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작은학교 유가초, 83년 역사 뒤로 하고 '안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8.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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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통폐합 조례' 효력정지 신청 기각 "위법성 없다"...9월 신설 테크노4초로 통폐합


법원이 대구시 달성군 작은학교인 유가초등학교를 신설교에 통폐합하는 내용의 대구교육청 조례에 대해,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제기한 조례 효력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유가초가 결국 사라지게 됐다.

대구지방법원 제2행정부(판사 백정현 임성민 유선우)는 19일 유가초를 테크노4초등학교(가칭)로 통폐합하는 내용의 '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에 대해, 유가초 재학생과 학부모 등 7명이 대구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유가초 이전 조례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대구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학생들의 무 수확날(2015.11.2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대구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학생들의 무 수확날(2015.11.2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조례에 당연 무효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피신청인(대구교육청)이 통폐합에 관한 재량준칙, 절차규정을 일부 준수하지 않았다 해도 조례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재학 학생 상당수가 테크노폴리스 단지 등 기존 통학구역 밖에 거주해 향후 유가초가 이전하지 않고 학교가 신설되면 학생 수가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교육권 침해가 현저히 과도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 기각한다"고 했다.

조례가 인용될 경우 통폐합 작업이 일시 중단되고 최소한 올 2학기까지는 정상적으로 학교가 유지될 수 있었지만, 효력정지 신청 기각으로 유가초는 곧바로 신설학교에 통폐합돼 결국 사라지게 됐다. 1933년 개교해 83년만에 문을 닫는 셈이다. 때문에 유가초 재학생 114명을 포함한 교직원들은 오는 9월 1일부터 신설학교로 옮겨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건물과 교실에 있던 장비들은 신설학교로 옮겨진 상태다.  

유가초 학생들의 윈드오케스트라(2016.6.6)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유가초 학생들의 윈드오케스트라(2016.6.6)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효력정지 신청을 낸 재학생 3명(김나경, 김현호, 윤선우)과 학부모 4명(김수옥, 윤현주, 윤일규, 이경희) 등 모두 7명은 당초 효력정지 신청이 기각될 경우 행정소송까지 벌이며 대구교육청 통폐합에 저항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신청이 기각되면서 모든 소송을 접고 법원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김수옥(40) '농촌작은학교 유가초를 지키는 학부모모임' 대표는 19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지막으로 법원에 판단을 맡겼지만 효력정지 신청이 최종 기각돼 앞으로 모든 소송을 접고 그냥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너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을 신설교로 보낼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통폐합 반대 유가초 학부모 김수옥씨의 피켓 시위 / 사진 제공.김수옥씨
통폐합 반대 유가초 학부모 김수옥씨의 피켓 시위 / 사진 제공.김수옥씨

한편 유가초는 1933년 개교 후 30여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였지만 대구교육청이 4년 전 '대구행복학교'로 지정해 입시교육 대신 문화예술과 자연활동 등 '슬로우교육'을 벌여 학생이 4배 가까이 늘었다. 이후 교육부 상을 수상하고 교육청 소규모학교 우수사례로도 뽑히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대구교육청은 오는 9월 1일 유가초에서 2,5km 정도 떨어진 곳에 수용인원 1,100여명의 가칭 테크노4초를 개교하고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유가초를 이 학교로 통폐합한다고 밝혔다. 곧 유가초 학부들과 지역 시민사회는 "비민주적인 일방적인 폐교 강행"이라며 통폐합 반대 운동을 벌였다.

유가초 학부모모임을 비롯해 또 다른 통폐합 위기에 놓인 대구대동초 폐교반대 학부모대책위원회, 전교조대구지부 등 11개 단체와 소규모학교 통폐합 추진에 맞서는 '작은학교 살리기 대구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대구시의회가 조례를 통과시켜 유가초는 83년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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