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장관 "트럼프 막말에 우리 정부는 뭐하나"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0.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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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연 / "한·미 조율하는 것이 진정한 한미공조...트럼프에 전쟁반대 외치고 북한에 대화 제안해야"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에 대한민국 정부는 뭐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데 한국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약소국이라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10.4선언에서 다시 평화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강연한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2017.10.16.대구지방변호사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10.4선언에서 다시 평화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강연한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2017.10.16.대구지방변호사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종석(59) 전 통일부장관은 16일 대구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며 10.4선언의 '자주' 정신을 강조했다. 또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를 친다'는 한강 작가의 뉴욕타임즈 기고를 언급하면서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불장난에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이야말로 위기다. 수 백만의 촛불로 평화롭게 주권재민을 성취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무엇이 두려워 미국에 아무 말도 못하는가. 트럼프 앞에서 피켓이라도 들고 '전쟁 반대'를 외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0.4공동선언 10주년을 맞아 노무현재단대구경북위원회,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에는 강창덕 4.9인혁재단 이사장, 한기명 범민련대경연합 의장 등 지역사회 원로 인사를 비롯해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전 장관은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변호사회관에서 '10.4선언에서 다시 평화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강연했다.

이 전 장관은 또 '6.15남북공동선언'에 따라 남과 북이 '자주'의 원칙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10.4남북정상선언'의 정신을 계승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를 말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직접 '자제하라'고 했다"며 "한국과 미국 간 이익을 조율하는 것이 진정한 한미공조다. 동북아 질서는 미국을 따라갈 수 있겠지만 한반도와 관련된 부분은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북한-미국 간의 한국의 균형자 역할을 제시했다.

10.4남북정상선언 10주년을 맞아 열린 강연에는 대구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2017.10.16.대구지방변호사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10.4남북정상선언 10주년을 맞아 열린 강연에는 대구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2017.10.16.대구지방변호사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처럼 미국에 잘 보이고 북한에 큰 소리 치면 지지율은 쉽게 올라가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계승한 정부다.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그때보다 상황은 어려워졌지만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까먹더라도 북한에 담대한 대화를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국제사회는 일방적으로 재제를 해왔다. 그 결과는 끊임없는 도발과 반발이었다"며 "한반도 '전쟁 위기'부터 사라지게 하려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할 때다. 두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핵 개발이 완료되기 전인 지금 나서는 것이 (해결에도)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며 "손을 놓고 기다려서는 새벽이 오지 않는다. 새벽이 오더라도 그 때는 이미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2003~5년 국가안전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2006년 NSC 상임위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특별수행원에 이어 2007년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외교안보통일 분야 전문 연구원인 세종연구소에서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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