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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의 분노가 가야할 방향

기사승인 2020.04.06  13: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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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주 칼럼] '그래도 되는' 이 사회의 문화...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2003년 대구지역 남성성문화조사를 진행했었다. 당시 대구여성회에서 진행한 이 조사는 20명의 대구지역 남성을 심층인터뷰하고 2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놀랐던 것은 소위 ‘야동’이라는 것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는 비디오로만 접할 수 있어 지금과는 다른 환경이었는데도 말이다.

1999년부터 여성연예인의 이름을 딴 실제 성관계 영상이 나돌았고 이때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영상을 보며 ‘가해’행위에 동참했다. 그보다 앞서 십대 청소년이 출연하고 제작, 배포한 ‘빨간 마후라’ 비디오가 있었고, 1999년 등장해 2016년 완전히 폐쇄되기까지 약 17년간 존재했던 ‘소라넷’은 회원 수가 100만 명이였으며 운영자 수는 70여명이었다고 한다. 소라넷의 뒤를 이어 등장한 ‘웹하드 카르텔’은 단순 ‘음란물’이 아닌 각종 불법 촬영물, 성범죄 영상을 조직적으로 유통해 돈을 벌었고 불법자료를 거르는 필터링 업체와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영상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업체까지 함께 운영해 ‘카르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9년 10월 아동ᆞ청소년 성 착취물 유포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가 한국인 손정우라는 것이 미국, 영국 등 32개국이 공조 수사하여 밝혀졌고 한국의 재판정에서 손정우는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가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아 5월에 출소한다. 현재 미국 법무부 요청으로 송환 협상이 진행 중인데 미국의 관련범죄 최고형은 30년이다. 그리고 2019년 배우 정준영의 ‘단체 카카오톡 방’과 김학의 사건을 지나 N번방 성착취 범죄가 세상에 드러났다. 그동안 성범죄는 제대로 처벌된 적이 없다. 이슈화 되었지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앞서의 사건들은 N번방을 운영한 ‘갓갓’, ‘박사’ 등이 절대 잡히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었다. N번방을 키운 토양은 처벌하지 않는 법과 제도 ‘그래도 되는’ 이 사회의 문화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성 착취’가 ‘산업’으로 불릴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성산업 규모는 8.7조원이라고 한다. 영화산업보다 규모가 더 크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성 착취물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소비하고 있다. 손정우의 다크 웹 다운로드 수는 36만 건이었고, N번방 참여자들은 중복 포한 26만 명으로 추산되며 N번방에서 내려 받은 영상을 공유한 횟수는 추정이 불가능하다.

 
 
▲ 정의당 대구시당의 '텔레그램 N번방 처벌 촉구' 기자회견(2020.3.23. 대구지방법원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N번방은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들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이며 여성의 섹슈얼리티 지배권을 가부장제 사회의 ‘남성’이 가지고 있는 구조와 여성을 대상화하여 함부로 할 수 있고 이러한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 ‘단지 재미있는 노예게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텔레그램 내 N번방 체계를 처음 운영한 ‘갓갓’이 텔레그램에서 N번방을 표현한 말이다. ‘갓갓’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N번방에 5단계를 거쳐 돈을 내고 들어간 사람들은 그 속에서 행해지는 일에 대해 갓갓과 같은 생각이 아니었을까. 그들의 눈앞에 있는 피해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노예이고 그 행위들은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문제는 성 착취 행위는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는데 있다. 다른 온라인 채널에는 벗방이 있고, 오픈 채팅방,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행위자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는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먼저 온라인 성착취 피해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해야 한다. 앞에서 열거했듯이 그 많은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지나 N번방사건이 공론화 되고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금이 제대로 대처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미투 이후에도 정비되지 않은 관련법들을 정비해야 한다. 지금의 법은 온라인 세계의 범죄를 처벌하기 어렵다. 얼마 전까지 경찰은 사이버성폭력 피해자에게 고소가 안된다고 했고,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욕하는 댓글 달면 사실적시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다고 이야기 하며 돌려보냈다. 불법촬영물을 성폭력이 아니라는 증거물로 제출한 가해자의 주장을 믿어 ‘사귀는 사이’라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인식을 바꿀 때이다.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도 그렇게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을 보는 것이 ‘성 착취’물을 보는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만큼 ‘국산야동’이라 불리우는 성 착취물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의 IT강국 이면에는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 착취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여성의 성적일탈행동이 주변에 알려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협박의 근거가 되고 범죄 피해자가 되는 ‘변형된 순결이데올로기’와 모두가 판결자가 되어 ‘이 사람은 피해자가 맞고, 저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성기사진을 ‘무기’라며 찍어 보내는 남자청소년과 신체사진이 노출되면 협박당하여 ‘노예’가 되는 여성청소년이 존재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직도 현행법은 아동 청소년에 대해서도 성폭력피해자가 아니면 모두 ‘대상’아동청소년으로 구분하여 실질적인 처벌인 ‘보호처분’을 내리고 있다. 그래서 피해자는 ‘너도 처벌 받는다’는 가해자의 말에 절망하여 자신의 피해사실을 신고 할 수 없다. 폭행 또는 협박이 증명되지 않으면 ‘강간’이 성립되지 않고, 성폭력이 증명되지 않으면 성매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4.15 선거이다. 어떤 당은 N번방 사건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공약과 기자회견을 하고 어떤 당은 호기심에 N번방에 들어간 것은 판단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공분하고 있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성 착취를 근절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은주 칼럼 8]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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