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자 고소영, 그리고 '오사영' 정부

평화뉴스
  • 입력 2008.03.0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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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무릎팍 도사 끌어들인 매일신문, 대구의 運 바닥쳤다?"

정권교체이후 첫 내각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해 삐걱대긴 했으나 82주년 3. 1절 기념행사에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에 찬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이제야 비로소 정권교체가 되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실용주의를 입에 달고 살던 대통령답게 3. 1절 기념사 역시 ‘실용주의’ 였지만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란 표현은 그리 새로운 느낌을 주는 수사는 아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일본의 사죄와 배상책임에 대해 적극 주장하고 나선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역사가 지워지는 것이 아니기에 일제 강점기에 저지른 일본의 범죄행위에 대해 일본정부가 마땅히 치러야 할 사죄와 배상의 책임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는 대통령의 호소가 일본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국내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이른바 지도층, 지식인, 가진자들 중에서 고르고 또 골라서 뽑았다는, 그리하여 자칭 “베스트 오후(인수위식 발음) 베스트”라는 국무위원들의 면면 때문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그들의 과거 행적과 생각없이 내뿜어 대는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소재고갈로 끙긍 대던 개그맨들에게 가뭄 중에 쏟아지는 소낙비 역할을 톡톡히 했을 듯싶다. 그래서 ‘과거’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정부,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에게는 아마도 가슴을 찌르는 비수와도 같은 말일 게다.

과연 우리의 사회는 지금 미래로 진보하고 있는가? 대통령 선거는 거듭되는데 그 때마다 구각(舊殼)을 털어내고 새로운 사회로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고 있는가?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는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오히려 끊임없이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참여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박정희 신드롬이 일어나고 일해공원이 들어서더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내란죄의 수괴로 처벌까지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나서 5공 치적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사정기관의 책임자 자리에 모두 영남출신을 임명했다. 여기에 공안기관의 충성경쟁이 시작될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퇴행할 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강부자”들로만 구성된 내각이, 좌파정권이라고 그토록 붉은 칠을 해대던 직전 정부의 국무위원들을 꿔다 써야 할 형편의 허약한 정부가 기댈 곳이라곤 검찰․.경찰, 그리고 정보기관이 가진 물리력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다.

경제만 살리면 최소한의 염치와 예의조차 아랑곳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면서 600년을 버티어온 숭례문(崇禮門)은 무너지고 우리 사회는 이제 붕례(崩禮)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나 예(禮)는 무너져 내렸더라도 경제는 도대체 어떻게 살려 낼 것인지 강부자 내각은 아직 말이 없다. 전 세계의 부동산 거품이 곧 꺼질 거라는 경고음이 여기저기 울려 퍼지고 있는데 우리 신문들은 “투자와 투기는 다르다”는 알듯 말듯 한 말들만 실어 나르고 있다. 식품값이 폭등하는 애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온 세계를 뒤덮고 있다는데 우리 농업의 씨를 말리는 한미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여야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외쳐대고 있다.

매일신문 3월 1일자 1면
매일신문 3월 1일자 1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열성 지지자들조차 황당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3월 1일자 매일신문은 그 황당함의 끝에서 마음 둘 곳 없어하는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베여 있다. 지난 5년 동안 매일신문은 참여정부를 향해 비판의 수준을 넘어 거의 독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어댔다. 그러던 매일신문이었으니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얼마나 반가웠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개표가 끝난 뒤 “대구 경북의 대전환시대”가 열리고, 운하사업으로 “낙동 금호강 시대의 원년”이 열릴 것이라며 환호 일색이던 매일신문이 느닷없이 무릎팍 도사(2008. 3.1)를 끌어들여 대구 정서에 대해 계몽을 자처하고 나섰다. “우리 지역 대통령”이라고 그렇게 떠들어 대드니 뜬금없이 “이명박 대통령을 이제 영남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대구가 스스로 선언”하란다. 그리고는 “청와대를 바라보지 말고 스스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준엄하게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운세풀이에 대구시의 운명을 내맡겨 버린다. 청와대에 대한 기대는 불과 한 달 전과 달리 “적어도 (대구를)차별은 안” 할 것이라는 풀이 죽어도 한참 죽은 전망이 전부다.

“강부자, 고소영 정부”를 바라보는 대구시와 매일신문의 갑갑하고도 허전한 심중을 드러낸 것일 터이지만, 왜 그리 허전해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하철이 거듭 멈추는 것도 호남․.좌파 정권의 차별 탓이라고 몰아붙이면 만사형통이었던 시절이 훌쩍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일까?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또 하나 별칭이 “오사영(5대 사정기관장 전부 영남)” 정부다. 이명박 정부를 지탱하는 힘은 오사영에서 나올 것이고 그런 오사영의 힘으로 “대구경북의 대전환시대”가 열릴지 또 누가 알겠는가? 너무 쉽게 기대를 접기보다는 ‘오사영만 밀어주자! 그러면 대구경제는 살아난다...’ 이게 매일신문의 일관성에 어울리는 논조가 아닐까 싶다.

[김진국 칼럼 12]
김진국(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의사. 대구경북 인의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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