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수회, 총장후보 뽑아놓고 또 '총장 해결' 투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1.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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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까지 '총장 재선출' 여부 묻는 총투표..."총장부재, 피해 커" / "자율성 포기, 굴종"


교육부의 경북대학교 총장 임용제청 거부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대 교수회가 총장 후보자 재선출 여부를 묻는 교수회 총투표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투표 불참을 선언했고 법원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으며, 총학생회와 시민사회도 "대학 자율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굴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교수회는 "피해 확산을 막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했다.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을 촉구하는 시민(2015.5.6.경북대 북문)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을 촉구하는 시민(2015.5.6.경북대 북문)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교수회(의장 문계완)는 10일 '경북대학교 총장부재 사태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교수 총투표에 들어갔다. 이번 투표는 10일 오전부터 사흘 동안 진행되며 12일 오후 6시 교수회 회의실에서 개표해 투표 결과를 공표한다. 부재자 투표는 지난 5~9일까지 진행됐다. 투표 방식은 반송(봉함)투표로 따로 투표장이 마련되지는 않았고 각 단대별 지정 장소에서 투표 용지를 현재까지 수합하고 있다. 투표에 참여가능한 경북대 교수는 전체 1,172명으로 해외파견 등을 제외한 확정 유권자는 1,139명이다.

경북대 교수회 투표관리위원회가 지난 10월 30일 교수회 홈페이지에 공표한 투표 용지를 보면, 교수회는 총장부재 사태 문제 해결방안으로 두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총장임용제청거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고, 두 번째 방안은 '총장임용후보자 재선출을 진행한다'이다. 교수회는 이번 투표에서 두 가지 방안 가운데 더 많은 표를 얻은 결과를 경북대 교수회의 공식적 입장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된다해도 강제성은 없다.

'경북대 총장부재 사태 문제 해결방안' 투표 용지 / 자료.경북대 교수회 홈페이지
'경북대 총장부재 사태 문제 해결방안' 투표 용지 / 자료.경북대 교수회 홈페이지

문계완(55.경영학부 교수) 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총장부재 사태가 15개월째 이어져 유무형적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투표는 피해 확산을 막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10일 밝혔다. 또 "총장 부재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 등에서 상당히 저조한 성적을 보여 경북대 교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면서 "해결이 난망해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 할 수 없다고 판단해 투표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표 결과를 통해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대학 자율성 추구가 가장 중요하지만 대학 존립 위협 앞에서 운동권의 대응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지 않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수회의 총투표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과 시민사회는 "후보자 재선출을 묻는 투표는 대학 자율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굴종"이라며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북대 인문대학, 사범대학, 경상대학 등 3개 단과대학 교수회는 총투표 거부 선언을 하고 10일 투표에 불참했다. 뿐만 아니라 경북대 교수회 홈페이지에도 이번 총투표를 비판하는 교수들의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첫 경북대 제18대 총장 간접선거(2014.6.26.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첫 경북대 제18대 총장 간접선거(2014.6.26.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문대학 교수회는 지난 4일 교수회 임시총회에서 "투표 선택 조항 중 총장임용후보자 재선출을 진행하는 내용은 법률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고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투표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사범대, 경상대도 교수회 임시총회에서 같은 내용을 결의했다. 교수회 홈페이지에도 "대학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교육부의 위법성 여부를 판결할 사법부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일부 교수들의 총투표 비판 게시물이 9일까지 게재됐다.

이와 관련해 경북대 교수 20명으로 구성된 '대학자율성수호를위한 경북대교수모임'은 지난 4일 총투표가 "위법"이라며 대구지방법원에 총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9일 투표는 실시하되 투표 결과는 공표하지 않는 내용의 중재안을 양측에 제안했지만, 교수회가 이 중재안을 거부한 상태다. 경북대 총학생회도 이번 투표를 반대하는 성명을 지난 4일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교수회 총투표는 비상식적인 교육부의 결정에 굴종하는 것"이라며 "총장후보자 재선정 총투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자율성수호 경북대교수모임 배성우(사회복지학과 교수) 총무는 "임용제청을 이유 없이 거부한 교육부 잘못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뽑은 후보자를 재선출하자는 투표를 하는 것은 교육부 억압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이런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이는 것은 반교육적"라고 비판했다.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 촉구 행진을 벌이는 교수들(2015.9.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 촉구 행진을 벌이는 교수들(2015.9.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총장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모임(대표 함종호)'도 교수회 총투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낼 예정이다. 함종호 대표는 "정부 강요로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꿔 총장후보자를 적법하게 뽑았지만, 교육부가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임용제청을 거부한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며 "후보 1순위 김사열 교수가 이미 교육부를 상대로한 1심 소송에서 승소해 항소심이 진행중인 상황인데, 교수회가 그 동안 어떤 저항도 없이 후보 재선출 투표를 하는 것은 부당한 압력을 수용하는 굴종"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는 총장 직선제 도입 24년만인 지난 2012년 교육부의 재정 압박으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간접선거를 통해 1순위에 김사열(59.생명과학부) 교수를 선정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지난해 12월 경북대에 임용제청 거부를 통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사열 교수는 지난 8월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총장임용 제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후 김 교수와 시민단체는 교육부에 "임용제청"을 촉구했지만 교육부는 "대법원 판결 후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총장 임용제청 거부는 경북대, 방송통신대, 공주대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며, 이들 역시 1·2심 소송에서 교육부에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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