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앞에 놓인 '10개월짜리' 학교 비정규직 사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11.0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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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 올 연말 300여명 해고 방침...'무기계약' 정부 지침 위반 / "교장 권한"


대구시교육청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라'는 정부 지침을 어긴 채 '10개월짜리' 학교 도서관 사서 계약을 맺고 올 연말 300여명을 해고하기로 해 비판이 일고 있다. 사서를 포함한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지침 이행"을 촉구하며 11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009년 정부의 도서관 활성화 사업에 따라 지역 모든 학교에 도서관 사서를 배치하도록 했다. 고용 당사자는 학교장이지만, 사서 임금은 각 학교와 교육과학기술부 예산을 지원 받은 시교육청이 각각 50%씩 지급했다.

그러나, 사서를 고용한 전국 시.도 각 학교장은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대부분 1-2년짜리 기간제 계약을 맺어왔다.  

특히, 대구 지역 각 학교장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전국에서 유일하게 '10개월짜리'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고, 매년 3월부터 12월 말까지 계약을 맺은 뒤 계약이 해지되면 이들을 자동 '해고'했다.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학교 비정규직 사서 구인란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학교 비정규직 사서 구인란

때문에, '비정규직보호법 악용'과 '비정규직 양상'이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올 1월 16일 '공공부문 비정규 고용개선 지침'을 발표하고 "2년 이상 계속됐거나, 지속될 직무는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 결과, 서울, 충북, 경기, 광주, 울산, 부산 등 전국 대부분 광역 시.도는 학교 도서관 사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3월 27일 정부 지침과 달리 각 학교에 '학교 사서 인건비 지원 종료'를 통보했다. 사실상, 올해 12월 31일까지 362명의 사서를 해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학교 사서 노조가 '정부 지침 위반'이라며 반발하자 시교육청은 다시 '내년에도 도서관 업무를 지속 유지한다'고 수정 통보(4.18)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무기계약직 전환 주체는 각 학교장'이라고 규정(6.1)하며 '전환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교과부는 지난 7월 전국 시.도교육청에 '학교사서는 무기계약(총액인건비) 시행 대상 직종에 포함된다'는 공문을 통보하고 도서관 사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촉구했다.

<학교 비정규직 도서관 사서 대구시교육청 진행상황> / 자료. 유기홍 의원
<학교 비정규직 도서관 사서 대구시교육청 진행상황> / 자료. 유기홍 의원

또, '전국회계직연합회학교비정규직본부'를 포함한 3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6월 12일 시교육청의 교과부 지침 위반건과 노동부가 공지한 '학교비정규직 실사용자는 교육감'이라는 규정에 따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학교비정규직 단체교섭에 불응하고 있다"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지노위는 10월 중순 '학교비정규직 실사용자는 교육감으로 교육감은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며, 위반할시 부당노동행위 원인이 된다'고 판결했다. 사서 무기계약직 전환 주체와 학교비정규직 단체교섭 당사자가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전회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교육청은 교과부, 노동부, 지노위 등 정부 지침과 판결을 이행하고 사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해고 계획을 철회하라"며 "대량해고 사태에 대해 책임 감독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병선 전국회계직노조 대구지회 사서분과장은 "10개월짜리 계약서는 전국에서 대구가 유일하다"며 "이런 식으로 사서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운영과 전문성, 안전성이 떨어져 아이들 독서교육에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동기 교육감과의 단체교섭"을 촉구하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2012.7.19.대구시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동기 교육감과의 단체교섭"을 촉구하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2012.7.19.대구시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관악구 갑)도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2년 미만 기간제 직원을 반복 고용하고 단시간 형태 근로로 운영하는 것은 교과부 지침과 정면 배치돼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구시교육청은 노동부와 교과부 지침을 무시하지 말고 집행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해고가 아닌 계약종료"라며 "고용주는 학교장으로 교육청은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주외숙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학교도서관 담당은 "사서와의 계약 주체는 학교장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문제 역시 학교장의 권한"이라며 "고용 내용을 교육청이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지침에 대한 내용은 현재 어떻게 적용할지 내부에서 조정하고 있다"며 "학교비정규직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있어 정책을 수립 중이기 때문에 확답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오는 11월 3일 서울에서 ▷학교비정규직 전 직종 정규직, ▷교육감 직고용 등을 요구하며 '학교비정규직노동자대회'를 열고, 각 시.도교육청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11월 9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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