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매 가족도, 기초수급자 부부도...재개발에 '집' 잃는 대구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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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 아파트, 서구 오피스텔 신축 등 대구 곳곳 '도시정비사업'에 거리로 내몰리는 피해 사례 증가
정책포럼 / 원주민, 세입자들 증언 "최소한 주거권 보호", 시민사회 제안 "구시대 도시정비법 바꿔야"

 
3남매 가족의 가장 변영길씨. 그의 집에는 15일까지 퇴거하라는 계고장이 붙었다 (2019.12.16.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3남매 가족의 가장 변영길씨. 그의 집에는 15일까지 퇴거하라는 계고장이 붙었다 (2019.12.16.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지역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집이나 가게 등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 대구 달서구 33평짜리 집은 변영길(53)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3남매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변씨 가족이 47년째 살아온 정든 집은 '달서구제0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묶이게 됐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선 2억여원을 부담해야 해 재정이 부담된 그는 조합원이 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집에 15일까지 집을 비우라는 계고장이 붙었다. 언제 강제 퇴거가 집행될지 모른다. 한겨울 3남매 가족은 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변씨는 "수 차례 대구시청과 달서구청을 찾아 정비구역 해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재건축 허가는 너무 쉽고 해제는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감정평가 결과 그의 집은 1억5,000만원으로 산정됐다. 하지만 변씨는 "주변의 비슷한 집은 적어도 2억5,000만원부터 시작한다"며 "이사도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달서구제0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지난 2017년 4월 26일 사업시행이 인가됐다. 달서구제07구역재개발조합은 파도고개로10길30 일대(4만545.10㎡)에 지상24층(지하3층)짜리 아파트 9개동을 세울 예정이다.
 
넉 달 가까이 텐트에서 살고 있는 이영선씨(2019.12.16.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넉 달 가까이 텐트에서 살고 있는 이영선씨(2019.12.16.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2. 기초생활수급자인 김기천(67)씨와 이영선(54)씨 부부는 지난 9월 25일 전셋집을 나왔다. 집이 원대동3가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세금 2,000만원은 돌려받았지만 대출(1,900만원)을 갚는데 대부분 썼고 수입은 기초수급비 50여만원이 전부다. 갈 곳이 없는 부부는 9월부터 살던 집 앞에 텐트를 치고 넉 달 가까이 거리에서 살고 있다.

부부는 전셋집에서 8년 동안 살았지만 주거보상비를 받지 못했다. 주거보상비는 관리처분계획인가 3개월 전부터 살아야 받을 수 있는데 원대동3가재개발정비사업은 2008년에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돼 2011년부터 살아온 부부는 보상비 지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대동3가재개발조합은 원대동 1402-11번지 일대(69,796.4㎡)에 33층(지하2층)짜리 아파트 13동과 오피스텔 1동을 세울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반(反)빈곤네트워크, 2.18안전문화재단 등 9개 민·관 기관은 16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광역시 도시정비사업에 의한 원주민 세입자의 안전과 주거권 보장을 위한 증언 정책포럼'을 열었다.
 
상가세입자 박명원씨..."적어도 삶의 터전만은 빼앗지 말아달라"(2019.12.16.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상가세입자 박명원씨..."적어도 삶의 터전만은 빼앗지 말아달라"(2019.12.16.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세든 가발가게가 재건축사업 구역에 포함돼 지난 11월 25일까지 자진 퇴거하라는 계고장을 받은 박명원(54)씨는 "재개발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삶의 터전, 일터는 빼앗지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세입자, 원주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비사업자, 감정평가사,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재개발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조합과 원주민 간의 분쟁을 해결하고 ▲철거현장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해 사후 불법적인 철거, 퇴거 사안에 고발 조치하고 ▲조합이 재건축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 등 손실보상을 할 경우 용적률을 10%까지 늘려줘 보상을 유도하는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대구지역에선 세입자, 원주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례가 제정된 적이 없다.

용적률 보상은 효과를 보여 지난 10월 31일 세입자에 대한 보상 등 지원대책을 포함하는 내용의 '노원구 월계동 487-17 일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 고시됐다. 때문에 '월계동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당초 용적률보다 5% 많은 용적률 사용 허가를 받았다.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 (2019.12.16.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 (2019.12.16.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서울시의 정책을 소개한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은 "대구시도 의지만 있으면 시행할 수 있는 정책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도시정비는 사람 수보다 집 수가 부족했을 때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한 구시대적인 방법이었다. 주택공급수가 충분한 만큼 새로운 정비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0 대구광역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변경)'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대구시 전체 정비사업은 209곳으로 전체면적은 994.82ha(헥타르)다. 대구 중구 전체면적(700ha)보다 넓고 수성못(약22ha)의 45배에 이르는 셈이다. 대구 8개 구·군별로 보면, 남구 38곳, 수성구 36곳, 중구 32곳, 서구 28곳, 동구·달서구 각 25곳, 북구 22곳, 달성군이 3곳이다. 정비사업 예정구역도 152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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