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성차별해도 쉬쉬...대구교육청 '#스쿨미투' 1년째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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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교사로부터 성희롱·성차별·체벌·신체접촉 등 34개교 90건 고발, 조치는 고작 4곳·모두 경징계
서울·광주 등 5곳 '민관합동핫라인' 운영, 2곳 '시민조사관' 위촉 / 대구교육청은?..."사실상 무대응"


대구 첫 스쿨미투 행진(2018.1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첫 스쿨미투 행진(2018.1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A사립여자중학교 학생들의 교내 '스쿨미투' 포스트잇(2018.8) / 사진.학생인권 대나무숲 페이지
대구A사립여자중학교 학생들의 교내 '스쿨미투' 포스트잇(2018.8) / 사진.학생인권 대나무숲 페이지
   
#1. 대구 A중학교 교사, 소지품 검사 중 '속옷 나오면 어쩌냐'는 학생 말에 "그러면 흥분하면 되지."
#2. 대구 B중학교 교사, "아들만 둘이라 다행이다. 내가 딸이라도 낳았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3. 대구 C중학교 교사, "oo아 너는 나중에 다 크게 되면 정말 키스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구 학생들이 학교에서 발생한 성희롱·성차별을 고발한 내용들이다. '#스쿨미투(School Me Too)'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대책 없이 쉬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시 대부분의 성폭력·인권침해 사례는 여학생들에게 몰렸다. 학생들은 교내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사회네트워크망에 미투 페이지를 만들어 공론화시켰다. 어른들이 '칭찬'이라고 한 말과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해 저지른 행동은 학생들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줬다. 참지 못한 학생들은 동성로에서 자발적으로 집회를 열고 스쿨미투행진을 벌이며 피해의 심각성을 지역에 알렸다. 하지만 해결은 더디다. 

'스쿨미투대구대책위원회(공동대표 조성일, 김정순, 신기숙)'는 지난 16일 국가인원회 대구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스쿨미투 집담회'를 열었다. 2018년 7~8월 2개월 동안 제보 받은 대구지역 '스쿨미투(성폭력 고발)' 사례를 통해 스쿨미투 1년 경과를 돌아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왼쪽부터)영민 스쿨미투 청소년연대 in 대구 활동가,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대변인,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2019.10.16)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왼쪽부터)영민 스쿨미투 청소년연대 in 대구 활동가,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대변인,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2019.10.16)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사례는 모두 34개교, 90여건이었다. 피해 사례 내용은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 체벌, 원치 않는 신체접촉, 인권침해 발언 등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대부분 교사들이었다. 그러나 미투 후 대구교육청이 조치를 내린 학교는 전체 34개교 중 4개교로 11%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감봉', '경고' 등 경징계에 그쳤다. 대구 스쿨미투 학교 89%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셈이다.   

다른지역 시·도교육청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비슷한 시기 미투가 있었던 서울·광주·부산·인천·경기 등 5개 지역 시·도교육청은 지역 시민단체와 민관합동으로 스쿨미투 제보 '공동핫라인'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서울·부산 등 2개 교육청은 '성인권시민조사관'을 위촉해 스쿨미투가 발생하면 조사하게끔 했다. 하지만 대구교육청은 '공동핫라인'을 설치하지도 '시민조사관'을 두지도 않고 있다.

패널들은 "스쿨미투가 학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장에 올렸다"고 평가하면서도 "대구교육청의 부족한 대처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사회의 부족한 성평등 인식 ▲학교의 불평등한 권력구조 ▲피해자 보호 부족을 해결해야할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성평등 교육 강화 ▲민관합동공동핫라인이나 시민조사관 등 스쿨미투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구 스쿨미투 1년째...집담회가 열렸다(2019.10.16.대구인권위)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대구 스쿨미투 1년째...집담회가 열렸다(2019.10.16.대구인권위)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영민(20) '스쿨미투 청소년연대 in 대구' 활동가는 "대구교육청은 뉴스에서 보도돼 논란된 곳만 조사하고 공동핫라인, 시민조사관 등 대책을 내놓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며 "사실상 무조치로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지혜(22)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는 "대구도 많은 학생들이 스쿨미투를 해 세상에 알려졌음에도 아무 매뉴얼이 없는 건 다른 곳과 비교해 이례적"이라고 했다.

김정순(53)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성폭력 가해자가 교사일 때를 대비한 대응 매뉴얼이 전무하다"며 "대구교육청이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고 피해자들을 보호하면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석(44) 전교조 대구지부 대변인은 "위계적인 학교 시스템과 제도는 일상이 돼 학생들을 사회적 약자로 만든다"면서 "이런 관계가 고착화된 상태에선 성폭력, 차별 문제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대구교육청의 적극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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