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쿠폰 임금' 조사 한 달...이주노동자 25명, 1억 넘게 못받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1.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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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 한국 사장 조사 "형편 어려워져 나중에 주려고"...조사 계속→검찰 송치 여부 추후 검토
시민단체 "미등록 신분·가족비자 등 떼인 돈 받으려다가 추방 가능성, 면제 조치 등 구제 방안"


경북 영천 한 농장에서 벌어진 이주노동자 '장난감 쿠폰 임금' 사건과 관련해 노동청 한 달 조사 결과 갈수록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이주노동자 25명이 1억원 넘게 임금을 못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확인한 결과, 영천 농장 한국인 사장 A씨의 이주노동자 쿠폰 임금 체불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25명, 체불액은 1억1,500만원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담당 부서 한 조사관은 "A씨가 꼼꼼히 기록하는 성격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진 메모지 기록을 모아보니 고발장과 겹치는 기간을 확인했다"며 "A씨도 쿠폰 임금 지급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영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에게 월급 대신 지급된 장난감 종이 쿠폰 / 사진.대경이주연대회의
경북 영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에게 월급 대신 지급된 장난감 종이 쿠폰 / 사진.대경이주연대회의

다만 "흉작에 마늘값이 폭락해 형편이 어려워져 추후에 돈을 주려고 신용증처럼 쿠폰을 줬다가 체불로 신고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처음부터 노동자들을 속여서 가짜 돈을 주려던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임금체불은 큰 죄"라며 "꼼꼼히 수사해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관은 "장부를 대조하고 증인을 심문해 계속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최종 피해 집계는 조사가 끝나봐야 안다. 현재보다 줄거나 더 늘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송치 여부에 대해서는 "넘긴다면 체불 혐의겠지만 조사가 끝난 뒤 검토할 사안"이라며 "2월은 돼야 한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는 또 다른 점을 우려했다. A씨가 검찰에 넘겨져 기소된다 해도 벌금형에 그치고 정작 밀린 임금은 못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피해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신분이나 한국에서 노동할 수 없는 가족초청 비자인 경우가 많아 떼인 돈을 받으려다가 되려 추방될 가능성도 있다.

최선희 대구경북이주연대 집행위원장은 "사장이 돈이 없어 임금을 못주면 소액체당금 등 권리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체불 피해자는 출입국 통보 의무가 면제되는 제도 변화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영천시 신녕면에서 농장파견용역업체를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 A씨는 2년간 마늘농장, 양파농장에 파견 보낸 이주노동자들에게 돈 대신 자신이 만든 장난감 쿠폰을 지급해 임금을 체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0대 베트남 이주노동자 부부가 1,500만원 체불로 A씨를 지난 달 노동청에 고발하며 사건은 알려졌다. 이후 이들 부부를 돕는 지역 시민단체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가 추가 피해자 13명을 찾아내 추가로 노동청에 고발하면서 사건은 더 커졌다. 한 달 넘게 노동청은 A씨를 불러 수 차례 조사했다. 주거지와 사무실도 압수수색해 장부와 통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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