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 고스란히 '건물주'에...대구 소상공인들 "임대료 멈춰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1.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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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카페 1백만원 받아 월세·보험료 '빈손'..."가장 큰 부담, 방역으로 장사 멈추면 임대료도 멈추길"
버팀목자금 나흘째 소상공인진흥센터 현장상담↑ / "거리두기 연장...버팀목 임시방편, 임대료 손봐야"


"보이죠? 100만원 들어와서 고스란히 건물주한테 보냈어요. 여기에 돈 더 얹어서 임대료로 나갔어요"

대구 중구 동성로 골목길 안에서 8년째 20평 남짓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사흘전인 지난 12일 코로나19 위기극복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100만원을 지원 받았다. 3차 재난지원금을 받았지만 받자마자 돈이 임대료로 빠져나가 여전히 빈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5인 이상 모임 금지, 오후 9시 이후 영업시간 제한으로 하루 평균 10명대의 손님만 가게를 찾아 매출은 70%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 완화 지원 혜택(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 완화 지원 혜택(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퇴근 시간을 넘겨 상담 중이다(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퇴근 시간을 넘겨 상담 중이다(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년 가까이 정부 방역대책을 따르며 가까스로 가게 문을 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이씨는 "가장 큰 부담은  매월 꼬박 꼬박 나가는 임대료"라며 "지원금은 고맙지만 임시방편이다. 방역으로 인해서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멈추면 건물주한테 가는 임대료도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1일부터 나흘째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에게 3차 재난지원금 버팀목자금·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방역강화로 인한 집합금지·영업제한, 지난해 매출액 4억원 이하 등 소상공인 276만여명이 대상이며, 지원규모는 각 현금 1백~3백만원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대다수 지원금을 임대료로 지불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을 할 수 없어 피해를 보면 임대료도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구지역 소상공인들도 비슷한 하소연을 했다. 중구 통신골목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60대 강모씨는 버팀목자금 200만원을 받았지만 밀린 임대료와 보험료를 내니 손에 남는 게 없다. 매장 취식이 안되니 손님이 거의 없어 수입은 90% 넘게 감소했다. 배달을 시작하려 했지만 수수료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 강씨는 "알바는 반년째 쉬라고 했는데 식구 같은 매니저를 자를 수도 없고. 거리두기는 연장한다는데...영업을 못한 만큼 임대료라도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폐업한 뒤 셔터 내린 대구 중구 동성로 한 노래연습장(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폐업한 뒤 셔터 내린 대구 중구 동성로 한 노래연습장(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로, 서문시장, 교동시장 등 번화가 상가 건물 임대, 폐업 현수막(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로, 서문시장, 교동시장 등 번화가 상가 건물 임대, 폐업 현수막(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남구에서 꽃집 겸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장모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월세 1천~2천만원 이런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월세 1백~2백만원 이렇게 내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임대료는 너무 큰 타격"이라며 "월세 내는 날은 돌아오는데 영업제한은 계속되고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수성구 신매역 인근 아파트 앞에서 작은 '포차'를 하는 50대 김모씨는 지난주부터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오후 7시나 오후 7시 30분쯤 오는데 9시 영업제한으로 1시간 남짓 밖에 못있으니 만남 자체가 없다"며 "오후 3시 준비해 오후 9시까지 있어도 1~2팀 오는게 다다. 그래서 17일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안내문을 붙였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019년 수 천만원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인수했으나 지난해 2월 대구에 코로나가 확산하자 "1년 내내 월급 한 번 제대로 못가져갔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작년 가을 가게를 내놨으나 몇 달째 매수자가 없다. "코로나 시국에 누가 가게를 시작하려고 하겠나"면서 "권리금을 낮춰 손해보면서  내놔도 가게를 넘길 수 없으니 월세 메꾸려 끼억끼억 장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김씨는 '영업제한'에 묶인 소상공인이라서 최근 3차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받았지만 밀린 월세 내기에도 부족하다. 그는 "석 달째 월세를 못 내 보증금에서 까고 있다"며 "2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밀린 월세 내기도 모자란다"고 했다. 김씨는 '주방 이모' 한 명과 같이 시작했으나 지금은 혼자 주방일과 서빙을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음식 재료값과 월세·월급을 빼고나면 내 돈은 100만원도 가져가 본 적이 없다"며 "다들 힘드니 견디는 수밖에 없지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 인근 카페는 이날 오후 5시쯤 장사를 접었다(2021.1.14)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 서문시장 인근 카페는 이날 오후 5시쯤 장사를 접었다(2021.1.14)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 동성로, 서문시장, 교동시장 등 번화가 상가 건물에 임대, 폐업, 영업종료 현수막이 붙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지역 센터들에도 현장 방문과 전화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온라인 접수만 받는다고 공지해도 불안한 마음에 센터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에도 오후 6시 퇴근 시간을 넘어서까지 직원들이 버팀목자금 상담을 하고 있었다. 한 담당자는 "하루 평균 90~100명 정도 현장 상담을 하러 온다"며 "콜센터 전화 문의도 넘친다. 지원뿐만 아니라 폐업 상담도 많다. 그만큼 많이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버팀목자금 온라인 신청 공지에도 하루 평균 1백여명의 상인이 센터를 찾는다(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버팀목자금 온라인 신청 공지에도 하루 평균 1백여명의 상인이 센터를 찾는다(2021.1.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임대료와 관련해 정부가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 완화를 위해 '착한임대인 세제지원',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상에 착한임대인 포함', '착한임대인 소유 건물 전기안전점검 실시' 등 정책을 내놨다. 임대료를 인하한 만큼 건물주에게도 소득세, 법인세 공제 등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자체도 유사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강제력이 없어 동참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여당도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에서 코로나 피해 지원책으로 '이익공유제'를 주장했다. 코로나 피해를 덜 입거나 오히려 이익을 본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이익을 공유해 간접 지원을 하자는 내용이다. 이동주 더민주당 의원은 '임대료멈춤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코로나 피해 구제법(코로나19감염병피해소상공인등 구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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