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식구 한겨울 길거리로...대구 두류동 재개발 사업 마지막 집 '강제퇴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12일 계고장→17일 강제퇴거..."겨울철 퇴거 금지, 임대주택 제공 등 주거권 보장"

 
법원 집행관과 법원 소속 용역업체 직원들이 부동산인도 강제집행을 진행 중이다 (2019.12.17.대구 달서구 두류동) / 사진 제공.변모씨
법원 집행관과 법원 소속 용역업체 직원들이 부동산인도 강제집행을 진행 중이다 (2019.12.17.대구 달서구 두류동) / 사진 제공.변모씨
 
낙후된 주택이 많은 대구 두류공원 근처 '두류동 재개발 사업'으로 마지막 남은 다섯 가족이 집에서 밀려났다. 1시간 만에 이뤄진 강제 퇴거로 가재도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부부와 3남매는 한겨울 거리로 나앉았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 17일 오후 1시 30분 대구 달서구 두류동 성남초등학교 뒷편 재개발 사업구역에서 '부동산인도 강제집행'을 진행했다. 변모(53)씨 부부와 20대 자녀 셋이 사는 2층 주택에서 법원집행관과 법원 소속 용역 업체 직원 30여명이 강제집행을 했다.

3남매가 회사로 출근한 뒤 둘만 남은 변씨 부부가 강제집행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비닐, 박스에 가족들의 물건을 담았다. 강제집행은 1시간 만에 진행됐고 변씨 부부는 서둘러 칫솔, 수건, 즉석밥 등 생필품과 청소기 등 가재도구만 챙겨 집밖으로 나왔다. 급하게 나온 탓에 대부분의 가재도구는 챙기지 못했다.
 
변씨의 집에 붙은 부동산명도 강제집행 예고장 / 사진 제공.변모씨
변씨의 집에 붙은 부동산명도 강제집행 예고장 / 사진 제공.변모씨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 12일 변씨 가족의 집에 '부동산인도 강제집행 예고' 계고장을 붙였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집행관은 계고장으로 "15일까지 자진 퇴거하지 않을 경우 예고 없이 강제 집행되고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권자는 달서구제0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다.

'달서구제0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지난 2006년 6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2018년 4월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면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주가 진행됐다. 당초 275세대가 살았지만 마지막 남은 집이 이날 강제집행 되면서 두류동 재개발 구역에는 사는 사람이 없게 됐다. 때문에 공사는 12월 말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이들이 살았던 대구 달서구 두류동 성남초등학교에서 두류 1,2동 행정복지센터까지 이르는 동네(40,545.1㎡)에는 지상 24층(지하3층)짜리 아파트 9개동(785세대)이 들어선다. 재개발사업의 시행사는 달서구제0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시공사는 (주)KCC(케이씨씨)건설이다.
 
변씨가 지난 46년 간 살아온 2층 주택 / 사진 제공.변모씨
변씨가 지난 46년 간 살아온 2층 주택 / 사진 제공.변모씨
 
변씨는 "지난밤은 둘째 동생의 집에서 묵었다. 이제 또 신세를 질 곳을 알아봐야 한다"며 "집을 구할 여력이 없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막막하다"고 18일 말했다. 변씨는 두류동 집에서 지난 46년을 살았다. 결혼생활을 했고, 부모님을 떠나보냈고, 자녀들을 낳아 이날까지 지냈다. 변씨는 "유년기부터 황혼기까지 인생과 함께한 집을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변씨는 조합이 조건으로 제시한 2억이 없어 조합원이 되지 않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제73조)'에 따르면 재개발조합은 조합원이 되지 않은 건물 소유자에게 건물을 팔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조합이 공탁금으로 내건 금액은 1억5,000만원이다. 변씨는 "주변 집 가격이 보통 2억이 넘는다"며 "결국 집값이 더 싼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창호 반(反)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자본의 논리로 47년 동안 살아온 원주민이 한겨울에 자녀 3명과 함께 쫓겨났다"며 "재개발, 재건축의 무분별한 허가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겨울철 퇴거금지, 임대주택 제공, 이사비 지원 등 이들을 최소한의 주거권 보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병환 대구시 주택정비팀장은 "안타깝지만 실질적으로 대구시나 구청이 도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는 재정자립도가 낮고 인력이 부족해 자체적 사업을 하는 데에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