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철거민 부부의 '텐트'마저 빼앗은 재개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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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원대동 재개발 조합'...가림막으로 텐트 가려 출입 막고 세간 죄 가져가
전셋집 쫓겨난지 다섯 달만에 마지막 터전서도 밀려나, 서구청 숙박비 지원도 내달 종료

 
조합 관계자와 대화를 마친 부부...B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1.16)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조합 관계자와 대화를 마친 부부...B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1.16)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재개발 사업으로 전셋집을 뺏긴 철거민 부부가 이번에는 마지막 거처로 머물던 1평 남짓 텐트마저 잃었다.

대구 서구 원대동 재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원대동 재개발 조합은 지난 15일 원대시장 건너 재개발 구역 안에 있는 A(68)씨, B(53)씨 부부의 텐트 주변을 철제 가림막으로 막았다. 조합은 철거가 시작돼 분진과 파편이 날리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이 자리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고 있었다.

부부는 16일 이 사실을 알고 조합을 찾아 따졌다. 텐트와 안에 있던 가스버너, 쌀, 반찬 등 세간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조합 직원은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가림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부부가 텐트를 다시 칠 우려가 있다"며 막았다.

부부는 재개발 구역 인근 도로에 다시 텐트를 치고 '주거보전비'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B씨는 "하루아침에 지낼 곳도, 먹을 것도 모두 뺏겼다"며 "더 갈 곳도 없는데 어떻게 살라는 거냐"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밤에는 모텔에서 자고 있다. 지난해 11월 '긴급복지지원'으로 서구청이 모텔 숙박비를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급복지지원 기간이 3개월이라 오는 2월 16일이면 부부는 모텔에서도 나와야 한다.
 
올해 초...B씨가 텐트에서 행주를 빨고 있다 (2020.1.1.대구 서구 원대동)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올해 초...B씨가 텐트에서 행주를 빨고 있다 (2020.1.1.대구 서구 원대동)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부부가 살던 텐트를 가린 가림막 (2020.1.16)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부부가 살던 텐트를 가린 가림막 (2020.1.16)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조합 한 관계자는 "철거를 위해 조합의 사유지 안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세간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대동3가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지난해 2월 이주가 시작돼 당초 1,279명이었던 주민은 이제 모두 떠났다. 원대동 재개발 조합은 원대시장 건너편 일대(69,796.4㎡)에 33층(지하2층)짜리 아파트 13동과 오피스텔 1동을 세운다.

서구청 한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은 조합의 사유지"라며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은 조합의 자유"고 말했다. 이어 "부부는 긴급복지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청이 더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부부는 지난해 9월 전셋집에서 강제 퇴거됐다. 전세금 2,000만원은 돌려받았지만 대출 1,900만원을 갚는데 대부분 썼다. 주거이전비는 받지 못했다. 이전비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3개월 전부터 해당 주거지에 살아야 받을 수 있는데 부부는 2011년부터 살아서 2008년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재개발의 이전비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의 수입은 기초수급비 월 58만원이 전부다.

때문에 부부는 주거보전비 등을 요구하며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A씨는 당초 용접공이었지만 일흔을 앞둔 나이로 찾는 곳이 없어졌다. B씨는 지난 2010년 암에 걸려 치료를 받은 뒤부터 거동을 하면 쉽게 혈압이 올라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부부가 다섯 달째 살았던 텐트 (2020.1.1.대구 서구 원대동)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부부가 다섯 달째 살았던 텐트 (2020.1.1.대구 서구 원대동)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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