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 7년 만에 항소심도 승소..."하청노동자 직고용하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7.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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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현장검증·심리해보니 1심과 같은 결과" 근로자성 인정
2015년 178명 해고→2019년 1심 승소→2022년 항소심 승소
사측 "과장, 심리 불충분" 14일 내 대법원 상고 여부 결정
노조 "대우조선 등 사내하청 비정규직 불법파견 뿌리뽑는 계기"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 구미공장 해고사태 7년 만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재판부가 또 다시 사측의 '불법파견'을 인정해 직고용 길이 열렸다. 

대구고법(3민사부 부장판사 손병원)은 13일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 (주)AGC화인테크노 한국 사내 하청업체 지티에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차헌호씨를 비롯한 22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 선고심에서, 사측 항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의사를 표시하라"고 선고했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해 원청이 직고용하라고 판시한 셈이다.  
 
   
▲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이 항소심 승소 후 기뻐하고 있다.(2022.7.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재판부는 "현장 검증과 여러 번 심리 한 결과, 앞서 1심 재판부와 같은 결과에 도달했다"며 "사측이 심리 과정에서 여러 주장을 펼쳤지만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판결했다. 특히 "대법원이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5가지 기준을 제시한 것을 토대로 살펴보니, 원고(사측)가 피고(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지휘·명령권을 사용한 게 선명하다"면서 "원고는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파견법 제2조 제1호'와 같은 법 '제6조의2 제1항' 등을 토대로 '불법파견' 기준을 5가지로 두고 있다. 판례를 보면 ▲원청(사용 사업주)이 파견근로자를 2년 초과해 사용하거나 ▲원청(사용 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 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등 다섯 가지 사례 중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하면 원청은 파견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할 의무, 즉 직접고용의 의무를 진다. 

원청 아사히글라스가 사내하청 업체 지티에스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했지만, 이는 국내 제조공장 생산라인에 대한 '불법파견'으로 판단해 원청이 이들을 직고용해야 한다고 사법부가 결론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도 같은 결론을 내면서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22명 이외에 지난 2015년 해고된 150여명의 하청 노동자들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이 항소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경우 직고용 시기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사측 소송대리인(태평양)들은 "피고 측 주장이 과장됐고, 심리도 충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변론을 펼쳤다. 대법원 상고 여부는 14일 이내에 결정된다. 사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아사히글라스 직고용' 촉구 기자회견(2022.7.13.대구고법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사히글라스 직고용' 촉구 기자회견(2022.7.13.대구고법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사히비정규직지회(지회장 차헌호)와 민주노총 경북본부 등은 항소심 재판 이후 대구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연한 결과"라며 "사측은 재판 결과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을 직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차헌호 지회장은 "너무 기쁘다"면서 "해고 7년 동안 함께 싸운 동지들과 응원해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항소심 선고 결과를 토대로 우리와 같은 이유로 싸우고 있는 대우조선 등 다른 지역 하청노동자들이 힘을 내길 바란다"면서 "불법파견을 뿌리뽑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용우(법무법인 창조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제조업 사내하청에서 위장 도급을 통한 고용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에 법원이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며 "국내의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기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측은 상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더 다퉈봐야 결과를 뒤집기 어려운 형국이니 즉각 직고용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상고를 할 경우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을 통해 4개월 이내에 끝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헌호 지회장,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이 발언 중이다.(2022.7.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차헌호 지회장,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이 발언 중이다.(2022.7.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리제조업체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는 경북 구미 국가산언단지 공장에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들어와 있다. 이들은 하청업체 지티에스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을 2015년 7월 문자 1통으로 해고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2018년 8월 사측의 파견법 위반을 인정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해고자 전원 직고용을 사측에 지시했다. 해고자 1명당 1천만원, 모두 17억8천만원 과태료도 부과했다. 하지만 사측은 직고용 지시를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비롯한 법률 대응 중이다. 이 가운데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2019년 8월 1심 재판에서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대구고법은 1심 선고 3년 만인 2022년 7월 항소심에서 다시 원심을 확정했다. 해고 7년 만이다. 또 아사히글라스 원·하청 경영진들은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돼 작년 8월 유죄를 선고 받았다. 국내 제조업 사상 파견법 위반으로 첫 징역형이 떨어진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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