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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은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기사승인 2004.11.25  14: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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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만에 복직해 고향서 교편잡는 배창환(48.성주 벽진중 교사) 시인...
“교육.노동운동의 균형을 잃으면 안돼"..."함께 산다는 것, 그 속에 행복 찾아야”


늦가을.
먼저 땅으로 내려앉은 낙엽과 아직도 연푸른 노란 단풍이 사이좋게 어우러진 시골길.
경북 성주읍내에서 들판을 따라 한참을 가다 다다른 성주 벽진중학교.
산 아래 동화처럼 자리잡은 교정과, 그 앞을 수놓은 단풍 낙엽이 도시 손님을 먼저 맞는다.

배창환(48) 선생님.
전교조로 해직됐다 거의 10년만에 복직해 고향인 성주에서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우리 지역 시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 입은 ‘배창환 선생님’이 더 정겹다. 늦가을 수채화 같은 그 곳에서 ‘농촌 작은 학교 선생님’의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끌벅적한 오후 교실과 달리, 한적하기만 한 학교 운동장을 산책하며 남다른 애환으로 살아 온 그의 소회를 들었다.

 
 

- 언제 성주로 오셨는지요?
= 복직해 대구 성당중학교에 일하다 2001년 3월에 이 학교로 왔지요. 제 고향이 가야산 아래 성주 가천인데, 대구에서 학교 옮겨다니며 이사하기도 귀찮고, 체질이 도시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허허...요즘 시골로 오려는 교사가 워낙 없으니 (전근) 신청하자마자 곧바로 오게 되더군요. 고향이라 그런지 마음도 편합니다...

- 해직생활을 꽤 오래 하셨지요?
= 한 10년쯤 했지요. 대구 경화여자중학교에 있던 ’89년 7월에 해직됐는데, 대구 성당중학교로 복직한 게 ’98년 봄이니까...해직될 때 경화여중 (전교조) 분회장과 대구지부 홍보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다른 교사들은 저보다 조금 빨리 복직됐는데 ‘괘씸죄’에 걸렸는지...

- 교편 잡으신지도 오래 되셨지요?
= 제가 대학(경북대 국어교육과) 졸업하고 ’80년 10월에 영천 영동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교편을 잡아 ’82년까지 그 곳에서 일했지요. 그러고 보니 교사 한 지도 벌써 24년째네요...

- 교육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요?
그때가 전두환 정권때 아닙니까. 교육환경이 당시 정치상황과 비슷했지요. 권위적이고 위압적이고, 감시와 간섭이 엄청 심했지요. 교사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는게 없고, 국어와 윤리, 역사의 교육내용은 많이 왜곡되고...전두환이 무슨 영웅처럼 교과서에 버젓이 실려있을 때니...
그래서, 중등 교과내용을 연구하는 모임으로 ’82년 YMCA중등교직자협의회를 창립하면서 함께 했는데,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운동을 시작했지요. 그러다 ’86년 교육민주화선언이 있었고, 그 해 9월에 실천대회가 부산에서 열렸는데 대구에서 10여명정도가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듬 해 ’87년 10월에 대구경북교사협의회가 창립되고 ’88년 6월에 전교조 대구경북지부가 생겼지요. 그 때부터 전교조 활동을 하다 ’94년부터 ’96년까지 전교조 대구지부장을 했습니다.

-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요즘 전교조를 보면 어떠신지요?
= 허허 그 참...그 때 같이 활동하던 교사나 후배 교사들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데, 제가 뭐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잘 하고 있지 않나요? 허허...

 
 
- 그래도 초기 활동가로서 느낌이 남다르실텐데...?
= 조심스럽습니다만, 솔직히 모든 운동은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봅니다.
전교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교조를 세운 것은 교사들이지만, 그것은 국민의 기대와 지지 속에 국민들이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 없지요. 그래서 늘 국민을 생각하며 일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균형을 잃으면 안됩니다.
전교조는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이라는 두 가지 특성이 있는데,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전교조가 학부모들과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누며 학부모들과 손발을 맞췄으면 좋겠습니다.
균형을 잃으면 국민의 지지를 잃을 수 있습니다. 전교조를 보고 ‘이익단체’가 된 것 아니냐는 식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런 비판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 외람되지만, 요즘 정치를 보면 어떠신지요?
= 노무현 대통령이 들어서 참 잘 될 것 같았는데, 정치나 사회나 참 안되네요...경제나 서민이 어렵다는 얘기가 엄살이 아닌데, 정부나 여당이 그 대안을 못찾는 것 같아 참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야당이 경제를 핑계로 개혁입법을 가로막는 것도 잘못이지요. 개혁이든 경제든, 잘 돼야 하는데...

- 요즘은 어떤 시(詩)를 쓰시는지요?
= 예전(80년대)에는 억압구조에 살아서 그런지 그런 사회문제를 문학에 많이 담았는데, 요즘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욕망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욕망이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집단의 욕망...그 욕망을 참지 못하면 만족이란 없을 겁니다.

- 학생들에게 특별히 강조하시는게 있는지요?
= 시골학교라도 아이들의 능력이 참 많습니다. 특히 글쓰기를 잘합니다. 도시 아이들보다 사고력도 풍부하고...저는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갖도록 많이 얘기 합니다. "농민이 제일 보배다, 부모를 가장 자랑스러워 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함께 사는 것”을 많이 얘기합니다. 우리 사회는 결국 함께 사는 것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벽진중학교에서는 해마다 ‘별뫼축제’가 열린다. ‘별뫼’는 ‘성주’의 옛이름인데, 실제로 성주에는 별뫼산이 있다고 한다. 별뫼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학부모 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함께 어울린다. 고사도 지내고, 강강술래며 불꽃 놀이도 한다. 배창환 선생님은 그 속에서 “가장 보배로운 농민”과 “함께 사는 것”의 가치를 더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사람이 한 길을 가기가 쉽지 않다. 교단에 발 디딘 지 벌써 24년.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가르치는 마음으로 순박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기에 성주 벽진은 참 좋은 곳인 것 같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이 기사는 11월 18일 평화뉴스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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