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4)씨는 오는 설날 당일(25일)에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재개발 사업 구역 앞 차도에서 차례를 지내겠다고 23일 말했다. 지난달 17일 재개발 구역에 있던 집에서 강제퇴거 돼 차례를 지낼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온 친척이 A씨의 집에 모여 새해 덕담을 나누던 것이 평소 명절 모습이었지만, A씨는 친척들에게 올해 설에는 올 필요가 없다고 알렸다. A씨는 "집이 없는데 친척들을 부를 수는 없었다"면서 "다만 명절이니만큼 평생 추억이 담긴 집과 가까운 곳에서 가족끼리 모여 차례를 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A씨는 112㎡(34평)짜리 집에서 46년을 살았다. 이곳에서 신혼을 보냈고, 부모님을 떠나보냈고, 자녀 셋을 낳아 길렀다. 올 설날은 강제퇴거로 인해 친척집, 학원 기숙사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부인과 세 자녀가 간만에 모여 차례를 지낼 예정이다.
두류동 재개발 사업(달서구제0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행사인 달서구제0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이주를 끝내고 착공에 들어가 대구 달서구 두류동 성남초등학교 뒤편 동네(40,545.1㎡)에 지상 24층(지하 3층)짜리 아파트 9개동을 세운다. 시공사는 (주)KCC(케이씨씨)건설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구에서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모두 227곳, 면적은 1,134만3,855㎡로 두류공원(약 165만㎡)의 6배, 수성못(약 22만㎡)의 51배에 이른다. 대구 곳곳에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언제든 A씨와 같은 철거민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대구지역 8개 구·군도 정비사업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했지만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제도가 시행된 2010년부터 올해까지 대구시에서 분쟁조정위가 열린 경우는 1번에 불과했다.
때문에 대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창호 반(反)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분쟁조정위는 기본적으로 신청제이고 잘 알려지지 않아 활용이 안 되고 있다"며 "사전협의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전협의체는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구청장의 직권으로 실시할 수 있다. 협의체에선 시행사(재개발·재건축 조합), 세입자, 건물주 등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이주, 보상 대책을 논의하게 된다.
대구시 주택정비팀 담당자는 "타 시도의 조례를 참고해 구청장·군수의 재량으로 조정위를 실시하게끔 하거나 조정위원을 늘리는 등 강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협의체 설치에 대해선 "같은 내용을 포함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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