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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에 10억 손배...해고자들의 목숨 건 외길

기사승인 2011.08.16  16: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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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신브레이크> 해고자 '삭발'에 '단식'까지... / 사측, '이행강제금' 내면서 '복직' 거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김대용(44)씨는 이렇게 말하며 8월 16일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삭발'을 했다. 김씨는 1988년 상신브레이크(대구시 달성군 논공읍)에 입사해 2010년 12월 13일 동료 노동자 4명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2010년 파업 당시 노조에 아무런 직책도 없는 '조합원' 신분이었으나, "사측이 '배후조정'을 이유로 해고시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가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시기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벌써 10년도 더 지나 '배후조정' 멍에를 쓴 셈이다.

김씨는 '해고' 직후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한편,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1년 3월 4일, 구제신청을 낸 5명 가운데 김씨와 조정훈(41)씨에 대해 '부당해고' 결정을 내렸다. 사측의 불복으로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1심과 같이 '부당해고'라고 결정(2011.7.5)했다.

 
 
▲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김대용(사진 오른쪽)씨와 조정훈씨가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 결정 이행"과 "10억원 손해배상 민사소송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8월 30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갈 방침이다.(2011.8.18 대구고용노동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그러나, 지노위와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문은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10억 손해배상'이라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사측은 경북지노위 결정 3개월 뒤인 6월, 김씨를 비롯한 해고자 5명에 대해 '10억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또, 중앙노동위도 '부당해고' 결정을 하자 '행정소송'으로 맞서며 이들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김씨는 해고된 뒤 한 달 120만원정도의 '고용보험'으로 생계를 이어갔으나 이 마저도 지난 6월에 끝이 났다. 아내는 어려운 살림에 다시 일터로 나갔다. 김씨는 "부당해고 결정에도 복직은 안 시켜주고 오히려 10억원을 물어내라니...참 황당한 상황"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천막농성을 해도,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도 회사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삭발 투쟁'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를 비롯한 해고자들은 이 날 삭발에 이어, 태풍과 폭우 때문에 잠시 접었던 회사 앞 천막을 다시 쳤다. 그리고, 사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8월 30일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해고자들은 "부당해고에 손배가압류, 10억 손해배상으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을 때 목숨을 담보로 투쟁에 돌입하는 것은 해고자들의 외길 수순"이라고 노동청 앞에서 외쳤다. 이어 "살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지만, 우리들의 요구는 반드시 실현된다는 확신이 있기에 주저함 없이 당당하게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요구는 "복직판결 이행"과 "손배가압류, 10억 민사소송 철회"였다.

 
 
▲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삭발식과 무기한 단식투쟁 선언 기자회견(2011.8.16 대구고용노동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그러나, 사측은 '이행강제금'을 물면서도 지노위.중노위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상신브레이크 회사측은 지난 7월 4일 지노위 결정을 따르지 않은데 대한 '이행강제금' 2천만원을 납부했다. 이행강제금은 해고된 근로자 1명에 최대 2천만원까지, 최대 2년간 8천만원까지 물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이행강제금 금액은 지노위에서 6개월마다 정하는데, 지노위는 6월 14일 김대용씨와 조정훈씨를 복직시키지 않는데 따른 이행강제금으로 1명에 1천만원씩 모두 2천만원을 내도록 결정했다. 사측은 이 같은 이행강제금을 물더라도 이들의 복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외부 출장중이라 통화할 수 없다",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노동당국의 행정력도 손을 놓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심판과 김종필씨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 지노위가 사측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고용노동청 이준식 근로개선1과장도 "우리 차원을 떠났다"며 "사측이 노동청의 행정지도보다 더 높은 차원인 지노위 결정을 따르지 않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금은 행정지도나 조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사측이 행정소송을 냈으니 결국 법적으로 싸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

상신브레이크 노조는 지난 해 6월 2일 '임단협' 결렬로 파업에 들어갔고 7월에는 '공장 신설' 문제까지 불거졌다. 사측은 파업에 맞서 8월 23일 회사 창립(1953년) 이후 처음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가 8월 31일 '파업 철회'를 선언했지만 사측은 10월 18일에서야 직장폐쇄를 풀었다. 그러나, 사측은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지난 해 12월 조합원 5명을 해고한데 이어, 올 6월 9일 이들 5명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대구지방법원에 냈다. 앞서, 지난 해 9월에는 이들 5명을 포함한 9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 하는 한편, 가압류와 함께 4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 (왼쪽부터) 금속노조 채장식 대구지부장,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김대용씨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금속노조 채장식 대구지부장은 "해고자들은 정말 살 길이 막막하다"며 "법적으로 보호받지도, 사회적으로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노위 결정을 따르지 않는 사측을 고발하고 사측 재산을 가압류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도 "노동청에 노조 편을 들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며 "최소한 노동자에게 보장된 그것 만이라도 공정하게 해달라"고 대구고용노동청에 요구했다.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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