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드 사고, 청년 비정규직 돌려막기..."블랙기업 알바착취 결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8.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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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이랜드' 2년 전 알바 1천명 '정규직 전환' 약속에도 이월드 퇴직금 안주려 11개월 꼼수채용
1년새 비정규직 2배 증가→대구시 선정 고용친화기업' 둔갑 "위험노동 알바 몰빵, 전수조사·재발방지"


'꿈, 사랑, 축제의 나라'...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놀이공원 '이월드'에서 지난 16일 20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A씨가 롤러코스터에 다리가 끼어 절단되는 피해를 입었다.(2019.8.27.이월드 정문)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꿈, 사랑, 축제의 나라'...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놀이공원 '이월드'에서 지난 16일 20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A씨가 롤러코스터에 다리가 끼어 절단되는 피해를 입었다.(2019.8.27.이월드 정문)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1개월 계약→해고→재입사 구조는 퇴직금을 안주려는 꼼수채용의 전형이다. 육체노동 강도가 센 위험한 노동에 아르바이트생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을 돌려막기한 결과가 이번 이월드 사고다"

대구청년유니온 이건희 위원장은 이월드 사고와 관련해 28일 쓴소리를 했다. 임금을 덜 주기 위해 비정규직 알바를 채용하고도 정작 위험한 노동엔 알바를 보내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책임을 모면하려한다는 비판이다. 이 위원장은 "단기 알바 노동자가 큰 사고를 당한 것 자체가 기업―지자체―노동청의 감독과 관리가 부실한 것을 증명한다"며 "안전교육이 제대로 시행됐고 관리가 철저했더라면 알바생이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뛰어내리는 게 '관행'이라는 씁쓸한 일이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놀이공원은 밖에서 보기엔 누군가를 기쁘게하는 즐겁기만한 일터 같지만 까다로운 중장비를 다루는 위험한 노동 현장"이라며 "이번 사고로 일시적 점검과 교육에 그칠 게 아니라 상시 안전교육과 재발방지 대책이 나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월드가 알바착취로 몇 년 전 문제가 된 블랙기업 이랜드 계열사인 점에서 정부―지자체―기업은 이번 사고를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알바 정규직 전환이나 그에 준하는 대책이 후속으로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월드 전경...대부분의 놀이기구는 알바 노동자들로 돌아간다(2019.8.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월드 전경...대부분의 놀이기구는 알바 노동자들로 돌아간다(2019.8.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르바이트생 다리 절단 사고가 일어난 대구 놀이공원 이월드가 비정규직 돌려막기로 비판을 사고 있다.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년 '12개월' 채용을 하지 않고 한 달을 덜 채운 11개월 고용계약서를 써 알바를 꼼수채용했을 뿐 아니라, 1년새 비정규직 채용이 2배나 늘어난 정황이 드러난 탓이다.

특히 이월드 지주사 이랜드는 2년 전인 2017년 1월 알바 '임금꺽기(분 단위 쪼개기 계약, 연장수당 미지급 등 80억원대 체불)' 사실이 밝혀져 '블랙기업'에 선정돼 비판을 산 기업이다. 이월드, 83타워, 애슐리, 자연별곡 등 대구 이랜드 매장 14곳도 알바 1천여명 임금 3억여원을 체불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이랜드는 사과문을 내고 전국 이랜드 매장 알바 1,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이랜드 계열사 대구 이월드는 아직도 꼼수채용으로 비정규직 돌려막기 관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결과 2년 전 '블랙기업'이 대구시가 올해 선정(2019년 7월 12일)한 '고용친화대표기업'으로 둔갑하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대구시는 앞서 7월 12일 이월드를 포함한 9개 지역사를 고용친화기업으로 발표했다. 선정 기준은 최근 2년간 평균 고용 증가율 11.6%, 고용 유지율 84.4%, 청년 채용 비율 82.5%이었다. 그러나 이월드는 비정규직 채용이 전년 대비 44명에서 88명으로 2배 늘었고, 주 40시간 이하 노동자도 77명으로 대부분 단기 알바로 드러났다.

이월드 지주사 이랜드는 상습 알바 임금체불로 '블랙기업'에 올랐다(2017.2.7.동아쇼핑) / 사진.평화뉴스
이월드 지주사 이랜드는 상습 알바 임금체불로 '블랙기업'에 올랐다(2017.2.7.동아쇼핑) / 사진.평화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1일과 23일 각각 관련 성명을 내고 "비정규직 증가 기업을 고용친화기업으로 선정한 것은 대구시의 잘못"이라며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통을 외면하고 고용비율에 급급해 부적절한 기업을 선정했다"고 규탄했다. 대구시는 뒤늦게 고용친화기업 선정 지표 강화 방안을 지난 23일 내놨다. 비정규직을 뺀 정규직으로만 선정 기준을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무관심 속에 방치된 블랙기업의 알바 착취 관행이 불행한 사고로 이어졌다는 청년단체의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험한 노동을 고용이 불안정한 청년 알바생들에게 '몰빵(몰아주기의 은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 놀이공원 알바생들의 안전교육 실시 내용과 고용 형태를 전수 조사해 비슷한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이월드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알바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며 "사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고 있다. 추후 다른 대책이 있다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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