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가게서 쫓겨난 대구 세입자들, '주거권 침해' 국가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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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주민, 영세상인 등 4명·시민단체...국토부, 행안부, 권영진 시장 대상으로 진정
"정비사업으로 집, 일터에서 내몰려...강제철거 금지·협상기회 제공해야"

 
김씨·이씨 부부가 두 달째 생활하고 있는 텐트 / 사진 제공.반빈곤네트워크
김씨·이씨 부부가 두 달째 생활하고 있는 텐트 / 사진 제공.반빈곤네트워크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거리로 밀려난 대구지역 세입자들이 '주거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1. 기초생활수급자인 김모(67)·이모(54)씨 부부는 지난 9월 25일 전셋집을 나왔다. 집이 원대동3가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세금 2,000만원은 돌려받았지만 대출(1,900만원)을 갚는데 대부분 썼고 수입은 기초수급비 50여만원이 전부다. 부부는 살던 집 앞에 텐트를 치고 두 달째 농성을 하고 있다.

부부는 전셋집에서 8년 동안 살았지만 주거보상비는 받지 못했다. 주거보상비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3개월 전부터 살아야 받을 수 있는데 원대동3가재개발정비사업은 2008년에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돼 2011년부터 살아온 부부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날씨는 갈수록 추워지는데 집을 옮길 여력도 없다. 갈 곳 없는 우리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원대동3가재개발조합은 원대동 1402-11번지 일대(69,796.4㎡)에 33층(지하2층)짜리 아파트 13동과 오피스텔 1동을 세울 예정이다.

#2. 박모(54)씨는 2002년 대구 동구 신암동에 가발가게를 차린 상가세입자다. 박씨의 가게는 '신암4동 뉴타운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포함돼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25일까지 퇴거하라는 계고장을 받았다. 채권자는 건물주 김모씨다. 박씨는 가게에 들어올 때 보증금 1,000만원을 냈지만, 김씨는 보증금도 주지 않은 채 260여만원을 공탁금으로 걸었다.

박씨는 "누굴 위한 재개발·재건축인지 모르겠다. 피해를 보는 사람은 돈 없는 세입자들뿐"이라고 호소했다. 신암4동재건축조합은 동구 신암동 245-1번지 일대(55,466.3㎡)에 17층(지하2층)짜리 아파트 13동과 오피스텔 1동을 세울 예정이다.
 
조정희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장이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2019.11.25.대구 중구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조정희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장이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2019.11.25.대구 중구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이와 관련해 정비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씨와 박씨 등 세입자, 주민, 영세상인 4명과 서창호(46)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정비사업으로 인해 인간다운 삶의 기본적인 요건인 집마저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주거권을 보장하라"며 25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소장 조정희)에 진정을 냈다. 피진정인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권영진 대구시장 등 3명이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주택 강제철거 금지 ▲퇴거 대상자에게 협상기회 제공 ▲적절한 보상 지급 ▲퇴거 예정 시기 사전고지와 이를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 권고를 요구했다.

진정에 앞서 이들은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비사업은 공익목적인데도 민간개발, 전면철거 방식이 대다수"라며 "세입자와 저소득층 등 사회적 소수자들은 집과 일터를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들은 정부와 대구시에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 개발로 전환 ▲세입자 보호 위한 '주택·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요구했다.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2009년 용산 참사로 30여명이 다치고 숨졌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부동산 공화국"이라며 "정비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사람이 살 수 있고 주거가 보장되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개발 주거권 요구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2019.11.25)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도시개발 주거권 요구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2019.11.25)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조정희 소장은 "제도적인 문제는 국가인권위 사회인권과로 이관하고, 현장 조사가 필요한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0 대구광역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변경)'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대구시 전체 정비사업은 209곳으로 전체면적은 994.82ha(헥타르)다. 대구 중구 전체면적(700ha)보다 넓고 수성못(약22ha)의 45배에 이르는 셈이다. 대구 8개 구·군별로 보면, 남구 38곳, 수성구 36곳, 중구 32곳, 서구 28곳, 동구·달서구 각 25곳, 북구 22곳, 달성군이 3곳이다. 정비사업 예정구역도 152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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