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의료원 '외주.해고', 노동자들은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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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자들 "고용불안에 환자식 질 저하..직영을" / 병원측 "원가절감 외주..고용승계 노력"


계명대 동산의료원 환자식당 외주화에 따른 '비정규직 조리원 해고'와 '환자식 질 저하'를 규탄하는 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다. 해고된 비정규직 조리원들은 환자식당 조리실 앞에서 5월 30일부터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 대구지부를 비롯한 27개 시민단체는 6월 21일부터 외래병동 앞에서 '환자식당 외주철회와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1.000인 릴레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환자식당 외주를 맡은 <풀무원(주) ECMD>가 고용부분을 인력파견업체 <(주)유니토스>에 다시 외주를 맡긴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유니토스 측은 조리원들에게 기존보다 적은 액수인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조건을 제시해 이를 거부한 조리원 50여명을 해고했다. 또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해 환자식 제조단가가 낮아져 환자식의 질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게 농성자들의 주장이다. 

'환자식당 외주철회와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1.000인 릴레이 농성'...공공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조합원 김정곤(45)씨가 파라솔이 바람에 넘어질까 붙잡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환자식당 외주철회와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1.000인 릴레이 농성'...공공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조합원 김정곤(45)씨가 파라솔이 바람에 넘어질까 붙잡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철야농성 77일째, 1.000인 릴레이 농성 27일째인 8월 16일, 동산의료원 외래병동 앞에는 공공노조한국가스공사지부 조합원 김정곤(45)씨가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또, 환자식당 조리실과 탈의실 중간의 노상에서는 해고된 조리원들의 농성도 이어지고 있었다.  해고와 외주, 환자식에 대해 농성자와 동산의료원측의 얘기를 들어봤다.

하청에 재하청..."고용불안에 환자식 저하" / "효용성과 서비스, 대부분 외주"

김정곤씨는 "비정규직 법안 시행 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정고용기간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법망을 교묘히 벗어나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2.3년마다 바꿔 근로자들을 새로 재고용되는 형태가 반복되고, 그때마다 고용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 동산의료원 환자식당은 2007년부터 환자식당 운영을 외부 업체에 맡겼으며, 첫 사업자인 한화리조트와의 3년 계약이 종료돼 2010년 5월 30일부터 <풀무원(주) ECMD>가 사업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1.000인 릴레이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계명대 동산의료원 외래병동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1.000인 릴레이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계명대 동산의료원 외래병동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김씨는 "외주를 맡은 풀무원이 인력고용 부분을 인력파견 업체 '유니토스'에 다시 외주를 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중간단계를 많이 거칠수록 환자들이 낸 밥값 만큼의 식사를 제공받지 못하고, 근로조건도 열악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병원에서 다시 환자식당을 직영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산의료원 복지증진팀 신수우 팀장은 "직영이 아닌 외주 계약을 맺는 이유는 인력관리의 효용성과 서비스 질 향상이 목적"이라며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식사의 질이 향상될 뿐 아니라, 현재 전국 대학병원들 대부분이 이러한 외주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조건 설명도 없이...결국 나가라는 말" / "일부 실수 인정...퇴직금 다 받은 사람들"

5년간 환자식당에서 근무해온 박모씨는 "병원측에서 '한화와 계약이 종료돼도 계속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인력파견업체인 유니토스 측에서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설명 하나도 없이 입사지원서만 던져주고 갔다"며 "임금에 관해 묻자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말과 '입사 후 설명해주겠다'는 말만 하고 갔다"고 말했다.

또, "직영 때부터 근무한 사람들의 월급이 한화가 채용한 사람들보다 많고, 노조에 소속된 노조원들이 병원측에 거슬리는 것도 있으니 결국 나가라는 압력"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를 비롯해 병원 직영 때부터 한화리조트에 소속돼 최근까지 근무한 조리원들은 월 108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환자식당과 탈의실 가운데 노상에서 농성중인 동산의료원 환자식당 해고 노동자들, 그리고 농성장을 지켜보는 동산의료원 직원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환자식당과 탈의실 가운데 노상에서 농성중인 동산의료원 환자식당 해고 노동자들, 그리고 농성장을 지켜보는 동산의료원 직원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그러나, 동산의료원 복지증진팀 신수우 팀장은 "유니토스 측 인력승계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점은 일부 인정한다"면서 "이후 3차례 설명회를 가졌고, 근로자들에게 한화 고용 당시 임금과 추후 임금에 변동사항이 없으며 고용도 승계된다는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신 팀장은 또 "한화와 외주계약을 맺을 당시 법정퇴직금을 지급했으며,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급여 150%의 위로금과 생일상품권, 직원진료비감면혜택도 함께 제공했다"며 "이후에도 한화에 소속된 근로자로서 계약종료 당시에도 한화로부터 퇴직금을 또 한번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직금을 두 번이나 받고서 근로를 보장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환자식 질 저하...환자식당, 다시 직영해야" / "원가절감 위해 외주...고용승계 보장 노력"

박씨는 환자식의 질 저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환자식은 본래 멸균식인데, 최근 식단에는 유산균 음료와 재사용 된 식자재가 오르기도 했다"며 "풀무원이 환자식당 운영경험이 적고, 낮은 원가를 맞추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환자들이 돈을 낸 만큼 밥다운 밥을 먹게 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말했다.

또, 박씨를 비롯한 농성자들은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선 병원측이 다시 직영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농성을 계속 이어나가는 동시에 대구지역 마트를 중심으로 풀무원 불매운동도 함께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00인 릴레이 농성장에 있는 피켓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1.000인 릴레이 농성장에 있는 피켓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그러나, 동산의료원 신수우 팀장은 "현재 농성자 중에는 근무한 지 4개월 밖에 안 된 사람도 있다"며 "4개월 근무 경험자가 환자식을 조리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인데, 환자식을 아무나 만들 수 없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식사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체제에서 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개선과 원가절감이 필요하다"며 "서로 피해가 적은 쪽에서 외주계약을 택했고 고용승계도 충분히 보장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병원측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외주계약을 체결하는데 좀 더 신중히 접근하고,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고용승계가 최대한 보장되는 쪽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환자식당 앞 농성장에 붙어있는 현수막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환자식당 앞 농성장에 붙어있는 현수막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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