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비정규직 주차관리 노동자 26명 해고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0.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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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변경과정서 계약해지→정원 줄여 신규채용..."차량 감소" / 노조 "정부 지침 위반·고용승계"


경북대학교병원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주차관리 노동자 26명을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국립대 병원이 비정규직 고용안정 정부 지침까지 위반하면서 비정규직을 집단해고 했다"며 "해고자 전원 고용승계"를 촉구한 반면, 사측은 "차량 감소로 업무가 줄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6일 경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조에 따르면, 매년 공개 경쟁입찰로 주차관리 용역업체를 선정하던 원청 경북대병원은 지난 9월 30일 S업체와 5년만에 계약을 만료했다. 이어 S업체 사장은 계약 만료 당일, 자신과 고용계약을 맺은 비정규직 주차관리 노동자 35명에게도 전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경북대병원 로비에서 주차관리 해고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2015.10.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병원 로비에서 주차관리 해고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2015.10.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원청과 하청업체 계약이 종료되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스템상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게되는 셈이다. 그러나 앞서 10년간 3~4번 하청업체가 바뀌는 동안 일시적 계약해지 후 노동자들은 새 업체에 전원 고용승계 됐다. 때문에 이번에도 큰 무리 없이 전원 일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병원은 35명에서 4명을 해고하고 31명으로 인원을 줄여 새 업체와 계약을 맺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올 초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용역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어긴 것이다. 지침 상 하청업체는 현재 근무 종사원을 고용승계하고 이를 명시한 근로조건 이행 확약서를 내야 한다. 발주기관은 해당 업체 이행 여부를 감시해야한다.

노조는 정부 지침을 근거로 인원 축소안에 반발했다. 하지만 병원은 보호지침 사각지대를 이용해 입장을 고수했다. 지침에는 해당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고용승계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병원은 인원 축소안의 객관적 사유로 대구 3호선 개통, 메르스 사태, 주차장 증축 등으로 주차 차량이 감소해 전반적 주차 업무가 줄어든 것을 들었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사이 병원은 2번의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새 하청업체 L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새 업체는 기존 주차관리 노동자 35명 가운데 74%인 26명에 대해서는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30일 계약해지 통보는 해지가 아닌 해고 통보가 된 셈이다.

경북대학교병원 로비(2015.10.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학교병원 로비(2015.10.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사실을 모르던 해고자들은 지난 10월 1일 정상 출근을 했다 쫓겨나기까지 했다. 새 업체 사장이 보안직원을 대동해 출근을 막았기 때문이다. 또 해고자들이 일하던 주차장 일터에는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새 업체가 지난 9월 23일부터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정원을 줄여 신규채용 공고를 낸 것이다. 동료 몇몇은 이력서를 내고 신규채용이 됐다. 하지만 최소 8년에서 최대 12년까지 경북대병원 주차장에서 일해오던 40~60대 비정규직 주차관리 노동자 26명은 영문도 모른채 일터에서 밀려났다.

해고자들은 10월 1일부터 엿새째 병원 로비에서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24시간 밤샘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조병채 경북대병원장과 면담을 갖고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조 원장은 면담 자리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고민해 보겠다"며 이번 주 내로 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는 6일 경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지침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용역업체를 바꿔도 고용승계되도록 발주기관이 관리·감독하라고 명시했지만 경북대병원은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무분별하게 해고했다"며 "하청업체에 문제를 떠넘기지 말고 원청인 병원이 해고자들을 즉각 고용승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경북대병원 비정규직 해고 규탄 기자회견(2015.10.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병원 비정규직 해고 규탄 기자회견(2015.10.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해고 당사자인 이흑성(63)씨는 "먹고 살기 위해 지난 7년간 수당도, 연차도 없는 비정규직 신분을 참았고, 업체가 바뀌어도 매번 고용승계 됐는데 이번에 해고돼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면서 "정부 지침이 우리를 보호하라고 있는데 왜 이유 없이 이렇게 쫓겨나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류철웅 경북대병원 총무과장은 "여러 이유로 주차 차량이 감소해 업무가 줄었고 그 결과 주차관리 인원을 축소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는 정부 지침상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 때문에 정부 지침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인원을 축소해도 새 업체와 고용승계를 하기 위해 병원 차원에서 노력을 했다"면서 "하지만 4명 축소를 이유로 우선 채용을 거부한 것은 기존 직원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할 것"이라며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서울 관악갑)은 6일 경북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경북대병원은 비상경영이라는 미명하에 성과는 의사가 취하고 약자인 비정규직만 쥐어짜고 있다"며 "조병채 원장은 경북대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비상경영 당장 중단하고 공공의료기관에 맞게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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