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도 '사드 반대' 현수막...성주 주민들의 불안과 불신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7.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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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괌 사드 전자파 측정에도 불안 여전..."안전? 사람 코 앞에 온다는데 누가 믿겠나"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이 측정한 결과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북 성주군 선남면 성원2리의 이수국(69)씨는 태평양 괌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포대 레이더에서 측정된 전자파 수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자파를 우려한 주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 식"이라며 "수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조작했는지 알 수 없다.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괌 기지 전자파 수치를 발표하면서 측정위치나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숫자만 강조했다"면서 "정부가 왜 성주와 환경적으로 전혀 다른 괌을 선택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사는 성원리는 사드배치 예정지로 알려진 성산포대와 수 백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사드 배치 예정지로 알려진 성산포대가 있는 산봉우리 (2016.7.20. 성주읍 성산리)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드 배치 예정지로 알려진 성산포대가 있는 산봉우리 (2016.7.20. 성주읍 성산리)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난 18일 미군은 국방부 관계자와 한국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수치를 측정했다. 사드 레이더(AN/TPY-2)에서 1.6km 떨어진 거리에서 측정된 전자파 수치는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0.0007W/㎡로 방송통신위원회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치인 10W/㎡의 0.007%에 불과했다.

주민 2만 5천여명이 살고 있는 성주읍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와 1.5km 떨어져 있어 괌에서의 측정위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한 채 여전히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미치는 영향을 걱정했다.

성주읍내 곳곳에 걸린 '사드반대' 현수막과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2016.7.20. 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성주읍내 곳곳에 걸린 '사드반대' 현수막과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2016.7.20. 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중학생 김태훈(15)군은 "컴퓨터나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몸에 안 좋다고 하는데 사드 레이더는 더 많은 전자파를 내보낼 것"이라며 "가족과 친구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했다. 최순이(70)씨는 "허리가 아파서 촛불집회에는 나간 적 없지만 강력히 반대한다"며 "내 자식, 손자들이 살고 있는 땅에 하루아침에 갑자기 전자파가 나오는 큰 무기를 들인다는데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성주군청 앞에서 만난 박철주(51)씨도 "신뢰가 전혀 가지 않는다"면서 "전문가 없이 기자들만 데리고 측정한 거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사드반대 서명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송정숙(49.성주읍)씨도 "아직 전자파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서명운동 하러 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사 갈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김영자(57)씨도 "성주에 참외로 먹고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면서 "전자파 때문에 성주참외에 대한 나쁜 소문이라도 나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왼쪽부터) 사드반대 서명을 받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영자(57)씨와 송정숙(49)씨(2016.7.20. 성주군 성주읍)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왼쪽부터) 사드반대 서명을 받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영자(57)씨와 송정숙(49)씨(2016.7.20. 성주군 성주읍)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성산포대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성산6리(장자골) 주민들은 정부의 갑작스런 사드배치 발표에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성영옥(70)씨는 "순박하게 땅 파먹고 사는 사람들한테 난데없이 사드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며 "전자파 때문에 무서운 동네라고 소문나면 이제 이 땅에 누가 살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50년 전 이곳 성산리에 정착해 참외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워온 성씨는 "이제 살만큼 살아서 상관없지만 자식들은 무슨 죄냐"며 "자식들에게 피해가지 않게 끝까지 반대할 것이다. 짓고 싶으면 미국 땅에 지어야지 왜 아무 쓸모도 없는 우리나라 땅에 짓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김정수(65)씨도 "전자파 수치가 낮게 측정돼 정부가 인체에는 해가 전혀 없다고 발표했지만 사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민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정하고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수년 전 이곳으로 귀농한 이모(50)씨도 "자기 자식들은 절대 못살게 할 거면서 힘없는 주민들만 피해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람 사는 코앞에 레이더를 설치한다는데 주민으로서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성주읍 성산6리에 걸린 '사드 반대' 현수막(2016.7.20. 성주읍 성산리)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성주읍 성산6리에 걸린 '사드 반대' 현수막(2016.7.20. 성주읍 성산리)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난해 8월부터 이곳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주민 김모씨는 이웃과 상의해 집 앞에 '한반도 그 어디에도 사드배치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씨는 "지난주 정부의 사드배치 발표 후 동네가 언론에 보도가 많이 됐다"며 "겉보기엔 평화로운 곳이지만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현수막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정부의 발표에도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사드 전자파와 소음 등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주 주민들은 "성주가 안 된다면 한반도 어디에도 안 된다"며 8일째 사드배치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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