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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국가를 위한 재원 마련

기사승인 2019.03.04  10: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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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칼럼] 조선일보도 지지할 방안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혁신적 포용국가”를 지향한다고 다시 강조하였다. 작년 11월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2019 예산안을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위한 예산안이라고 한 데 이어, 2월 19일에는 '포용국가 사회정책 계획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2019년을 '혁신적 포용국가 원년'으로 선언하였다. 국제적으로도 성장에 의한 혜택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 제100주년 3·1절 기념식 / 사진 출처. 청와대

‘포용’은 ‘배제’ 또는 ‘소외’의 반대말이다. 포용국가의 핵심은 산업화시대의 최소주의 사회복지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가 전 생애에 걸쳐 누리는 포용적 복지 체제와 혁신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복지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포용국가에 원론적 찬성?

‘포용국가’라는 말이 주목받기 시작한 작년 9월, 조선일보는 사설(9월 7일자)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정말 좋은 얘기다. 양극화와 격차 확대, 고령화 추세 속에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사회적으로 낙오되는 약자와 빈곤화되는 노인층을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우리나라처럼 편 가르기가 심한 사회에서, ‘보수’ 언론의 대표 격인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지향에 반대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데 원론적으로나마 이렇게 찬성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사설은 이렇게 결말을 맺는다.

문제는 재원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전 생애 국가책임'을 실현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언제나 그렇듯 가장 중요한 이 문제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책이 지금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무책임한 포퓰리즘인지 냉정하게 가려내야만 한다.

포용국가가 “정말 좋은 얘기”이고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면 비용 마련에 대해 같이 걱정하는 게 건강한 언론의 태도일 것이다. 그런데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돈이 많이 든다고 꼬집기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론적인 찬성은 한갓 비아냥에 불과한 것인가?

   
▲ <조선일보> 2018년 9월 7일자 사설(35면,오피니언)

부동산 불로소득이 매년 300조 원이 넘는다!

추가 재원을 마련하려면 국민부담률, 즉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금액이 국민총생산(GDP) 중 차지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이 OECD 국가 중 하위에 속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비교 가능한 34개국 중 30위였다. 비율로는 전체 평균이 34.2%인 반면 우리나라는 26.9%에 불과했다. 조선일보는 왜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까?

한편, 지금도 생활이 어려운데 국민부담률을 더 높일 수 있을지 염려하는 서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에서도 비판의 근거로 그런 점을 들었다. 그러나 평범한 국민의 부담을 늘리지도 않으면서도 시장 친화적이기까지 한 증세 방법이 있다.

토지+자유연구소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국민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소득이 연평균 37.1%에 달했다. 또 부동산 매입가격에 대한 이자를 비용으로 보아 부동산 소득에서 공제하더라도 연평균 24.0%에 달했다. 금액으로 보면 2016년의 부동산 소득은 506조 원, 이자를 뺀 부동산 불로소득은 375조 원이었다.

또한 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가액 기준으로 2014년 현재 개인 토지 소유자 중 상위 10%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64.7%를, 법인 토지 소유자 중 상위 1%가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2%를 소유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4년 6년 사이에 상위 1%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546조 원에서 966조 원으로 77%가 증가했고, 상위 10대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18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무려 147% 폭증했다.

통계치에서 보듯이, 부동산 불로소득이 그 규모가 엄청날 뿐 아니라 부유층에 편중되게 돌아감으로써 부당한 양극화를 야기한다. 이런 사실은, 숫자로 제시하기가 어려울 뿐, 우리가 상식으로 이미 다 알고 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땅 부자가 가진 땅의 상당 부분이 재테크용 또는 비업무용임도 우리는 안다.

조선일보도 정부도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이런 불로소득을 징수하여 복지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 서민의 부담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 가운데 땀 대신 땅으로 놀고먹는 계층의 부담이 늘어난다. 개미의 돈으로 베짱이가 놀고먹는 복지라는 비판이 성립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에 따라 공급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가 형성되고, 생산적 노력과 창의가 대접받는 건강한 자본주의가 된다.

조선일보가 상징하는 우리나라 ‘보수’ 진영이 진정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충실하다면 이런 방안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 아니, 오히려 먼저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나 토지보유세의 인상에 대해 ‘세금 폭탄’이라고 공격해온 조선일보가 기존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하다. 조선일보가 자기 논리의 일관성 여부를 점검하여,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사이비 언론이라는 일부의 오해를 풀 수 있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도 진정한 포용국가를 지향한다면 이념이 다른 상대방을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가 제기하는 복지 재원 문제는 보수 진영에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 막무가내 반대파를 껴안을 수는 없지만 양식 있는 보수파의 의견이라면 경청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적의 복지 재원은 시장주의자가 싫어하는 계층 즉 놀고먹는 계층을 없애는 재원이다. 나아가서는, 합리적인 진보파와 양식 있는 보수파의 교집합에 바탕을 둔 전면적인 세제 개편도 고려해야 한다.

   
 





[김윤상 칼럼 77]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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