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원, 장애인 탈시설 1년..."30년만에 찾은 자유, 행복하다"

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 입력 2019.11.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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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마을' 폐쇄 1년간 장애인 35명 탈시설 / 자립생활 분석결과 "자기결정권·자율성·삶의 질 향상"
외출증 없이 나가고, 먹고 싶은 음식 먹고...조민정씨 "자립 자신감"·서금순씨 "천금 줘도 안돌아가"


희망원에서 탈시설한 조민정씨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2019.10.31)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희망원에서 탈시설한 조민정씨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2019.10.31)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시립희망원 내 장애인 거주시설 '시민마을'에서 지난해 나와 새 집에서 삶을 시작한 조민정(41.중증 뇌병변장애)씨는 '탈시설' 1년째 소감을 "(시설에서 나와서) 즐겁고 행복하다"며 "처음엔 두렵기도 했지만 자립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다신 답답한 시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31일 밝혔다.

최근 조씨는 처음 탈시설해 머물던 '자립생활체험홈'을 나와→'임대아파트'로 이사갔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작은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또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취업을 했고 집 주변 친구도 사겼다. 조씨는 "앞으로 재밌고 즐겁게 나의 인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천금 줘도 안돌아가"...서금순씨의 희망원 탈시설 소감(2019.10.31)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천금 줘도 안돌아가"...서금순씨의 희망원 탈시설 소감(2019.10.31)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올해 초 희망원 시민마을에서 나온 서금순(64)씨는 "이제야 겨우 내 자유를 찾았다"면서 "천금을 준대도 다시는 시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서씨는 사고로 목을 다쳐 상반신 일부와 하반신 전체가 마비된 중증 신체장애인이다. 그는 지난 30여년의 세월을 희망원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시민마을을 폐쇄한다고 했을 때 그는 반대했다. 대구시청에도 찾아가 호소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립생활체험홈에서 생활해보니 생각이 변했다. "외출증 없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 메뉴도 직접 정할 수 있어 좋았다"고 그는 말했다. 다치기 전 살았던 것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 같아 행복하다는 말이었다. 때문에 이제는 시설에 남은 이들에게 "나가서 살아보라"고 권하고 있다. 서씨는 "이렇게 좋은 세상 있는지도 모르고...시설에서 살지 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구희망원 '시민마을' 폐쇄 1년 장애인 탈시설 보고대회(2019.10.31)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희망원 '시민마을' 폐쇄 1년 장애인 탈시설 보고대회(2019.10.31)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희망원에서 나온 33명의 장애인들도 보고대회에 참석했다(2019.10.31)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희망원에서 나온 33명의 장애인들도 보고대회에 참석했다(2019.10.31)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희망원 시민마을이 문을 닫은 지 1년이 됐다. 2016년 희망원 인권침해 사태가 불거지면서 장애인 탈시설 요구가 높아졌고 2017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35명의 장애인들이 탈시설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시는 31일 동구 신천동 MH컨벤션에서 '대구시립희망원 시민마을 폐쇄 1년 장애인 탈시설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희망원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33명을 비롯해 여러 단체와 기관 인사들이 참석했다.

박숙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희망원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성과분석'을 발표했다. 분석을 해보니 올 3월 시민마을에서 나와 자립생활체험홈에서 생활한 발달장애인 9명은 ▲사회활동량 증가 ▲자율성·삶의 질 향상 ▲도전행동(비명·고함 등) 개선 ▲건강 상태 개선 결과가 나왔다. 반면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는 것은 부족하다고 나왔다. 박 교수는 "희망원 탈시설 장애인들 삶의 질이 불과 반년만에 크게 좋아졌고 자기 결정권도 높아졌다"며 "다만 지역사회에 잘 섞일 수 있는 지원체계와 방안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이들도 지역에서 잘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센터협의회 회장은 "희망원 인권유린 문제는 다른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탈시설'을 정한만큼 적극적으로 탈시설 정책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미연 UN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180개국이 비준한 'UN(유엔.국제기구)장애인권리협약'에선 장애인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명시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탈시설을 통해 장애인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에 힘써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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