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고교 '통일·민주교육' 강사진 이력을 보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6.25 18: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유총연맹 9년 독점위탁·매년 4천만원 보조금, 재향군인회·예비역군인·한국당·나라사랑안보교수 포진
학생 45만여명 수강...현장 "반공교육이냐" 불만·시민단체 "보수편향·비전문가" / 교육청 "개선하는 중"


자유총연맹 대구지부 2018년 경북공고 300명 대상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 / 사진.자총 홈페이지
자유총연맹 대구지부 2018년 경북공고 300명 대상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 / 사진.자총 홈페이지

대구시교육청이 9년째 시행 중인 고교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을 두고 현장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강사진들이 수업 과정에서 이념 편향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인 의식을 보인다는 주장이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의 강사들이 통일·민주주의와 무관한 수업을 진행해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반(反) 통일·반(反) 민주주의적 발언을 하고, '종북', '빨갱이', '때려 잡아야 한다' 등 막말로 수업이 불만족스럽다는 지적이다. 일부 학생들과 교사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개선해야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평화뉴스>가 대구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 사업 자료를 보면, 교육청은 2011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한국자유총연맹 대구광역시지부(이하 자총)'에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 사업을 독점 위탁했다. 법적 근거는 '통일교육지원법(제4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동법 시행령(제3조 경비의 지원)',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제3조 출연과 보조)'이다. 교육청은 해당 사업 예산으로 자총에 매년 보조금 4,000만원을 지원했다. 9년간 세금 3억여원이 든 셈이다.

당초 해당 사업은 자총의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건전한 통일관 정립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중 실시해 국민 의식을 개혁한다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010년 10월 '체험과 실천을 통한 민주시민교육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곧 통일교육지원법상 '통일교육기본계획'이 수정됐고 전국 시·도교육청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사업으로 승격됐다. 이어 각 지역 자총은 자체 강사진을 꾸려 매년 3~11월까지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했다. 대구에서만 연평균 5만여명의 고등학생이 수업을 받아 9년간 45만여명이 수강했다.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은 자유총연맹이 지자체에 보조금을 지원 받는 사업 중 하나다 / 자료.자총 홈페이지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은 자유총연맹이 지자체에 보조금을 지원 받는 사업 중 하나다 / 자료.자총 홈페이지
대구교육청이 평화뉴스에 공개한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 강사 명단 중 2017년 자료
대구교육청이 평화뉴스에 공개한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 강사 명단 중 2017년 자료

특히 2014~2019년까지 6년간 대구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 강사진 이력을 들여다봤다. 키워드는 '60대 이상', '남성', '보수'다. ▲2014~2015년 위촉 강사는 5명으로 '북한인권'을 주장하는 보수 성향의 연구단체 선임연구원 A교수, 안보강사로 활동 중인 북한 이탈주민 B씨, 경영학 박사 C씨 등이다.

▲2016~2017년은 7명으로 늘었다. 위의 강사진에서 예비역 군인 출신으로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안보교수를 지낸 대구경북예비역대령연합회 간부 D씨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안보교수로 당시 자유한국당 전신 한나라당 대구 지방의원 공천에 신청한 E씨, 현재 한국당 대구시의원인 F씨, TV조선 등 종편 패널 출연자 탈북자 G씨 등이다. ▲2018~2019 강사진은 8명으로 늘었고 앞서 명단과 비슷하다.

세금 수 억원이 강사료로 지급되고 있지만 강사 면면이 이념 편향적이거나 비전문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청은 자총에 사업을 위탁한 뒤 방관하고 있다가 이 같은 문제로 교육 현장에서 민원이 수 차례 제기되자 최근 현장 점검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자총 자체가 보수단체로 강사진도 통일과 민주주의보다 안보교육에 익숙한 고연령 세대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수업에선 '주적을 때려 잡자'. '종북세력' 이런 막말을 하는 강사도 있었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수업을 계속 들어야 하나 의문이 든다. 반공교육인지 통일교육인지 모르겠다. 학생들도 깜짝 놀라서 되물을 때가 있다"고 밝혔다.

곽병인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60~70년대 구시대적 사고를 가진 인사들이 강의를 해서 보수 편향적이고 비전문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며 "교육청은 특정 단체에 위탁을 줄게 아니라 통일민주교육위원회 같은 중립적인 기구를 꾸려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통일, 민주주의 가치관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강사 위촉권이 자총에 있다보니 이런 문제를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며 "최근 관련 민원이 많이 제기돼 최대한 40대 안팎 젊은 강사진으로 바꾸고 현재 통일 정책과 비슷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업데이트 하는 개선안을 자총에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또 "그 동안 안보교육을 하던 관행이 오래됐고 강사들 연령도 높아서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말실수나 시대역행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변화가 없다면 규모 축소도 검토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