22일자 1면
<경향신문> 2012년 10월 22일자 1면
<중앙일보> 2012년 10월 22일자 1면
<중앙일보> 2012년 10월 22일자 1면

이밖에도 이들 보수언론들은 경마식 보도(「DJ토론회 간 朴․安… 그때 文은 충청 農家로」, 조선일보. 2012. 10. 18. A5. 정치), 가십 기사로 국민들의 흥미, 호기심을 자극해 대선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朴, 바지 정장 ‘전투모드’/文, 염색 거절 ‘백발 고집’/安, 지방 갈땐 ‘단벌 점퍼’」(조선일보. 10. 20. A4, 정치) 기사는 이들 보수언론의 초점 흐리기 전략이 어느 정도인지 그 선정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 보수언론들이 쏟아내는 대선보도란 이름의 최면성 기사에 속지 않고 깨어서 독자․시청자들이 대선의 중요성을 알아채고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독자․시청자들-국민들은 자신이 삶겨죽는 줄도 모른 채 따뜻함만 즐기다 삶겨 죽고 마는 ‘가마솥의 개구리’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보수언론들의 대선보도 노림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선일보> 2012년 10월 18일자 5면(정치)
<조선일보> 2012년 10월 18일자 5면(정치)
<조선일보> 2012년 10월 20일자 4면(정치)
<조선일보> 2012년 10월 20일자 4면(정치)

보수언론이 말하는 ‘과거사’는 민주사회의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절대로 버려야 할, 국민과 국가에 대한 악행의 역사, 악행의 기록 파일이다. 그 ‘과거사’는 대충 립 서비스로 ‘유감’ 운운해서 청산될 성질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대선 후보들이라면 그 그림자라도 베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되풀이된다면 국가와 국민을 파멸시킬 악의 축이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과거사’가 조선시대 어디쯤의 역사가 아니라 바로 우리시대 국민의 고통, 우리나라의 일그러진 헌정사이기 때문이다. ‘과거사’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통회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그에 상응한 실천적 조치를 당장 취하지 않는 한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진정성이 인정될 수 없다.
 
대구 언론, 영남대학 강탈 안 다뤄

박정희의 ‘과거사’는 우리 대구기역에도 그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 대구지역의 영남대학은 민족지사들과 건국운동을 생활화하는 데 동참한 깨어 있는 시민들이 건국 정신으로 세운 대구대학․청구대학을 박정희가 비서진을 앞세워 강탈해 병합하고 ‘교주’로 등극한 대학이다. 한 푼도 출연하지 않은 박근혜 역시 이 대학의 이사장이었다. 그점에서 박근혜 역시 영남대학 강탈 ‘과거사’와 연루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지역 매일신문, 영남일보를 비롯한 어떤 언론매체들도 부산의 정수장학회는 가뭄에 콩 나듯이-그것도 박근혜 후보 감싸기 차원에서-라도 다루면서 대구대학․청구대학 강탈사건은 전혀 다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중앙일보> 2012년 10월 22일자 4면(정치)
<중앙일보> 2012년 10월 22일자 4면(정치)

진실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보도태도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정수장학회 ‘장학금’ 22%가 TK로 왔다고 한다(「정수장학회 장학금 22%가 TK로」, 중앙일보. 2012. 10. 22. 4면. 정치). TK와 정수장학회의 인연이 깊은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오비이락’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미디어창’이 여러 차례 언급한대로 우리지역 메이저 언론들의 정체성은 이미 긍정적인 지역 정체성을 포기한 것 같다. 건강한 국민성과 지역 정체성을 새롭게 할 지역언론 바로세우기 운동이 절실하다. 보수언론의 2012년 대선보도는 이 운동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필요한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207]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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