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노무현의 화해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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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우 / 세상 떠난 지 어느 덧 2년...『바보 노무현』


 진보는 ‘배신감’에 상당히 취약하다. 환경이 변해도 생각과 행동은 바뀌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 개인이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이를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배신에 대한 분노는 큰데, 배신에 대한 이해는 없다.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쉬운 예로 진보는 ‘원래그런’ 오세훈 보다 ‘변절한’ 김문수를 더 싫어한다.

 통상 배신감을 느끼게 되면 믿었던 만큼의 적개심이 생기게 되는 것은 세상 이치다. 하지만 진보는 배신감으로 인한 적개심이 평균치 이상이다. 때로는 냉철한 판단이 흐려질 정도로.

 ‘노무현’. 이 세글자를 들으면 학을 떼는 진보를 나는 많이 봐왔다. ‘이명박’ 보다 더. 이유는 간단하다. ‘배신감’ 때문이다. 좌회전 깜빡이 넣고 가길래 따라갔는데 정작 우회전 한 노무현에 대한 배신감이다. 그러다보니 노무현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온데간데 없다. ‘진보와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도 이를 배신한 정책을 펴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실패한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진보의 평가다. “노무현은 이명박보다 나쁜 인간”이라고 까지 이야기 하는 진보단체 관계자도 봤다. “이명박 치하에서 아직 덜 살아봤나”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노무현은 보수 대통령이었다. 상식적인 보수 대통령. ‘이라크 파병’, ‘수많은 FTA', '재벌위주의 경제정책’, ‘서민 경제 악화’ 등 재임기간 그가 남긴 것들은 상당수 보수의 가치가 내포돼 있었다. 그리고 진보는 이런 부분을 비난한다.
 
<바보 노무현>
<바보 노무현>
 하지만 하나만 묻고 싶다. 과연 진보는 노무현을 비판하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의 10분의 1이라도 그가 남기고 간 긍정적인 것들을 찾기위해 노력했는지를. 과연 그에게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레테르 하나만 붙이는게 과연 적절한지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지 어느덧 2년이 다되간다. 이제 진보도 노무현과 화해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노무현과의 화해를 위해 책 한권을 추천드린다. 나 자신도 노무현과 화해하는데 조금은 도움 받은 책이었다.
<바보노무현>(미르북스/장혜민 지음/2009.6)

 기껏 책소개를 해놓고 이런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사실 돈주고 사서 보기에는 좀 아까운 책이긴 하다. 하지만 진보와 노무현을 화해시킬 마땅한 매개체가 없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했다. 많은 아량 부탁드린다. 참고로 나는 ‘노무현은 옳진 않았지만 그는 좋은사람이었다’는 식으로 어정쩡하게 그와 화해한 후, 그를 조금은 그리워하고 있다. 사람은 증오만으로 살아갈 순 없는 법이다.

 노무현으로부터 배신당하기 전, 많은 이들을 열광케했던 그의 대선 출마 연설문이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패가망신했다.

 600년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다.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나 먹고 살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돌이 정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어낼 수 있다!"

 
 
 





[책 속의 길] 10
김일우 /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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