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죠? 100만원 들어와서 고스란히 건물주한테 보냈어요. 여기에 돈 더 얹어서 임대료로 나갔어요"
대구 중구 동성로 골목길 안에서 8년째 20평 남짓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사흘전인 지난 12일 코로나19 위기극복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100만원을 지원 받았다. 3차 재난지원금을 받았지만 받자마자 돈이 임대료로 빠져나가 여전히 빈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5인 이상 모임 금지, 오후 9시 이후 영업시간 제한으로 하루 평균 10명대의 손님만 가게를 찾아 매출은 70% 줄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1일부터 나흘째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에게 3차 재난지원금 버팀목자금·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방역강화로 인한 집합금지·영업제한, 지난해 매출액 4억원 이하 등 소상공인 276만여명이 대상이며, 지원규모는 각 현금 1백~3백만원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대다수 지원금을 임대료로 지불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을 할 수 없어 피해를 보면 임대료도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구지역 소상공인들도 비슷한 하소연을 했다. 중구 통신골목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60대 강모씨는 버팀목자금 200만원을 받았지만 밀린 임대료와 보험료를 내니 손에 남는 게 없다. 매장 취식이 안되니 손님이 거의 없어 수입은 90% 넘게 감소했다. 배달을 시작하려 했지만 수수료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 강씨는 "알바는 반년째 쉬라고 했는데 식구 같은 매니저를 자를 수도 없고. 거리두기는 연장한다는데...영업을 못한 만큼 임대료라도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성구 신매역 인근 아파트 앞에서 작은 '포차'를 하는 50대 김모씨는 지난주부터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오후 7시나 오후 7시 30분쯤 오는데 9시 영업제한으로 1시간 남짓 밖에 못있으니 만남 자체가 없다"며 "오후 3시 준비해 오후 9시까지 있어도 1~2팀 오는게 다다. 그래서 17일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안내문을 붙였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019년 수 천만원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인수했으나 지난해 2월 대구에 코로나가 확산하자 "1년 내내 월급 한 번 제대로 못가져갔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작년 가을 가게를 내놨으나 몇 달째 매수자가 없다. "코로나 시국에 누가 가게를 시작하려고 하겠나"면서 "권리금을 낮춰 손해보면서 내놔도 가게를 넘길 수 없으니 월세 메꾸려 끼억끼억 장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김씨는 '영업제한'에 묶인 소상공인이라서 최근 3차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받았지만 밀린 월세 내기에도 부족하다. 그는 "석 달째 월세를 못 내 보증금에서 까고 있다"며 "2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밀린 월세 내기도 모자란다"고 했다. 김씨는 '주방 이모' 한 명과 같이 시작했으나 지금은 혼자 주방일과 서빙을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음식 재료값과 월세·월급을 빼고나면 내 돈은 100만원도 가져가 본 적이 없다"며 "다들 힘드니 견디는 수밖에 없지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에도 오후 6시 퇴근 시간을 넘어서까지 직원들이 버팀목자금 상담을 하고 있었다. 한 담당자는 "하루 평균 90~100명 정도 현장 상담을 하러 온다"며 "콜센터 전화 문의도 넘친다. 지원뿐만 아니라 폐업 상담도 많다. 그만큼 많이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도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에서 코로나 피해 지원책으로 '이익공유제'를 주장했다. 코로나 피해를 덜 입거나 오히려 이익을 본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이익을 공유해 간접 지원을 하자는 내용이다. 이동주 더민주당 의원은 '임대료멈춤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코로나 피해 구제법(코로나19감염병피해소상공인등 구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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