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무상급식 협약 불발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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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도 못받았다" / "간담회라더니 웬 협약" / "동의서라도 사인하자"


민노 : 서약서 초안도 못받았다. 다시 모여서 얘기하자
진보 : 초안에 구애받지 마시고, 서약서 안되면 동의서라도 사인하자
민주 : 공문에는 간담회 말만 있었다. 정당 체계상 여기서 사인하기 어렵다



대구지역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간담회(2010.3.3. 국가인권위원회대구사무소 배움터). 정만진(왼쪽 세번째) 대구교육감 예비후보가 서약서 초안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지역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간담회(2010.3.3. 국가인권위원회대구사무소 배움터). 정만진(왼쪽 세번째) 대구교육감 예비후보가 서약서 초안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진보신당이 제안한 대구시장.교육감 후보들의 '무상급식 협약 체결'이 성사되지 못했다.

정만진 대구시교육감 예비후보를 비롯해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사회당이 3월 3일 오전 한 자리에 모였으나, 협약 체결에 따른 절차상 문제로 논란만 거듭한 채 협약식은 1시간 30분만에 무산됐다. 이들은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간담회'만 한 것으로 회의를 정리했으며, 이후에 기초의원 예비후보들까지 참가하는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협약 체결'을 다시 갖기로 했다.

당초 '무상급식 협약'은 지난 2월 23일 진보신당 조명래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대구시장.교육감 예비후보와 한나라당 대구시당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진보신당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대구지역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 공동 공약 채택 및 실현을 위한 협약식"을 공개 제안하고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정당과 후보측에 보냈다.

정만진 후보만 참석...김용락.유영웅 "공감하나 일정상 불참"

이 제안에 대해 "민주.민노.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사회당에서는 취지에 공감했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진보신당은 밝혔다. 또,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장 예비후보와 정만진 교육감 예비후보는 협약식에 참가하기로 했고, 김용락.유영웅 교육감 예비후보는 취지에 공감하나 일정상 참가는 어렵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진보신당은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된 3월 3일 오전 11시에 국가인권위원회대구사무소 배움터에서 이들 정당과 후보자 간담회를 가진 뒤 11시30분에 협약식을 진행한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3일 간담회에는 진보신당 조명래 대구시장 예비후보와 정만진 교육감 후보, 민주.민노.사회당 당직자들이 참석했다.

"서약서 초안도 못받았다" / "동의서라도 사인하자"

진보신당 대구시당 김광미 사무처장이 '무상급식 서약서'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민노당의 '절차상 문제' 제기로 서약서에는 아무도 서명하지 못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진보신당 대구시당 김광미 사무처장이 '무상급식 서약서'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민노당의 '절차상 문제' 제기로 서약서에는 아무도 서명하지 못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그러나, 협약식은 절차상 문제로 논란만 거듭한 채 무산됐다.
무상급식 '서약서'까지 준비한 진보신당은 서약서 사인과 협약식을 진행하자고 했으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서약서 초안도 못받았다", "간담회 말만 들었다"며 반발했다.

민노당 대구시당 이미경 사무처장은 "서약서 초안도 못받았다"며 "오늘은 간담회만 하고 협약식은 다른 후보와 정당 대표들이 모여 다시 하자"고 말했다. 민주당 대구시당 최경호 조직국장과 권오성 정책실장은 "제안 공문에는 간담회 말만 있었지 협약식 얘기는 없었다"면서 "정당 체계상 여기서 사인하기는 어렵다"고 반발했다.  조명래 후보는 "초안에 구애받지 말고 무상급식 실현 동의서라도 사인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민노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오지 말라는 얘기냐"

창 안의 그들...격론이 일자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창 안의 그들...격론이 일자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정만진 교육감 예비후보는 진보신당이 마련한 '서약서 초안'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서약서 초안에는 대구가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데 대해 "한나라당만 집권해온 대구시가 의지가 없는 것 말고는 어떤 이유도 없다"라고 돼 있었으나, 정 후보는 "이렇게 쓰면 한나라당 후보들한테 (협약식에) 오지 말라는 얘기 밖에 더 되느냐"고 꼬집었다. 

결국, 11시30분으로 예정된 협약식은 진행되지 못했다. 참가자들은 격론 끝에 "오늘은 간담회만 한 것으로 하고, 이후에 기초의원 예비후보와 정당까지 참가하는  협약식을 함께 추진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협약식을 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진짜 서민을 위한다면


'무상급식'은 이미 6.2지방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으며,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진보신당의 '공동공약 채택' 제안은 진보.개혁을 내세우는 정당과 후보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명분으로 언론에 부각됐다. 그러나, '간담회'와 '협약식'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속 정당의 대표자나 후보자가 참가하지 않는 '협약식'에 동의할 정당 당직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절차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미 '공개 제안'된만큼 다른 야당들도 충분히 적극성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서민을 위한 과제이며,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의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절차의 문제든 내용의 문제든, 무상급식 제로(zero) 상태인 대구에서 '무상급식 공동공약 채택' 서약과 협약이 무산된 건 아타까운 일이다. 진짜 서민들을 위한다고 말하기에는 이날의 변이 궁색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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