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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용 분신정당, 잘 될까?

기사승인 2020.03.02  11: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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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칼럼] 새 선거법과 다른 법 사이의 혼선


자신들이 극력 반대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한된 형태로나마 도입되자, 자유한국당은 법의 맹점을 파고들어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 지지율을 초과하면 비례의석을 못 받게 된다. 그래서 비례의석만을 위한 별도의 허수아비 정당을 만들고 지지자의 정당 투표를 그쪽으로 유도하려고 한다.

입법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 정당방위?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전용의 분신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보수정치권이 자유한국당 중심의 통합정당으로 탈바꿈하면서 새 명칭을 ‘미래통합당’이라고 한 것도 미래한국당과 ‘미래’가 겹치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표심에 비례하여 의석수를 배정하자는 법의 취지를 무시하는 전략을 ‘정당방위’라고 변명하고 있다.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일자 ‘자매정당’이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 출처. KBS 뉴스, [영상] 민주당도 위성정당을?(2020.2.28)

이런 탈법이 정당하려면 그 법이 악법임을 입증해야 할 텐데, 합의 없이 제정한 법이라는 이유밖에 제시하지 못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주의 선진국 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므로 다른 변명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중진 중 단 한 명이라도 상식에 따라 내부 비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미래한국당의 등록을 허용하였다. 1단계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힘들게 추진해온 정당과 시민단체는 어이가 없어 한다. 비례용 분신정당은 위법이라고 개정안에 분명히 못을 박았어야 했다고 후회할 것이다.

법조문을 살펴봅시다

비례용 분신정당을 현행법에 비추어보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를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골치 아픈 법조문을 인용하는 걸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우선, 미래한국당의 등록을 승인한 선관위의 처분에 관한 논란을 보자.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라고 밝히고 있다. 또 정당법 제15조는 “[정당] 등록 신청을 받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는 한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런 표현 때문에, 미래한국당이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여 신청했다면 선관위가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법을 아무리 세심하게 만든다고 해도 미래에 발생할 상황을 다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법을 해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형벌의 경우는 ‘죄형법정주의’라는 대원칙에 따라,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해도 명문 규정이 없으면 불이익을 줄 수 없다. 그러나 형벌이 아닌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기 위한 정당 설립을 ‘자유’의 범위에 포함시킨 선관위의 해석을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로,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투표는 자당 후보를, 비례 투표는 분신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찍어달라고 호소할 텐데, 이것은 법적으로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황교안 대표가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여 미래한국당 지지를 호소한다면 위법이다. 그러나 위 조문에 명시되지 않은 다른 사람이라면 법을 피해갈 수 있다.

분신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관여한다면?

셋째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래통합당이 관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답은 엉뚱하게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선관위의 유권해석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중앙위원회 순위투표로 결정하지만 당선 안정권의 20% 이내에서 ‘전략공천’ 할 수 있게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선관위가 2월 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 예외 규정을 문제 삼은 것이다.

 
 
▲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선거방송, [연동형 비례대표제] 제21대 국선 비례대표 의석배분 어떻게 달라지나(2020.1.29)

지난 1월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선출은 당헌 또는 당규로 정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하며,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에는 민주적 심사 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선관위가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가’라고 판단한 것이다. 선관위는 민주당에 “선거인단 구성 대상·방식·규모 등을 당헌·당규 등에 규정해야 하고, 대의원과 당원 등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므로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관여한다면 명백한 위법이 된다.

이는, 형식적 요건만 구비하면 정당 등록을 승인하는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 비례용 분신정당의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와도 달라서 법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략공천을 기대하면서, 혹은 보장 받고서, 분신정당으로 당적을 바꾼 예비후보들은 속이 탈 것이다. 미래통합당과 예비후보들이 어떤 묘수, 꼼수를 더 동원하여 이 난관에 대처할까?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김윤상 칼럼 89]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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