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대구 의료시스템'...메르스 방역 여전히 허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6.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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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종합병원 인력·장비·보호구, 부족 또는 전무..."체계 개선 시급" / 시 "과잉우려"


대구지역에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 환자(154번)가 발생한 가운데, 대구시의 의료시스템이 여전히 메르스 방역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종합병원들이 메르스 진료와 관련한 인력, 의료장비가 부족하거나 전무하고, 보호구 물량도 바닥나 병원 내 감염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 직원이 감염예방 출입통제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병원 출입구에 섰다(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병원 직원이 감염예방 출입통제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병원 출입구에 섰다(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행동하는의사회, 보건의료노조대경본부 등 7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경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19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지역에도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했지만 이를 치료할 인력, 의료장비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의료진 보호장구 물량도 바닥나 병원 내 감염 위험에 놓인 상태"라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대구의료원, 경북대학교병원, 계명대학교동산의료원, 영남대학교의료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파티마병원 등 대구 종합병원 6곳의 메르스 진료와 관련한 인력, 의료장비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황에는 메르스를 치료할 감염내과 전문의 인력과 환자 호흡으로 배출된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정화화는 음압병상, 환자 혈액에 산소를 주입하는 에크모, 에어로졸(비말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분무되는 것) 발생에 대비해 의료진에게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양압호흡기 등이 포함됐다.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이 경북대병원 앞 간이 선별진료소에서 방진복을 입은 채 환자를 옮기고 있다(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이 경북대병원 앞 간이 선별진료소에서 방진복을 입은 채 환자를 옮기고 있다(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메르스 관련 진료장비가 부족한 대구의료원(210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메르스 관련 진료장비가 부족한 대구의료원(210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유일의 공공의료시설인 대구의료원에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한 사람도 없다. 뿐만 아니라 에크모와 양압호흡기도 전무하다. 음압병상만 2인실 2곳, 1인실 1곳 등 5곳이 있을 뿐이다. 때문에 대구 첫 메르스 확진자 김모(52.남구청 주민센터 공무원)씨는 6월 15일 대구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39도까지 고열이 이어지고 폐렴증세가 나타나자 이틀 뒤인 17일 경북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경북대병원에는 전문의 3명과 함께 음압병상 6개, 에크모 3개, 양압호흡기 5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154번 환자는 경북대병원 음압병상에서 19일 현재까지 사흘째 치료받고 있다. 18일까지 고열에 시달렸지만 19일 오전에는 37.5도까지 열이 떨어졌고 폐렴 증세도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산의료원에는 전문의 2명과 음압병상 4개, 에크모 2개, 영남대의료원에는 전문의 1명과 음압병상 4개, 에크모 2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양압호흡기는 두 병원 모두 0개로 조사됐다. 대구가톨릭병원은 전문의 2명을 포함해 음압병상 1인실 2개, 에크모 1개가 있지만 양압호흡기가 없었다. 파티마병원은 전문의 2명과 음압병상 15개가 있는 반면, 에크모와 양압호흡기가 전무했다.

대구시의 메르스 방지대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활동가(2015.6.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 메르스 방지대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활동가(2015.6.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의료진에게 지급되는 보호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5월 26일 메르스 환자와 1m 이내에서 접촉하는 의료진은 N95마스크(방진마스크), 장갑, 전신보호복(방진복), 고글(안면보호구) 착용을 권고했다. 레벨D등급 장비 목록이다. 그러나 의료연대는 "N95는커녕 덴탈마스크(1회용마스크)도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영남대의료원을 뺀 대부분 병원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 166명 중 1명을 뺀 165명, 무려 98.8%의 확진자가 병원 내 감염이고, 앞서 건양대 간호사에 이어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이 잇따라 감염되는 상황에서 대구 종합병원들의 메르스 관련 의료장비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 메르스 확산방지와 지역민 안전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2015.6.19.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메르스 확산방지와 지역민 안전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2015.6.19.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은재식 대경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대표는 "대구시는 말로만 확산방지를 말하고 의료재반 시설 현황과 보안계획에 대한 전수조사나 정보공유는 하지 않고 있다"며 "의료인력과 진료장비 보완 없는 대책은 전염병에 취약한 대구 의료시스템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처럼 병원에 모든 방역 책임을 맡기면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전철을 대구에서도 밟을 것"이라며 "헛대책만 내놓지 말고 시급하게 의료체계를 개선해 지역민의 감염 위험성을 없애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열화상카메라를 주요 지역에 설치하고 154번 환자 동선에 맞춘 방역을 이미 실시했으며 앞으로 또 할 것"이라며 "추이를 보면서 추가 총력을 다해 방역대책을 펼칠 것이다. 비과학적 과잉우려는 지역사회 불안감만 조장하니 삼가달라"고 말했다.

또 대구메르스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환자가 입원한 경북대병원 의료진에게는 레벨D등급 보호구가 지급된 것으로 안다"며 "이 밖의 종합병원은 조사 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장비를 지급하지 않는 한 자체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대구시청에 있는 대구광역시 메르스종합대책본부에 한 공무원이 회의를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2015.6.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청에 있는 대구광역시 메르스종합대책본부에 한 공무원이 회의를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2015.6.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19일 현재 대구지역 내 메르스 확진자는 1명, 병원격리는 5명, 자가격리는 102명, 능동감시는 270명, 정보전달 대상은 281명으로 집계됐다. 154번 환자와 관련한 직·간접 접촉자 중 신원미확인 대상자는 101명이다. 또 국내 메르스 확진자는 166명, 사망자는 24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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