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주고 세금 깎아주고...일본 전범기업 '아사히 특혜' 언제까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9.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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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구미시, 아사히글라스에 50년 토지 무상임대해주고 국세 5년·지방세 15년 감면 혜택
같은 시기 한국 노동자 178명 해고...노조 "노동탄압, 지원 철회" / "시국 이유로 약속 못 깨"


"경북도.구미시, 일본 전범기업 아사히글라스 특혜 중단" 촉구(2019.9.2) / 사진.아사히비정규직지회
"경북도.구미시, 일본 전범기업 아사히글라스 특혜 중단" 촉구(2019.9.2) / 사진.아사히비정규직지회
복직 소송에서 승소한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2019.8.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복직 소송에서 승소한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2019.8.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땅을 내주고 세금을 깎아주고.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투자기업에게 쏟아진 혜택이다. 시·도지사들은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 타이틀을 위해 20년째 그야말로 외투기업을 왕처럼 모셔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일제강점기 한국 노동자들을 강제징용한 일본 전범기업들도 다수 포함됐다. 

세계 4대 유리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도 2004년 그렇게 구미국가공단에 들어왔다. 아사히글라스는 국무총리실이 2012년 발표한 국내에 있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일본기업 299곳 중 1곳이다. 당시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아사히글라스에 공장 부지로 50년간 10만여평 땅을 공짜로 내주고, 세금(국가세금 5년·지방세금 15년)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각서를 썼다. 전체 지원 액수만 600억원대에 이른다.

일본 전범기업이 국내에서 이 같은 파격적 우대를 받는 사이 이 기업은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을 문자 1통으로 해고했다. 정부와 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복직을 명령했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지자체 '특혜'를 이젠 중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지회장 차헌호)는 2일 구미시청 열린나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아사히글라스는 전범기업일 뿐만 아니라 노동탄압기업"이라며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제 이 기업에 대한 특혜 지원을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아사히글라스는 일제강점기 전쟁범죄기업으로 제국주의 일본 전쟁에 전쟁 물품을 만들어 돈을 벌어들인 기업"이라며 "2004년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 같은 사실에도 땅 공짜, 세금 공짜라는 엄청난 특혜를 주며 이 기업을 유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사히글라스는 최저임금을 받던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을 문자 1통으로 해고했다"며 "고용노동부, 검찰, 법원까지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인정했지만 기업은 모두 무시하고 복직을 미루고 있다. 그 결과 해고자들은 4년 2개월째 복직을 위한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불법을 바로 잡으라는 한국 정부의 어떤 결정도 따르지 않는 전범기업에 대해 지자체는 더 이상 특혜를 주어선 안된다"면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해고자 차헌호 지회장은 "전범기업에 땅을 주고 세금도 깎아주고 했는데 돌아온 건 노동탄압"이라며 "역사 반성 없이 또 한국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기업에 대해 지자체는 특혜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상북도 외국인기업유치팀 한 관계자는 "기업 유치 당시에는 전범기업 사실을 몰랐다"며 "법과 절차에 따른 지원이고, 기업이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할 때만 각서를 파기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성과를 계속 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시국만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약속을 깰 수 없다"고 밝혔다. 구미시 한 관계자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기업에 그 정도의 지원은 해주고 있다"면서 "특혜는 아니다. 국민들의 정서는 이해하지만 어려운 지역 경제를 위해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4명은 2일~7일까지 일본 아사히글라스를 찾아 복직 촉구 운동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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