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 공권력 남용해 노동자 인권침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11.26 18: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지병원노동자진압진상조사단> "폭력, 강제연행" / 경찰 "폭력 행사한 적 없다"


시지노인병원노조 농성 중 발생한 경찰 진압에 대해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이자 과잉진압"이라는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인권운동연대'를 포함한 11개 의료, 법조, 인권, 종교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대구시립시지노인전문병원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은 26일 오전 대구경북인의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9월 12일 시지노인병원노조 연좌농성을 진압한 대구중부경찰서와 대구지방경찰청에 대해 "폭력과 강제연행, 강제해산 등 과도한 공권력을 남용해 노동자 인권을 침해했다"며 "질서유지와 법집행 논리로 수긍되지 않는 신중치 못한 공무집행이자 무책임한 처사"라고 밝혔다.

'대구시립시지노인전문병원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인권침해 진상조사단' 최종 보고(2012.11.26.대구인의협 사무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립시지노인전문병원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인권침해 진상조사단' 최종 보고(2012.11.26.대구인의협 사무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진상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시민 신체안전보호가 제일 임무인 경찰이 평화로운 연좌농성에 대해 전경을 동원해 수갑을 채우는 등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힘없는 노동자라서 함부로 해도 된다'는 낮은 인권의식을 나타낸 것"이라며 "재량권행사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집회와 시위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권리"라며 "타인 법익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강제해산과 강제연행은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시가 설립한 시립병원 노사문제에 대한 대구시의 성의 있는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였던 점을 고려해보면 강제해산까지 시켜야 할 중대한 범법행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참가자 대부분이 50대 여성노동자라는 점을 비춰 봐도 방패와 군화로 무장한 전경을 투입한 것은 폭력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연좌농성 중인 시지노인병원노조와 대치 중인 전경(2012.9.12.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연좌농성 중인 시지노인병원노조와 대치 중인 전경(2012.9.12.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조사단은 "경찰과 대구시 해당 책임자는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며 "적절한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가와 책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과 형사고소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종문(대구경북인의협 운영위원장) 조사단장은 "용산참사 사례에서 보듯 법질서 유지만 강조하는 국가공권력은 국민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며 "같은 일이 지역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경찰은 공권력 집행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인호(대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표) 조사위원은 "이번 사태에서 본 경찰 진압은 대한민국 헌법 취지와 맞지 않는 과잉진압"이라며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주영(한국인권행동 상임활동가) 조사위원은 "조사 과정에서도 경찰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서창호(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조사위원도 "여전히 경찰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침해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강종문 조사단장, 구인호, 이주영, 서창호 조사위원(2012.11.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강종문 조사단장, 구인호, 이주영, 서창호 조사위원(2012.11.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경찰은 지난달 23일 서면을 통해 인권침해 사실 여부를 전면 '부인'하며 "피해는 경찰이 입었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노조가 시청 현관 앞에 연좌하고 있어 방문객들이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수차례 경고했으나 불응했기 때문에 전경을 투입했다"고 답했다. 또, "노조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공무를 방해했기 때문에 연행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이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고 오히려 노조가 방패를 뺏고 옷을 찢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이와 관련해 12월 초 대구지방경찰청을 항의방문하고 사건 책임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촉구할 예정이다.

진압 과정에서 부상 당한 조합원들이 응급차에 옮겨지고 있다(2012.9.12.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진압 과정에서 부상 당한 조합원들이 응급차에 옮겨지고 있다(2012.9.12.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지난 9월 12일 시지노인병원노조는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김범일 시장 해결"을 촉구하며 시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에 대해, 대구중부경찰서와 대구지방경찰청은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노조 간부와 조합원 13명을 연행했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 10여명이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2-4주 부상을 입었다. 

또, 상.하의를 탈의한 채 농성을 벌이던 홍상욱 시지노인전문병원노조 사무국장을 수갑에 채워 경찰서로 연행한 뒤, "모포와 옷을 가져달라"는 홍 사무국장의 요청을 묵살하고 속옷차림으로 여성 피의자들과 20분가량 조사받게 했으며,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이재식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안경도 부러뜨렸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