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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오늘이 마지막 만남인 것처럼...

기사승인 2013.01.18  09: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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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지훈 /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 | 박세연 역 | 엘도라도 펴냄 | 2012.11)


이제 마흔을 넘기니 청첩보다는 부고가 익숙해진다. 어느덧 나에게도 '죽음'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비교적 장수(長壽)집안이어서 철들고 장례를 접할 기회가 없던 내게 처음 죽음을 가까이서 접했던 건, 군대를 마치고 갓 복학하였던 1997년이었다. 복학생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경기를 관람하던 중 골키퍼였던 친구와 골대 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 친구가 상대팀의 공격을 막으러 나가더니 그 길로 쓰러져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정신없이 응급실로 장례식장으로...결국 그렇게 친구로 보내고 한동안 많은 생각에 빠져 지냈었다.

지금 내가 다니는 이 회사의 사장은 내가 대학새내기 시절 내 인생의 멘토 같은 선배였다. 따뜻했지만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왔던 그 선배님의 부름으로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6개월도 되지 않은 2008년 어느 봄 일요일 아침 불길한 전화에 응급실로 달려가 보니 등산가셨다가 낙석사고로 이미 의식불명. 그 다음날 우리의 곁을 떠나 버렸다. 세상에 어디 예고된 죽음이 있으랴 만은 '죽음'이란 그렇게 불시에 찾아온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게 마지막 만남인줄 알았더라면 그냥 그렇게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지금도 그들이  보고 싶다. 작년 내 곁을 떠나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도.

죽음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사후세계가 있다면, 그들을 언젠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접한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결론적으로 베스트셀러로 광고되는 만큼의 시원한 해답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나친 예시와 수많은 추론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압박으로 읽는 이의 집중을 흐리는 면이 많았다. 그러나, 저자의 입장만큼은 명쾌하게 밝히고 있어서 이것저것 양시양비하는 중립적 서술보다 이해하기 편하기는 하였다. 
 
   
▲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

요약하자면, 저자인 셸리 케이건 교수는 인간이 육체와 영혼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고, 영혼은 육체의 죽음에도 사후세계에서도 살아간다는 이원론의 주장에 대해 수많은 예시와 추론을 통해 반박하고, 인간은 단지 놀라운 기능을 가진 특정한 형태의 '물질적' 존재에 불과하며, 인간 정신은 두뇌라는 물질에서의 작용에 의해 생긴다는 물리주의(physicalism)적 입장에 확고히 서서 "나는 죽음이 나의 진정한 종말이라 생각한다. 죽음은 나의 끝이자 내 인격의 끝이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이다. 죽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의 끝이다"라고 단호히 이야기 한다. 따라서 영혼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후세계도 없다고 한다.

또한 죽음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면 얻을 수 있는 삶의 좋은 것들을 '박탈'해버리기 때문에 나쁠 뿐이지만, 삶의 좋은 것들을 영원히 박탈당하지 않는 영원한 생명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삶이 더 이상 축복이지 못할 때, 자살은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으며, 자살에 대한 종교적, 도덕적 비판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반박하였다.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남은 축복과 고통을 신중히 비교하여 자발적으로 판단한다면 자살 역시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누구나 반드시 죽지만, 얼마나 살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죽은 후에는 어떤 상태도 존재하지 않고, 죽음은 누군가가 내게 주는 것이 아닌 삶의 끝에 따라오는 필연적인 현상이므로 두려워  하지도 분노하지 말고, 부정하거나 애써 무시하지도 말고,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 그 자체를 인정하며 살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결국 모든 철학과 종교의 귀결이 그렇듯이 죽음을 다루는 이 책에서도 역시 결론 부분에서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마무리된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라는 저자의 말에 대부분 동감하면서도, 이 책 표지의 광고카피인 "오직 이성과 논리로 풀어낸 죽음과 삶의 의미"라는 수식처럼 저자의 입장이 지나치게 서양의 다민족, 개인주의적인 시선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민족은 부모가 돌아가시면 산소 옆에 움막을 짓고 3년 상을 치루고, 고유의 장례문화와 제사, 한(恨)과 정(情)으로 표현되는 고유의 정서를 가져왔다. 우리사회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깊은 슬픔과 추억으로 남아 자식과 부모간에, 세대와 세대간에, 사람과 사람사이를 흘러 내려왔다.

아직도 내 친구, 내 선배는 내 가슴속에 살아있으며, 할아버지, 외할아버지의 따뜻했던 기억은 내 가슴속에 남아 다시 내 자식들에게로 대물림되어 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라는 것에 100%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관계와 떨어져서 개인의 삶을 상상하기 힘들듯이 '죽음'도 관계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한 개인의 삶의 문제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나 자기가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 중 마지막 만남이 언제 어디였는지 기억되는 사람은 아마 몇 안 될 것이다.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오늘이 마지막 만남인 것처럼 사람을 대하는 것이 진정한 관계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 속의 길] 90
장지훈 / 회사원. 두 아이의 아빠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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