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부터 대구시 서구 원대동3가 재개발 구역 한켠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는 이모씨. 이씨는 재개발로 인해 세를 들어 살던 집에서 쫓겨난 후 갈 곳이 없어 천막생활을 이어하고 있다.
#2. "보상 없이 나가라고 하니 답답하다. 적어도 새 가게에 자리 잡을 시간과 보상이 필요하다"
서구 내당동에서 19년 철물점을 한 상가세입자 김모씨는 재건축으로 10월말까지 가게를 나가야 한다.
대구지역 재개발·재건축 도시정비사업으로 쫓겨나는 세입자들 하소연이다. 특히 대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쪽방 주민 100여명이 최근 쫓겨나기도 했다. 대구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反)빈곤네트워크', '전국철거민연합 대구지부', '민중당 대구시당' 등 12개 시민단체와 정당은 지난 28일 대구시의회에서 '재건축·재개발 세입자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오선미 남산4-5지구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 박갑상·황순자(자유한국당)·김동식(더불어민주당) 대구시의원, 권오한 대구광역시 도시재창조국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장민철 소장은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 동구 신암4동에서 개발로 집을 잃은 쪽방 주민이 100여명이 넘는다"며 "그들은 집을 잃고 월세가 5~6만원 높은 인근의 숙박업소로 주거지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신암4동 뉴타운 주택재건축 관리처분계획인가 변경(정정)고시'에 따르면 신암동 245-1번지 일대(55,466.3㎡)에는 지하 2층 지상 17층 아파트와 오피스텔 13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장 소장은 "이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최소한 겨울철에는 쫓아내지 말아 달라', '이사 용달차 하나라도 빌릴 수 있게 이주비를 지원해달라'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최소한의 요구를 들어 달라"고 말했다.
황순규 민중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세입자 의사에 반하는 강제퇴거로 인해 많은 세입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임시거처 제공·주거비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도시정비사업과 관련해 대구시에서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이나 조례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서울시는 7년 전인 지난 2012년 개발 현장 갈등을 조정하는 '주거재생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어 ▲겨울철 강제철거 금지 ▲정비예정 구역 지정시 주민 의지를 수렴하는 '주거정비지수제'를 통해 갈등 예방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게 재개발 세입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손실보상 유도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통해 철거시 폭력 감시 등 지자체 차원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았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서울시의 정책을 소개하면서 "재개발·재건축이 되면 세입자는 집과 일터에서 갑자기 떠나야 한다"며 "보상에서 제외된 재건축 사업의 세입자들에게도 영업손실보상금·주거이전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남산4-5지구 상가세입자 오선미씨도 "재건축에는 세입자 보상이 없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세입자들을 위한 보호조치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병환 대구시 주택정비팀장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들을 실효성과 현실성 따져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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